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진칼럼] 히틀러가 화가가 됐다면 인류 역사는 어떻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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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지도자 건강을 반드시 사전에 검증해야 하는 이유

조정진 발행·편집인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1-11 10:30:04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사이코패스·양아치인데 우리 당에도 사이코패스·양아치가 있다.”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나온 말이다. 이준석 대표 사퇴결의안을 논의하는 와중에 이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를 싸잡아 ‘사이코패스·양아치’로 평가해 이날 국민 사이에 크게 회자했다. 지난해 10월엔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부인인 신경정신과 의사 강윤형 씨가 이 후보를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일컫는 ‘소시오패스’로 규정했다. 강 씨는 “(이 후보는) 남의 고통이나 피해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본인은 괜찮은데 주변 사람들을 괴롭게 하는 것이 소시오패스의 전형”이라고 했다.

사실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명색이 집권당 대선후보가 ‘사이코패스·소시오패스·양아치’로 불리는 현실 자체가 시대의 비극이다. 국가를 대표하는 정치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의 정신적·육체적 건강 상태는 대단히 중요하다. 혹시 숨겨놓은 질병이라도 있으면 지도자 본인과 해당 국가는 물론 주변국에게까지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역사상 통치자의 질병이 세계 역사를 뒤바꾼 사례는 부지기수이다.

인류 역사상 최고의 악당으로 평가받는 아돌프 히틀러는 원래 화가 지망생이자 병역기피자였다. 미대 진학에 두 번 실패했다. 그를 떨어뜨린 유대인 미대 학장이 건축학과를 제안했지만 예술가의 꿈이 무산된 한이 훗날 유대인 학살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오스트리아가 조국인 히틀러는 병역을 피하기 위해 독일로 이주했지만 체포돼 강제로 신체검사를 받았으나 허약하다는 이유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술과 담배는 물론 고기류조차 안 먹는 채식주의자로 다한증·위경련·불면증·수전증을 앓았다. 말년에는 조울증과 치매, 시력 저하로 고생깨나 했다.

제1차 세계대전의 영웅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는 재임기간 내내 우울증을 앓았다. 이로 인해 그는 과감한 작전으로 전투에서 여러 번 대승을 거뒀지만, 때로는 터키 건함 공격 등 불필요한 학살을 명령하기도 했다. 두주불사에 골초이기도 했다. 미국 방문 길에는 백악관에서 심장마비를 일으켰고, 재임 중 반신이 마비되기도 했다. 하지만 처칠은 임기 내내 자신의 숱한 질병들을 비밀에 부치는데 성공했다.

소련의 붕괴는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의 탁월한 통치술도 작용했지만 소련 공산당 서기장들의 잇단 사망이라는 내부 요인도 컸다. 5대 서기장 레오니트 브레즈네프는 심장병과 신경계 질환·백혈병을 앓다 세상을 떠났고, 후임 유리 안드로포프는 당뇨·고혈압으로 취임 2년도 안 돼 사망했다. 이어 등극한 콘스탄틴 체르넨코마저 취임 13개월 만에 폐기종으로 절명했다. 레이건이 “이렇게 계속 지도자가 죽어나가니 소련과 대체 무슨 일을 같이 할 수 있겠는가”하고 탄식할 정도였다. 러시아 최초 비공산당원 지도자 보리스 옐친 대통령은 지독한 보드카 중독자로 툭하면 심장 발작을 일으켜 참모들을 식겁하게 했다.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최고의 매력남 존 F. 케네디는 별명이 ‘움직이는 종합병동’으로 불릴 정도로 타고난 약골이었다. 신체 면역에 필수인 아드레날린 분비선이 제 기능을 못하는 에디슨병을 비롯해 군 복무 시절 생긴 만성 척추장애로 진통제와 척추교정기를 늘 달고 살았다. 위궤양과 대장염도 있었다. 평생 주체 못한 성적 욕구는 과도한 진통제와 스테로이드 후유증이라는 분석이 있다. 2년 반 재임하며 9차례나 병원에 실려 갔고, 영국 방문 때 등 2차례 기절했다.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냉전 종식 대통령 레이건은 이미 노화가 시작된 69세에 취임했으나 두 달 만에 총기 테러를 당하는 등 죽음의 문턱을 여러 번 오르내렸다. 취임 4년차엔 9시간 동안 결장암 수술을 했고, 퇴임 후엔 알츠하이머와 치매 진단을 받았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4연임한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39세 때 걸린 척수성 소아마비로 이후 평생을 일어서지도 걷지도 못했지만 12년간 훌륭하게 대통령직을 수행했다. 앞선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파리평화회의 참석 중 걸린 스페인 독감에 뇌졸중까지 겹쳐 임기 내내 고생했다. 조지 H. W. 부시는 TV가 생중계하는 만찬 도중 구토 후 기절했다. 백악관은 장염이라고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스스로 트위터에 올려 주목을 받았다. 자기의 질병을 숨기지 않은 첫 번째 지도자로 이름이 올랐다.

대선후보의 정신건강은 명백하게 공적인 영역이다. 이재명 후보는 성남시장 시절 친형 등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거니 시도한 사실이 있다. 잦은 말 바꾸기도 예사롭지 않다. 야당과 언론은 결코 통치자가 되면 안 되는 병력을 가진 후보가 완주하지 못하도록 매섭게 검증해야 한다. 한 사람의 질병이 5000만명을 불행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