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체제경쟁 끝’… 北은 주민 생활 개선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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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 자체 개발한 잠수함서 SLBM 시험발사
北, 순항미사일·탄도미사일 발사 ‘무력시위’
‘군비경쟁 허망’ 깨닫고 경제에나 집중하길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9-17 08:02:02

지구촌 마지막 냉전지대인 한반도의 남과 북에서 같은 날 미사일 시험발사가 있었다. 남한은 15일 세계에서 7번째로 우리 기술로 독자 설계하고 건조한 3000톤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북한도 사거리 800㎞ 탄도미사일 두 발을 동해를 향해 발사했다. 북한은 앞서 11일, 12일엔 사거리 1500㎞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최근 영변 핵시설도 재가동했다. 외신들은 남북한의 군비경쟁이 본격화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SLBM 시험발사를 현장에서 참관한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는 이제 북한의 도발에 언제든지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억지력을 갖게 됐다”며 취임 이후 처음으로 대북 경고성 발언을 내놓았다. 북한의 비대칭 세력을 제압하기 위해 계속해서 무기 프로그램을 늘려야 한다고도 했다. 가만히 있을 북한이 아니다. 북한 김여정은 즉각 문 대통령을 향해 어리석고 사리에 어둡다는 의미의 “우몽하기 짝이 없다”고 비난하며 “남북관계의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 대통령의 SLBM 시험발사 참관을 두고 해석이 구구하다. 취임 이후 오매불망 평화 구걸에도 초지일관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만 집중하는 북한에 낙담해 일부러 공개 시연에 참가했다는 시각부터 대북 저자세에 실망한 보수 성향의 국민을 달래주기 위한 대선용 추석 선물이라는 해석이 공존한다. 한편으론, 북한이 이미 개발을 끝내고 공개만 기다리는 SLBM의 예봉을 꺾어 군비 경쟁의 허망함을 깨닫게 하기 위한 한·미 군사 당국의 대북 심리전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있다.

15일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방한해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접견한 날이기도 하다. 북한이 최대 우방인 중국 외교 사령탑이 서울에 체류하던 시점에 미사일을 발사한 것도 이례적이다. 한국과 중국이 가까워지는 것을 경계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는 국제 정세의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의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이날 차세대 전투기 KF-21 탑재 장거리 공대지미사일과 고위력 탄도미사일, 초음속 순항미사일 개발에도 성공한 사실을 공개했다. 그동안 북한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쉬쉬하던 내용이다. 국제사회와 약속한 비핵화정책 때문에 개발을 자제하고 있는 핵무기만 빼고 북한이 보유한 무기를 한국군도 모두 보유한 셈이다.

북한 지도부는 한국이 기술이 없거나 돈이 없어서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한국은 올해 국방예산이 52조8401억원으로 세계 6대 군사강국이다. 북한은 국내총생산(GDP)의 24%를 군사비에 지출해 비율상 세계 최대이지만 한국군의 34분의 1밖에 안 된다. 더욱이 한국은 올해 국방예산만 7405억달러(약 868조원)인 ‘천조국(天兆國)’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다. 전쟁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남북한 체제경쟁은 1980년대 이후 사실상 막을 내렸다. 북한도 내부적으로는 무력을 통한 통일이 불가능하다는 걸 잘 알 것이다. 하지만 연초 8차 당대회에서 국방력 강화 노선을 천명하며 군사적 우위에 기반한 통일 추진 의지를 결의하고 노동당 규약에 명시했다. 완전 시대착오다. 북한은 실패한 체제다. 더 이상 주민을 굶주리게 하지 말고, 국방비를 인민 생활 개선으로 돌리기 바란다. 소련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미국보다 더 많이 보유했으면서도 미국의 전략방위구상(SDI)에 맥없이 무너진 역사적 사례에서 교훈을 얻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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