한나라 무제에게 맞섰던 위만의 손자 우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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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력 키우고 독자정권 천명한 우거의 번조선…‘한사군 전쟁’ 촉발

성헌식 필진페이지 + 입력 2021-07-08 10:20:03

B.C 194년에 정변을 일으켜 기준 왕을 쫓아내고 번조선의 정권을 강탈한 위만은 상국이었던 북부여와는 적대관계로 변했다. 같은 중국인인 한나라에게는 친화적으로 대했다.

『사기』 조선열전에 위만은 성책 밖 만이(保塞外蠻夷)들이 한나라 변방을 노략질 못하게 하고 만이의 군장(蠻夷君長)들이 한나라로 찾아가 천자를 알현하는 것을 막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한나라의 외신(外臣, 제후)이 됐다고 기록돼 있다.

『북부여기』에는 이듬해 2세 모수리 단제가 상장군 연타발(延陀勃)을 파견해 평양(平壤)에 성책을 설치했다. 해성(海城)을 평양도에 속하게 하고 동생 고진(高辰)에게 지키게 했다는 기록이 있어 도적 위만과의 적대적 대치상황과 해성이 평양에서 그다지 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참고로 고진은 북부여 시조 해모수 단군의 둘째아들이다. 훗날 고구리 시조 고주몽의 증조부가 되는 인물이다. 4세 해우루 단군에게 발탁돼 서압록에 많은 성책을 설치해 우거의 침략에 대비했다는 공으로 고구려후(高句麗侯)와 고리군왕(槀離郡王)으로 책봉됐다고 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낙랑의 동쪽에 있는 옥저 땅 해성은 북부여의 관할구역이었지만 훗날 위만의 손자 우거 때인 B.C 118년에 북부여 수비군이 우거의 대군에게 크게 패함으로써 해성 이북 50리 땅을 모조리 우거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이후 북부여에서 여러 장수를 보내 수차례 탈환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B.C 115년에 해우루 단제가 몸소 5000명의 정예병을 이끌고 해성을 기습공격해 함락시키고 계속 추격해 살수(薩水)에 이르니 구려하(九黎河)의 동쪽이 모두 항복해왔다고 한다. 참고로 수양제의 30만 대군이 을지문덕에게 몰살당하는 살수는 평양성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다.

▲ 윤내현 교수가 주장하는 위만조선의 위치(왼쪽)와 중국이 그린 위만조선 위치. [사진=필자 제공]

하여튼 당시 한나라와 북부여 사이에 존재했던 위만 일가의 위세가 상당히 대단했던 것처럼 보인다. 『사기』 조선열전의 “이로써 위만은 군사적 위세와 재물을 얻게 됐다. 그 주변의 소읍을 침략해 항복시키니 진번(眞番)과 임둔(臨屯)도 모두 와서 복속해 사방 수천리가 됐다”는 기록으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대부분 위만 사후 왕위를 손자 우거가 물려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기』 조선열전에 “아들을 거쳐 손자 우거 때에 이르러서는(傳子至孫右渠)”이라는 문구가 있어 위만의 왕위가 아들을 거쳤다가 손자 우거에게 내려갔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의 기록에 위만 가계의 생몰년도는 미상으로 나오고 재위년도만 알려져 있다. 2세 위몽의 왕위 30년간은 대외적으로 전쟁이 없던 평화로운 시대였던 것으로 보인다. (1세) 위만(衛滿, B.C 194~161) --> (2세) 아들 위몽(衛蒙, B.C 161~129) --> (3세) 손자 위우거(衛右渠, B.C 129~108)

우거의 세력이 강력해지자 한나라에서 망명하려는 백성들이 대단히 많아지게 됐다. 이에 기고만장해진 우거는 한 무제에게 알현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진번(眞番) 주변에서 한나라로 가는 것조차 가로막았다. 즉 한나라의 제후가 아닌 완전한 독자정권임을 스스로 천명했던 것이다.

우거의 이러한 독자 행보에 분노를 느낀 한무제는 섭하(涉何)를 사신으로 보내 우거를 꾸짖으면서 회유하려 했지만 우거는 끝내 한 무제의 명령을 받는 것조차 거부했다. 조정에 실패한 섭하는 울화통이 치밀었는지 귀국하는 길에 국경인 패수(浿水)에서 환송 나온 번조선의 비왕(裨王) 장(長)을 찔러 죽였다.

▲ 번조선과 한나라와의 국경이었던 패수의 현재 모습. [사진=필자 제공]

섭하는 국경(패수)을 넘어 요새로 도망간 후 한 무제에게 “조선의 장수를 죽였다”고 보고하니 무제는 그 공을 가상히 여겨 섭하에게 요동동부도위(遼東東部都尉) 벼슬을 내리고 그곳을 지키게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우거가 군사를 보내 기습 공격해 섭하를 죽여 버렸다. 우거가 즉각 보복함으로써 한 무제에게 선전포고를 한 셈이 됐다.

이 소식을 보고받은 한 무제는 대노하며 죄수들을 모집해 우거를 공격하게 했다. 그 해 가을 누선장군(樓船將軍) 양복(楊僕)을 파견해 제(齊)로부터 발해(渤海)를 건너게 했고, 좌장군 순체(荀彘)에게는 군사 5만을 주고 요동으로 출동해 우거를 토벌토록 했다. 드디어 한나라와 번조선 사이에 일명 ‘한사군 전쟁’이 터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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