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때문에 많은 이가 씁쓸했을 추석연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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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부모보다 잘 살기 어려운 자식

문용균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9-24 00:02:32

한국도로공사는 이달 21일 오후 1시 기준 승용차로 부산에서 서울 요금소까지 8시간 30분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전에서 출발해도 4시간 20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평소에 두 배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으니 명절은 명절이다.

물론 모두가 고향을 방문한 것은 아닐 것이다. 전국 교통량만으로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고향에 갔는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 지난해와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주차해 놓은 차가 빠져나가 한산했다.

교외 주택가에선 ‘어머니 저희 왔어요’라고 웃는 아들의 목소리와 함께 온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골목엔 짐을 한가득 싣고 떠나는 이들,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반찬거리, 농산물을 차에서 내리는 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연휴 막바지 터미널과 기차역은 사람들로 붐볐다. 연인이나 친구와 함께보단 혼자 짐을 든 채로 서있는 이들이 많이 보였다.

기자의 지인인 30대 A씨도 고민 끝에 2년 만에 고향을 찾았다고 말했다. 본인과 부모님 모두 백신 접종을 마친 상황이라 운전대를 잡았다. 도착 후 부모님과 식사를 하며 즐겁게 대화를 나눴다는 그는 친척들과 통화하며 기분이 상했다고 한다.

수화기 너머로 들린 “결혼할 사람이 있으니 전셋집은 구했냐”는 질문은 그의 추석 연휴를 망쳐놓기에 충분했다. 옆에서 전화를 듣던 부모님도 서울 집을 사줄 능력이 없어 미안하다고 말하며 씁쓸해 하셨다고 한다.

30대 중반,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집 얘기는 빠질 수 없는 주제다. 서울에 집을 산 친구는 은행 대출과 ‘핏줄’의 도움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했다. 그는 “안정적인 결혼 생활을 위해 몇 년 전엔 지금의 반값이었던 구축 아파트를 비싼 돈 주고 샀다”면서 “부동산을 소유했을 때 내는 세금이 적지 않다는 것이 스트레스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방에 있는 친구들은 덜하지만 수도권에서 집을 구하려는 친구들을 보면 말을 꺼내기가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집이 없는 친구들은 어떻게든 집을 사야겠다는 마음을 드러내는 친구와 체념한 친구로 나뉜다. 여기 저기 대출금액, 갭 투자 가능한 아파트를 살펴보던 친구는 서울엔 집을 사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5년 전, 3년 전, 1년 전 사고자하는 아파트의 가격이 ‘억 소리’ 나게 오르는 것을 보며 근로소득이 하찮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미혼인 그는 이번 추석연휴 부모님처럼 악착같이 월급을 모아 집을 마련하고 더 큰 평수로 넓히는 것은 불가능하니 오피스텔에서 전세로 살다가 반 전세로 아파트에 들어가고, 전세로 갈아탄 다음 청약을 노리겠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는 “여자친구가 오피스텔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하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을 수도 있지만 서울에서 살려면 현실이 이렇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구는 집값이 비싸 결혼은 꿈도 못 꾸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도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은 추석 이후에도 집값이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당장 공급이 어렵기 때문이다. 매수심리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중저가 아파트, 도심 외곽의 주택가격 상승세가 가파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모처럼 명절을 맞이해 만난 자식들과 부모, 조부모 모두 집 문제 앞에서 씁쓸한 상황이다.

부동산 정책은 사회적으로 균열을 일으키고 근로소득, 땀의 가치가 땅바닥으로 떨어지도록 만들었다. 회복이 시급하다. 대한민국은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한다. 이점을 유념했으면 한다.

문용균 ykm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