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되고 싶은 미미 <40> 사슴을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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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형의 아침 동화

최문형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4-29 08:45:01

“맞아, 그래서 식물들은 나 같은 동물도 아껴주면서 살아왔지. 그런데 나무야, 내가 궁금한 건 사슴이 너의 잎을 먹고 아프다고 해서 혹시 너도 어디가 아픈 게 아닌가 하는 거야.” 나무는 순간 가지를 파르르 떨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미미는 나무의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

“미미, 걱정해 주어 고마운데, 우리들은 아픈 데 없어. 여기 봐, 잎 색깔도 파랗고 좋아 보이지 않아?” “아, 정말 그러네. 너희들은 건강하다니 정말 다행이야. 아프지 말아야 해. 그럼 또 만나!” 미미는 안타까워하는 알프 요정에게 이제 돌아가자고 했다. 미미와 빅, 미소와 수수 형제는 나무와 사슴 가족과 작별하고 골짜기를 빠져 나왔다.

“미미!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돌아가서 좀 쉬어. 시간이 지나면 차차 문제가 밝혀지겠지.” “요정님, 우리가 함께 문제를 찾아볼 게요. 빨리 알아내야 사슴을 한 마리라도 더 구해줄 수 있을 텐데, 걱정이에요.” 미미는 요정과 헤어져 동고비 아줌마 도도에게로 향했다. 나뭇가지에 앉아 졸던 아줌마는 멀리서 오는 미미 일행을 알아보고 화들짝 했다.

아줌마는 꿈인가 하고 몇 번씩 날개를 퍼덕이며 가지에서 날아올랐다 앉았다를 반복했다. “아줌마, 점심체조 하시는 거예요?” 어느새 다가온 미미가 아줌마를 놀렸다. “어! 미미? 정말 미미 맞네!” 도도 아줌마는 날쌔게 나무 아래로 내려와 미미를 끌어안았다.

아줌마의 가슴 털 때문에 미미는 몇 번 재채기를 했다. “저 왔어요, 아줌마! 동생 미소랑 제가 늘 얘기했던 용감한 친구 빅도 함께요.” “아! 네가 바로 동생 미소로구나. 개구쟁이 아이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법 의젓한 걸! 그리고 빅? 빅은 딱 봐도 개미 왕국의 영웅이야!” 그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고 아줌마네 거실로 갔다.

“그런데 미미, 무슨 일이 있는 거지? 갑자기 이 숲에는 무슨 일이야? 나야 너를 이렇게 만나서 좋다마는….” “도도 아줌마, 알프 요정이 제게 도와달라고 했어요. 숲의 사슴들이 이유 없이 죽어 간다고요. 그래서 지금 사슴골짜기에 가서 사슴과 나무를 만나보고 오는 길이에요. 천사 같은 눈동자를 가진 사슴들이 하나씩 죽어가고 있는 걸 보니….”

미미는 말을 잇지 못했다. 미미의 말을 이어 빅이 상황을 이야기했다. “아픈 사슴들을 보니 음식에 문제가 있는 거 같은데 그들의 음식인 나무에게 물어보니 나무는 아픈 데가 없다고 하네요.” “사슴골짜기의 일은 나도 들었어. 매일 엄마와 아기들이 한 마리씩은 죽어나가니 하! 도대체 어찌된 건지 나도 마음이 아프단다. 먼 길 오느라 힘들었을 텐데 오늘은 좀 쉬고 내일 같이 의논해 보자꾸나.”

“그런데 미미! 혹시 사슴 똥을 봤어?” 갑자기 생각난 듯 수수가 물었다. “똥은 왜?” “우리도 무언가를 잘못 먹고 배가 많이 아플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아버지는 똥을 조사하시더라고. 사슴들이 나뭇잎 말고 다른 걸 먹은 게 있을지 몰라.” “그럴 수도 있겠네. 똥에 들어 있는 성분을 분석하는 건 우리 개미들이 아주 잘 해. 미미, 그 일은 나에게 맡겨.” 빅이 신중하지만 자신 있게 말했다.

수수 형제는 집으로 돌아가고 미미와 미소, 빅은 도도 아줌마가 마련해 준 나무 둥치 안 아늑한 방에서 잠을 청했다. 꿈에서 미미는 낮에 본 나무를 보았다. 나뭇가지가 무서운 속도로 빠르게 자라더니 하늘로 치솟았다. 구불구불하고 거대한 가지였다. 하늘을 점령한 나무는 갑자기 가지를 땅으로 내렸다. 우당탕탕! 무서운 소리와 함께 가지가 산과 숲을 뒤덮었다. 숲의 동물들이 모두 기절했다. 숲은 순간 어둡고 무거운 정적에 싸였다.

[글: 최문형 / 그림: 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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