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강행 처리한 전·월세상한제 시행 이후 시작된 임대차 시장 불안 현상이 시행 1년이 지나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시장 불안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부작용 피해 규모도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무주택 서민들의 경제적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정책 부작용으로 국민적 공분이 고조되자 최근 여당은 법 시행 부작용을 해소한다며 추가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그러나 추가 대책 역시 경제적 피해를 야기한 지금의 전·월세상한제 수위를 더욱 높이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법 개정 이전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부동산업계 안팎에선 시장을 옥죄는 규제 부작용이 1년 동안이나 지속됐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같은 방식을 고수하는 여당의 태도를 두고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다’는 반응 나오고 있다. 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도 시장 안정을 위해선 지금 존재하는 규제를 하루 빨리 철폐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민주거 안정 명분 앞세운 임대차 3법…강행 결과는 무주택 서민 월세살이
‘서민이 안심하고 사는 주거환경 조성’이라는 국정과제를 내세웠던 문재인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7월 임대차 3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신고제)을 단독 추진했다. 당시 야당은 해당 법안이 국민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하고 전·월세 매물을 오히려 줄게 만들어 임차인들의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법안 도입에 반대했지만 단독으로 법안 처리가 가능했던 여당은 반대의견을 묵살하고 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문 대통령과 여당은 임대차 3법 도입으로 인해 임대차 관계에서 임차인의 지위를 강화해 임차인의 안정된 주거권을 보장할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결과는 야당의 예측과 맞아 떨어졌다. 지나치게 세입자에게만 유리한 내용을 담은 법안이 시행되자 집주인들은 전·월세 매물을 거둬드리기 시작했고 전·월세 거래량이 크게 감소했다.
서울시에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 청구권 시행 이전인 지난해 7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1만 3985건이었으나 시행 달인 8월엔 1만914건, 두 달 뒤인 9월엔 9107건까지 감소했다. 시장에 수요가 넘치는 상황에서 매물부족 현상이 나타나자 자연스레 전세시세도 올라가기 시작했다.
특히 신규 계약을 하는 집주인들이 상한제를 의식해 최초 계약부터 보증금을 크게 올리면서 전세값 상승세는 장기간 이어졌다. 한국부동산원 통계 기준으로 지난해 7월 서울의 평균 전셋값은 4억6458만원이었으나 두 달 뒤인 9월엔 4억7093만원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전셋값은 계속 상승해 올해 6월엔 4억9833만원까지 치솟았다. 불과 1년 만에 6.8%나 오른 것이다.
실패한 정책 더 밀어붙이는 여당…“무주택 서민 전부 월세 살아야 그만 둘 건가”
이런 상황에서 최근 여당을 중심으로 또 다시 추가 규제 가능성이 제기돼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현행 법안의 허점을 이용한 계약들이 속출하자 또 다시 집주인에게 죄인의 낙인을 씌워 추가 규제를 내놓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현행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는 전·월세 계약을 한차례 연장할 수 있고 이때 임대료 인상 폭을 직전 임대료의 5%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이러한 규정은 계약을 갱신할 때만 적용된다보니 계약을 해지하고 명의를 바꿔 신규로 계약하는 사례가 등장했다. 집주인은 원하는 금액을 요구할 수 있고 세입자는 전세난 속에서도 전세매물을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발생한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여당은 이러한 현상을 수요자들의 피해로만 규정하고 신규 임대차 계약도 전·월세상한제를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갱신계약뿐만 아니라 신규 계약에 대해서도 임대료 인상폭을 제한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상태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신규 계약을 맺을 때 임대인들이 임대료를 부단히 상향시키는 문제가 있었고 이것이 전월세 가격의 불안을 일으킨 면이 있다”고 말했다.
여당이 추가 규제 시사에 부동산 시장은 또 다시 들썩이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규제 부작용이 속출해 국민 피해가 심각했음에도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에 거주 중인 직장인 한정욱(30대) 씨는 “지난해를 생각하면 정부와 여당에 대한 분노가 다시 떠오른다”며 “오랜 기간 월세로 살아오며 겨우 전셋집에 갈 목돈을 모았는데 지난해 임대차3법으로 전세가격이 급등하면서 전셋집을 구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대출 더 받아서 전셋집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대출을 더 받아도 갈 수 있는 곳이 반전세 밖에 없었다”며 “반전세는 지금의 월세에서 사용되는 주거비랑 전혀 달라지는 게 없었기 때문에 결국 계약을 연장해서 월세로 살고 있다. 정책 하나로 무주택 서민들이 이렇게 큰 피해는 보는데 전·월세 상한제를 또 강화한다는 말에 분노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서울 광진구에서 임대사업을 하고 있는 여남욱(여·60대) 씨는 “무능한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임차인·임대인 모두가 힘들었던 4년이었다”며 “임대차3법과 동시에 집주인들의 세금을 중과하는 정책을 계속해서 내놓는데 가만히 당하고 있을 사람이 세상에 어디에 있냐”고 말했다. 이어 “당장 집주인들이 죽을 판인데 저항을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임대사업자 김희숙(가명) 씨는 “4년 동안 내놓은 정책이 죄다 실패로 돌아갔는데 이러한 경험이 있으면서도 또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고집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며 “신규 계약도 상한제를 적용하면 지금보다 전세매물이 더욱 감소할 수밖에 없고 결국 전세값은 더욱 올라갈 것이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신규계약에도 전·월세 상한제를 적용하는 것에 대해 부작용을 더 키우는 처사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신규 임대차 계약에도 임대료 제한이 가해지면 집주인들의 반발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며 “전세물건의 거둬들이는 현상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결국엔 전세난만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신규 임대차 계약에도 전·월세상한제를 적용하려면 우선 표준임대료제 등이 구축돼야 하는데 지역마다 상황이 달라 국민적 공감을 얻기 쉽지 않다”며 “표준임대료제 등이 도입된다면 기존 전세물건이 더 줄어들 수밖에 없어 결국엔 기존에 발생한 부작용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만 낳을 것이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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