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계열사 부당 지원’ 삼성생명에 또 유리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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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징금 등 징계 수준 가벼워질 가능성 높아져… 시민단체 “삼성 봐주기” 반발

김학형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1-10-12 14:55:15

▲ 금융위 법령심의위는 삼성생명의 ‘삼성SDS 부당지원’에 대해 “보험업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삼성 봐주기’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은 삼성생명. ⓒ스카이데일리

금융위원회 법령해석심의위원회(이하 금융위 법령심의위)가 또다시 삼성생명에 유리한 해석을 내놨다. 작년 12월 금융감독원(금감원)은 기관경고 등 중징계를 결정했지만, 금융위 의결이 필요한 일부 징계는 가벼워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12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금융위 법령심의위는 삼성생명의 ‘삼성SDS 부당지원’에 대해 “보험사가 계열사에 계약 이행 지연 배상금을 청구하지 않은 행위는 보험업법에서 금지한 자산의 무상 양도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요양병원 암보험 입원비 미지급’과 ‘삼성SDS 부당지원’을 이유로 삼성생명에 중징계에 해당하는 기관경고와 과징금·과태료 부과, 일부 임직원에 3개월 감봉·견책 징계를 결정한 바 있다.

이를 최종 의결하기 위해 금융위는 6차례 안건소위원회를 열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고, 올 8월에야 자문기구인 법령심의위에 넘겼다. 당시 법령심의위는 삼성생명의 ‘요양병원 암보험 입원비 미지급’과 관련해 “의사 자문 없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해도 약관 위반은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금융정의연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참여연대 등의 시민단체는 금융위의 삼성생명 제재안 지연을 특혜로 규정하며 중징계를 촉구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한화생명 때와는 달리 삼성생명의 제재안을 확정짓지 않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라며 “금융위에게 ‘삼성 봐주기’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자살보험금 미지급’과 ‘계열사 부당지원’ 등 한화생명에 대한 금감원 제재안의 경우 비교적 빠르게 원안대로 확정됐다.

이어 “‘삼성SDS 부당지원 사태’ 또한 법령 해석이 필요성 없는 범죄임에도 이날 법령심의위에 넘기면서 금감원의 징계 취지를 무시한 채 의도적으로 제재안 확정을 지체시켰다”며 “금융위가 이유 없는 제재안 확정 지연과 제재의 취지를 벗어난 의미 없는 법령 해석을 강행하면서, ‘삼성 봐주기’를 위해 징계 철회에 대한 면피용 변명을 준비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또한 삼성생명이 전산시스템 구축 기한을 지키지 않은 그룹 계열사 삼성SDS로부터 지연배상금을 받지 않으며 삼성SDS를 부당하게 지원했고, 삼성생명에게 부당한 손실을 입혔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는 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에 대한 부당한 내부 지원을 금지한 보험업법 제111조 위반 및 계열회사에 대한 불공정 거래 행위를 금지한 공정거래법 제23조 위반이다”라며 “이 같은 삼성의 명백하고 노골적인 불법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징계해야 마땅하지만 금융위는 무책임한 행태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 6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생명에 대한 제재 지연을 질타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일부러 지연하는 게 아니다”라며 “법적 이슈가 있어 좀 더 보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학형 기자 hh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