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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의 성경&정치·경제

“백성의 신뢰를 잃으면 나라가 바로 설 수 없다”

가족 스캔들 휘말린 대선 … 2등 후보들에 기회 올 가능성은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12-19 09:50:08

 
▲ 안호원 칼럼니스트·목사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오직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 <빌립보서 4 : 6 ~ 7>
 
“정치란 무엇입니까” “식량을 풍족히 저장하고 군비를 넉넉히 갖추고 백성에게 신뢰받는 것이다” “그 중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어떤 것을 버려야하나요” “군비다” “또 하나를 버린다면요” “식량을 버려라. 백성의 신뢰를 잃는다면 나라가 바로 설 수가 없다” ‘공자’는 국가유지의 가장 주요한 요소로 ‘백성의 신뢰’를 꼽았다. 실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민심이 이반한 국가들은 예외 없이 망했다. 이런 진리를 “임금은 ‘배’,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뒤집어엎을 수도 있다”고 표현한 건 ‘순자’였다. 백성이 겉보기엔 조용하고 어수룩해 보일지 몰라도 결코 바보는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국민이 사나운 물이 되는 것은 정권이 백성의 신뢰를 잃을 때 발생한다. 그런 논리대로라면 촛불혁명의 물줄기에 얹혀 권력을 차지한 현 정권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다. 정부가 지난달 1일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에 들어가면서 아무런 대비를 안 한 결과가 결국 다시 거리두기 강화로 돌아가게 됐다. 무너진 건 의료시스템만이 아니다. 방역패스 역시 황당하다. 백신 예약시스템 대란을 겪고도 똑같은 혼란이 반복되고 있다. 사회부총리, 질병관리청 홈페이지 창에 적나라하게 올라오는 댓글들이 신뢰에 대한 물음에 답을 대신해주고 있는 것 같다.
 
사태 초기부터 자화자찬 일색으로 전문가의 말을 무시하면서 오락가락, 우왕좌왕해온 정치적 방역이 ‘K-방역’의 허상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 분노한 민심의 뒤끝이다. 조용히, 묵묵히 정부를 뒤따르던 백성이 서서히 노도(怒濤)로 돌변하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래 비전을 놓고 겨루는 거대 담론장이 되어야 할 대선판이 엉뚱하게도 후보들의 가족문제로 뒤틀리면서 대선을 흔드는 느낌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의 허위이력 논란이 불붙은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아들의 도박 의혹이 전면에 부상하면서 정책대결은 실종되고 가족 잡음만 확산되는 등 국민들의 피로감이 넘쳐나면서 참담함을 느끼고 있다.
 
“대선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여야 후보 진영, 본인, 가족비리가 서로 물고 물리는 범죄 혐의자들끼리의 역대급 비리 대선이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이젠 그만들 했으면 한다. 이들의 추태를 보는 국민들은 이제 지겹고 지칠 정도다. 더구나 여야 후보들의 정책도 여야 구분 없이 퍼주기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특히 후보들이 문재인정권과의 차별성이 있는 새로운 정권 창출 방안을 제시하기는커녕 특정 이익집단에 영입하는 짜깁기 공약만 난무하고 있다. 국민을 피곤하게 하고 있다” “수십 년을 선거를 했지만 이번만큼 어느 당, 어느 후보가 더 좋은지 선택하기가 참 힘들다. 그러다 보니 누가 덜 나쁜 후보인지를 기준으로 선택을 해야만 하는 선거가 되어버렸다. 국민이 보기엔 50보 100보인데도 후보들끼리 서로 손가락질하는 역대급 비리 대선이 되어버렸다. 저런 후보들이 대통령이 되는 나라는 과연 어떻게 될지 미래가 걱정된다. 나 같은 촌부가 이렇게 걱정 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겠지만 오늘도 망연자실하는 하루를 보내며 애꿎은 술로 마음을 달랜다”며 긴 한숨을 쉬는 국민이 많다.
 
