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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새 정부는 ‘제조업 생태계 복원’에 올인하라

일본의 추락은 제조업 생태계 붕괴가 원인

한국은 중국 추격으로 ‘제2의 일본’ 우려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2-05-16 09:24:30

▲ 김상철 G&C Factory 대표
 
정점에서 내려오는 국가가 다시 올라가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구태여 멀리 내다볼 것도 없이 이웃 일본을 보면 애처롭기까지 하다. 불과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시장을 호령하던 일본의 추락 원인에 대한 분석이 봇물 터지듯 한다. 어떠한 경제 대책도 먹히지 않을 만큼 환부가 넓고 깊다. 
 
지난해만 해도 코로나19 대책으로 쏟아 부은 돈이 미국이나 유럽 국가보다 월등히 많은 국내총생산(GDP)의 무려 60%(3600조원)를 투입했지만, 경제가 나아질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절벽, 지방 소멸, 디지털 경제 전환 지연, 정치 후진성, 칸막이 행정, 저생산성 등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의 문제가 지적된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모노즈쿠리(장인의 혼을 담아 제품을 만드는 것)’로 상징되는 일본 제조업의 몰락이다. 잘나가던 시절 무시하거나 경시하기까지 했던 한국 제조업에 1등 자리를 내준 것이 치명적 원인이다. 반도체를 비롯해 가전·정보기술(IT)·조선 등 일본의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간판 기업이 속절없이 무너지면서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게 일본은 과거나 현재에도 늘 극복의 대상이다. 양국 간의 역사적 그늘이 있기도 하지만 한국 경제가 글로벌화하는 과정에서 일본 경제와 제조업은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일본 기업을 넘지 못하면 영원히 2등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혀 있기도 했다. 난공불락으로 포기할 수밖에 없는 절망적인 시기도 있었지만 일본 제조업이 자충수를 두면서 반전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잽싸게 낚아챘다. 
 
이를 두고 일본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의 오너 경영이 일본 기업의 전문 경영 약점을 뛰어넘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1990년대 중반 이후 20여년 동안 일본의 자리를 꿰찬 한국 기업이 외견상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강자로 우뚝 섰다. 
 
하지만 부품이나 소재에 대한 원천 기술 혹은 자원 부족으로 인해 해외 의존도가 높다 보니 여전히 좌불안석이다. 외부 여건이 악화하면 여지없이 흔들리는 구조적 취약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갈수록 국내 제조업 생태계는 약화하고 있고, 모두가 안보다 밖을 쳐다보면서 중심축이 궤도를 이탈하는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언제부턴가 우리 내부의 화두가 우리가 ‘제2의 일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이에 대해선 국내에서도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일본과 다른 점이 있기는 하지만 상당 분야에서 갈수록 일본과 흡사해지는 모습을 부인하기 어려운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일본이 걸어간 길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 않다고 항변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위선이고 가식이다. 
 
심지어 일본에서조차도 이례적으로 한국의 경제의 미래에 대한 부정적 분석과 평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이를 더 면밀한 관점에서 보면 제조업 경쟁력에서 일본이 한국에 밀려난 경험이 마침내 한국에도 후발주자인 중국의 거센 추격에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실제로 한국을 앞서가는 중국의 제조업 부문이 나와 있고, 한국이 앞서가고 있다는 부문에서도 중국과의 격차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부문에서 턱밑까지 추격을 하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틀리지 않는다. 제조업 기반이 허물어지면 제2의 일본이 되는 것은 결국은 시간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부품·소재 특정국 의존도 탈피 다변화와 국내 공급 능력 확대를 위한 재정비 서둘러야
 
한국 제조업이 직면하고 있는 내·외부 환경을 종합적으로 보면 말 그대로 설상가상이자 사면초가다. 제조업의 핵심인 반도체의 경우 향후 10년간 부족 인력이 3만명이나 된다. 한 해 대학에서 배출하는 인력은 고작 650명이다. 석·박사급 인력은 겨우 150명이다.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에 묶여 만성적 인력 부족이 계속되고 있다. 반도체 초강대국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있지만, 투입 예산은 미국의 10분의 1에 불과한 수준으로 구호만 화려하다. 
 
고급인력 양성 예산도 애초 계획보다 40%나 깎인 2100억원으로 결정됐다. 반도체 글로벌 패권을 둘러싼 기술 속도 경쟁이 점입가경인데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을 정도로 무사안일하다. 세계 최강을 뽐내던 원전 생태계는 탈원전으로 쑥대밭이 돼 원상태로 복원하는 데만 수년이 걸린다. 세계 시장에서 원전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강 건너 불구경을 해야 할 처지이다. 전기차 배터리 부문의 구인난도 심각하다. 미래 먹거리인 만큼 상당한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지만, 기업은 인력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세계 반도체 생산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대만은 학과 정원을 10% 늘리는 등 생태계에 사활을 걸면서 우리보다 압도적 우위를 보인다. 중국도 적극적이다. 최근 중국 칭화대에 반도체 단과대를 개설하는 등 20만명이나 부족한 반도체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이나 대만 기술인력 유치에 혈안이다. 
 
미국 등 해외에서 유학한 자국 기술인력을 자국으로 유턴시키기 위해 갖은 당근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에 비해 한국의 해외 유학생은 국내에 마땅한 자리가 없어 해외에 주저앉는 고급인력이 많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우리 대학의 현주소를 보면 한심하고 절망적이기까지 하다.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을 전혀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 순위는 갈수록 뒤로 밀려나면서 아시아권에서도 하위로 처지고 있는 형편이다.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대학의 커리큘럼이 혁신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문과·이과로 나누는 획일적 방식이 아닌 융복합을 서둘러야 한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 충족을 위해 학위만 주는 곳이 아닌 평생교육 현장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국내 생태계가 무너지면 부품이나 소재에 대한 해외 의존도가 증가하기 마련이며, 공급망이 붕괴하면 일시에 제조업 기반이 산산조각이 나는 것은 사필귀정이다. 신냉전과 이에 따른 보호주의가 기승을 부린다. 특히 자원 부국들이 원자재를 무기화함으로써 한국과 같은 자원 빈국의 입지가 크게 약화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 기업의 발목을 잡기 위해 언제든지 이를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기도 하다. 이제 막 출범한 새 정부가 5년간의 국정 비전과 과제 청사진을 의욕적으로 제시해 눈길을 끈다. 전 정부와는 다른 정책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고 기대하게 한다. 아무리 출발이 화려해도 경제에서 성과가 나지 않으면 민심의 이탈을 막기 어렵다. 
 
거리두기 해제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숨통은 트이고 있지만, 제조업 현장은 온갖 악재로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유가·원자재 가격 급등, 금리 인상, 환율 상승 등 트리플 악재는 현재진행형이다. 제조업 생태계 복원과 활력 제고에 가장 먼저 팔을 걷어붙이고 과감한 실행을 시급하게 추진해야 한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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