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은 북한이 무슨 짓을 하든 상관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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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총회 연설에서 또 ‘종전선언’ 되풀이
北韓이 가장 원하는 것을 4년 연속 제안
도발엔 늘 침묵… 본심 뭔지 국민은 궁금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9-24 00:02:02

문재인 대통령은 왜 그토록 한반도 종전선언에 집착할까. 법조인 출신으로 국제관계나 남북문제에 정통한 전문가도 아닌데 누구 조언을 받기에 국제사회에 종전선언을 그토록 집요하게 호소할까 궁금하다. 일개 학자도 아니고, 대한민국 운명을 거머쥔 국정 최고책임자가 왜 앞뒤 가리지 않고 초지일관 북한이 가장 좋아할 이슈를 던질까.

임기를 7개월 남짓 남겨놓은 문 대통령은 추석인 21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한다”며 “종전선언을 이뤄낼 때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함께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참으로 뜬금없다. 북한은 연초 핵보유국을 전제로 핵무력 증강을 천명했고, 7월 초부터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했다. 지난주에는 유엔이 금지한 탄도미사일 발사시험을 했다. 그에게 ‘완전한 평화’란 뭘까.

종전선언은 대한민국 방위의 핵심인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철수를 위한 북한의 대남전략전술의 핵심이다. 북한은 1948년 건국 이래 줄기차게 미군 철수를 요구했고, 1949년 미군이 철수하자마자 이듬해 6·25 전쟁을 일으켜 국토를 유린한 전범국이다. 미군이 재입국하고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과 미군의 주둔으로 한반도 전체를 공산화 하려는 ‘국토완정(國土完整)’이 불가능해지자 줄기차게 미군 철수를 주장해왔다.

주한미군 철수보다 낮은 단계인 한·미연합군사훈련 약화에 어느 정도 성과를 본 북한의 다음 목표는 한·미훈련 완전 중단과 주한미군 철수 관철이다. 실제 북한 김여정은 8월 10일 담화에서 ‘위임에 따른 것’임을 전제로 “미군이 남조선에 주둔하고 있는 한 화근은 절대로 제거되지 않을 것”이라며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했다. 2019년 초 ‘김정은이 주한미군 문제는 한·미 양국의 문제임을 이해한다’는 취지로 말한 문 대통령의 발언이 식언임이 확인된 셈이다.

북한의 국가 목표는 변함없이 남한 공산화이다. 이를 위한 걸림돌이 주한미군이고, 주한미군을 내보내기 위해 필요한 조치가 종전선언이다. 이를 대한민국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유엔에서 애걸하다시피 얘기하니 야당과 학계의 반응이 빤하지 않은가. 국민의힘은 “어느 나라 대통령”이냐고 힐난했고,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도발’에 대한 언급과 경고 없이 종전선언을 말하는 것은 ‘나쁜 행동’에 대한 보상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국제사회의 시선도 고울 리가 없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진지한 외교를 추구한다”고 일축했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한의 핵 유혹-평양의 핵개발 저지는 채찍과 당근 모두 실패했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퇴임을 앞둔 문 대통령은 김정은이 무슨 짓을 하든 상관없이 ‘인도적 원조’를 추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은 국민 전체를 부끄럽게 하는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2018년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앞으로 비핵화를 위한 과감한 조치들이 관련국 사이에서 실행되고 종전선언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고 했고, 2019년에는 “인류 역사상 가장 긴 정전을 끝내고 완전한 종전을 이뤄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해 연설에선 “종전선언이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제적 관심사이자 우리를 위협하는 북한 비핵화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이쯤 되면 북한이 그토록 원하는 종전선언 신앙론자라고밖에 볼 수 없다. 공산당이 싫어 월남한 실향민 2세라는 그의 말에도 의문이 간다. 도대체 그의 본심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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