그래서일까. 요즘 분위기가 겨울 날씨처럼 차갑기만 하다. 그야말로 ‘제사에는 마음이 없고 젯밥에만 마음이 가있는 것’ 같다. 유권자인 국민의 존재를 잊어버린 것 같다. 그렇지 않고는 이렇게 국민을 피곤하고 혼란스럽게 하는 분탕질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양당 후보들이 가족 리스크란 악재 속에 고군분투 중이다. 이 후보는 이 후보대로 한껏 몸을 낮춰 국민에게 사과했고, 윤 후보는 윤 후보대로 국민에 대해 심려를 끼쳐드려 늘 죄송한 마음이라면서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나 이번 아들(이 후보)과 부인(윤 후보)에 관한 논란에 대처하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태도는 매우 이율배반적이다. 겉으로는 몸을 낮추고 사태수습을 시도하는 것처럼 하면서도 여전히 상대후보 가족을 겨냥, 사과의 진정성을 문제삼으며 날을 바짝 세우고 있어 국민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거대 양당의 후보는 물론 가족의 과거 행적들이 도마 위에 오른 최초의 대선판이 됐다. 양당 다 쟁점화 된 후보 가족문제가 구체적이고 심각해 보이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은 과연 어디까지 검증하고 평가해야 할지 매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과반수가 아니라 다(多)득표자가 당선되기 때문이다. 특히 양당 후보들은 비호감도가 각각 절반을 넘고 있다. ‘하나가 울면 또 다른 하나는 웃는다’는 옛말이 있다. 후보들의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면서 미소를 짓는 또 다른 사람들이 있다. 지금이야말로 경선 2등 후보들이 지원에 나설 시점이란 얘기가 여야 모두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얘기다. 이분들의 공통점은 모두 양당 후보들에게 석패한 2인자들이며 연고지에서 도지사를 지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와 홍 의원 둘 모두 경선 이후 별다른 공개활동은 하지 않고 있다. 양당 후보 2명이 모두 가족 리스크로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다. 한 명은 아들, 다른 한 명은 아내 문제로 곤욕을 치르면서 지지율 반등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양당 후보들이 구원을 요청할 만한 사람은 이제 2인자들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2인자들이 1인자가 갖지 못한 것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의 약점 중 하나가 호남 지지율이다. 현재 60%대를 기록하고 있는데 과거 호남이 민주당 대선 후보들에게 보낸 지지율에 비춰 보면 낮은 수준이다. 반면 이 전 대표는 호남에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다. 전남에서만 5선 국회의원을 지내고 거기에 전남도지사까지 역임했다. 지난 당내 경선 때도 호남에서만큼은 이 전 대표가 이 후보를 꺾었던 바 있다. 결국 이 후보로서는 호남 표심을 얻으려면 먼저 이 전 대표의 마음부터 얻어야 할 판이다. 그러나 뜻대로 움직이기 어려운 게 사람 마음이니 어쩌나. 이 후보가 여러 차례 손을 내밀고 있지만 이 전 대표가 선뜻 잡을 생각은 없는 것 같아 보인다.
 
윤 후보도 이 후보와 처지는 마찬가지다. 홍 의원에게는 있고 윤 후보에게는 없는 것, 바로 MZ 표심이다. MZ세대는 내년 대선 최대 캐스팅보터로 꼽히고 있는데 윤 후보의 상황이 그다지 낙관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윤 후보가 청년 유권자를 잡기 위해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사람이 바로 홍 의원이다. 현재 홍 의원은 “백의종군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역할이 없는 대구 선거대책위원회에 고문으로 이름을 올리기로 했다”는 글만 올렸을 뿐 움직일 기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지역 선대위에 명의만 올렸을 뿐 윤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는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것마저 거부하면 방관자라고 또 시비 걸 테니 불가피한 조치다”고 지지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여기에 홍 의원은 이 전 대표와 달리 자당 후보에게 연일 쓴소리까지 내뱉고 있다.
 
양쪽 후보 모두 가족 리스크란 악재에 고전하고 있는 와중에 일각에선 ‘후보 교체론’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여권은 이 전 대표, 야권은 홍 의원이 유력한 교체 카드인데 이 상황에서 이 후보를 바라보는 이 전 대표. 윤 후보를 바라보는 홍 의원의 진짜 속마음은 무엇일까. 당연히 퇴진하기를 바라겠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인다. 양당 후보와 가족의 범법행위로만 도배되고 있는 콩가루 대선이라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으나 결국은 최악(最惡)을 피해 차악(次惡)을 선택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와중에 코로나에 대한 정부 대응은 늘 같은 패턴만을 반복하면서 특별한 대책조차 안 보인다. 늘 나서던 대통령의 얼굴도 안 보인다. 현 정부 공무원의 마음가짐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정부의 거리두기 방침으로 결국 희생은 다시 국민들 몫으로 돌아갔다. 이래저래 불쌍한 건 지도자를 잘못 만난 국민뿐이다. 이제 와서 누구를 탓하겠는가.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마태복음 11 :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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