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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동산업계 안팎에선 문재인정부 집값대책 ‘최후의 카드’로 불려온 3기 신도시 등 대규모 공급대책의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막대한 공급 물량이 예고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이 요지부동이기 때문이다. 당장 오늘(28일)부턴 3기 신도시의 사전 청약이 진행되지만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공급 대책에도 주택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원인에 대해 정부의 잘못된 공급방식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 정부의 주택공급 방식은 분양보다 임대 아파트 공급이 중심이다 보니 시장 수요자들의 요구에 부합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에 지금이라도 공급 방식을 전면 수정해 분양 중심의 공급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전 공급에도 여전히 치솟는 서울 집값…수요자에게 외면 받는 3기 신도시
후보 시절부터 ‘부동산만큼은 자신 있다’고 장담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한 이후 전국적으로 집값은 폭등하기 시작했다. 취임 100일째에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는 ‘역대 가장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준비했다는 표현과 함께 안정화를 자신했지만 이후에도 집값 상승세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됐던 2017년 5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5억7028만원에 불과했지만 2018년 1월 6억7352만원으로 15.4% 올랐다. 이후에도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고삐가 풀린 말처럼 계속 상승세를 이어갔고 2018년 8월에는 7억 238만원까지 상승했다.
임기 1년 6개월 동안 서울 아파트가 약 20% 가까이 오르자 놀란 정부는 부랴부랴 정책 기조에 수정을 가했다. 수요억제 위주의 정책만을 펼치던 정부는 돌연 대규모 공급 계획을 내놨다. ‘3기 신도시’ 조성 계획이었다. 3기 신도시 사업은 서울 도심까지 30분 안팎으로 출·퇴근이 가능한 지역에 신규 택지를 조성하는 내용이 골자다. 우수한 보육·교육 기반시설을 조성해 서울에 쏠리는 주택 수요를 분산시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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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 이호연] ⓒ스카이데일리 |
이후 경기도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고양 창릉, 부천 대장, 광명·시흥 등을 3기 신도시 후보지로 지정했다. 이 외에도 서울 도심 내 추가 택지 조성을 계획하며 서울 기존 주택의 수요를 분산시키는 데 집중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올해 7월 28일부터는 3기 신도시와 공공택지에 대한 첫 사전 청약까지 실시했다.
청약 초읽기에도 서울집값 요지부동…“국민정서 외면한 임대주택단지 누가 사겠나”
그런데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대규모 공급대책은 사업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이미 실패나 다름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 청약이 막을 올렸음에도 여전히 정책의 최종 목적인 서울 집값 안정화는 요원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대규모 호재가 등장할 경우 효과가 미리 나타난다는 점에 비춰볼 때 앞으로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중론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사전청약 시기가 임박한 지난달에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전달 대비 1.1% 오른 9억2812원을 기록했다. 올해 1월 8억 9725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만 1987만원이나 상승했다.
부동산업계 안팎에선 3기 신도시 등 대규모 공급물량이 예고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이 여전히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는 배경에 수요자 배려 부족이 자리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공공임대주택 위주의 3기 신도시론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수요자들의 ‘니즈(needs)’를 충족시키기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3기 신도시의 경우 ‘공공주택 특별법’이 적용돼 공공주택 비율이 전체의 절반 이상이어야 하고 이 중 공공임대주택이 35% 이상 공급돼야 한다. 이번에 사전 청약이 이뤄지는 ‘인천 계양 지구’의 경우 사전 청약 물량으로 공급되는 주택 1만7000여 호 가운데 35% 규모인 6066호가 기존 영구임대, 국민임대, 행복주택 등을 하나로 묶은 통합 공공임대 방식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높은 임대주택 비율은 그동안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수요자들 사이에서 기피대상이 돼 왔다. 남에 것을 빌려 쓰는 개념이다 보니 주택 관리나 주변 환경 관리에 소홀한 측면이 없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서울시민 백희정(30대·가명) 씨는 “내 집 마련을 준비하곤 있지만 3기 신도시의 경우 임대주택 비율이 높다 보니 들어가야 하나 망설임이 생기는 게 사실이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이재성(30대) 씨는 “아무리 정부가 진행하는 택지 사업이라고 해도 아파트가 한 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서민의 경우 개개인의 피 같은 돈을 끌어 모아야 살 수 있는 가격일 텐데 임대주택 단지 이미지가 크게 박혀 있으면 누가 가고 싶어하겠냐”며 “임대주택 비율이 이렇게 많을 줄 알았으면 집값이 조금이라도 덜 올랐을 때 다른 방도로 아파트를 매수했어야 했다”고 성토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과거 1-2기 신도시의 훌륭한 선례가 있다며 지금이라도 정책 방향을 수정해 분양 중심의 공급을 실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거 1-2기 신도시의 경우 ‘택지개발촉진법’을 적용 받았기 때문에 전체 물량 중 공공주택을 20% 이상만 공급하면 되도록 규정하도록 했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당시 택지개발촉진법이 공공임대와 공공분양 비율은 따로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마음먹기에 따라서 80%까지 민간 분양 아파트를 넣을 수 있었다”며 “덕분에 민간 아파트가 상당수 공급되며 서울을 비롯한 주변 집값이 안정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좋은 선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공공주택특별법 적용해 임대주택 비율을 과도하게 높인 것은 수요자를 전혀 배려하지 않은 처사다”며 “정책 효과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시행에만 목적을 둔 보여주기식 행위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임대주택 비율이 높은 것이 문제인 것은 비단 수요자들이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분양가를 높인다는 사실도 있다”며 “임대주택은 분양주택보다 수익성이 낮다 보니 그 비율이 높을수록, 분양주택의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3기 신도시의 분양가가 비싸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 상황인데 그 내면을 드려다 보면 높은 임대주택 비율이 자리하고 있다”며 “임대주택 비율을 대폭 낮추기만 하더라도 3기 신도시의 분양가격이 대폭 줄어 지금 보다는 서울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배태용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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