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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車 출고 지연에 렌터카 인기 상한가

“車 사고 싶어도 못 산다”… 자동차 빌려 타는 소비자들

반도체 수급난·우크라 사태로 車 출고 1년 넘게 걸려

소비자 “출고 현황에 진척 없어 자동차 계약 취소했다”

‘렌터카 100만 시대’… 반사이익, 렌터카 업체 향했다

기사입력 2022-05-24 00:07:00

▲ 주차장에 차량들이 주차된 모습. ⓒ스카이데일리
     
2020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우크라이나 사태 등 글로벌 공급망 이슈까지 겹치면서 자동차업계가 부품 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자연스레 업계는 신차 출고 시간을 지연시키고 가격을 올리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며 방어에 나선 상황이다.
 
이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은 새로운 차량을 구매하는 대신 자동차 장기 렌트, 리스 등 자동차 대여 시스템을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업계에 닥친 불황의 반사이익이 렌터카 업계를 향한 셈이다. 실제로 롯데, SK 등 렌터카 업체들의 올해 1분기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됐으며 렌터카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수도 100만명을 넘어섰다.
 
신차 가격 치솟는데, 업체는 '출고대란‘… “기다리다 지쳐 계약 취소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일어나자 자동차업계는 이 영향으로 차량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해 부품 공급량을 줄였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자동차 수요가 늘면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발생했다. 이와 함께 올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부품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자동차 출고 기간이 1년 이상 소요되는 이상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일부 소비자는 출고를 기다리다 지쳐 아예 계약을 취소하는 사태가 불거지기도 한다.
 
올해 2월 현대자동차의 경형 SUV 캐스퍼(CASPER)를 계약한 이보영(가명·24)씨는 “모아둔 돈에 퇴직금을 더해 큰 맘 먹고 차를 장만하기로 했는데 반도체 수급난으로 출고까지 6개월 이상 걸린다는 업체의 설명에 화들짝 놀랐다”며 “이후 상하이 봉쇄 및 우크라이나 사태로 반도체 공급난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언론의 보도를 연이어 접하고, 내차 출고 현황을 볼 수 있는 화면에서도 상황에 진척이 없어 결국 지난달 계약을 취소하고 말았다”고 하소연했다.
 
신차 구매 플랫폼 겟차의 지난달 주요 신차 출고 대기기간을 보면 업체별로 현대차 아이오닉5 및 싼타페 하이브리드의 경우 출고까지 12개월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경우 8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인기차종 중 하나인 제네시스 시리즈의 경우도 3~6개월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G70의 경우 출고까지 3개월 걸려 비교적 빨리 차량을 받아볼 수 있었지만, G70 및 G80의 경우 각각 5개월, 6개월의 대기기간이 필요한 것으로 집계됐다. 심지어 GV시리즈는 최소 8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GV60 12개월, GV70 8개월, GV80 11개월)도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자동차의 K3 및 K5 1.6 터보 가솔린과 2.0 가솔린도 5개월의 출고 대기 기간이 필요했으며 K5 하이브리드·K5 LPG는 11~12개월가량 걸렸다. 준대형 세단 K8의 경우는 연료별로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3개월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신차 구매 플랫폼 겟차에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5 차량 출고 대기 기간이 12개월 이상 소요되는 모습. [사진=겟차 홈페이지 갈무리]
    
실제로 스카이데일리가 서울시 내 현대자동차 대리점에 문의한 결과 관계자는 신차 출고 대기 기간과 관련해 “인기 차종 같은 경우 6~9개월가량 기다려야 하는 것이 평균”이라며 “아이오닉5는 1년 넘게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연료별, 차종별로 출고 대기 시간을 잘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깡통차’(옵션을 추가하지 않은 차량)의 경우 더 빨리 받는 케이스도 있어 옵션에 따라 대기시간이 달라질 수 있으며, 취소 차량이 나오면 바로 받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차량 구매 시 변동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차 출고기간이 길어져 자동차를 구매하고 싶어도 살 수 없는데다 부품난 등의 이유로 가격마저 인상되는 ‘카플레이션(car + inflation)’이 길어지면서 소비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11일 한국자동차연구원(한자연)은 산업동향을 발표하며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난, 소재가격 급등 등에 따른 제조 원가 상승으로 각국의 신차 가격이 고공행진 중이며 이러한 현상을 야기한 근본적인 문제는 현재도 해결되고 있지 않다”며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자동차 부품 공급망에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카플레이션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완성차 기업들은 이익률이 낮은 소형 세단·해치백 등의 생산을 줄이고 수익성이 높은 SUV나 픽업트럭, 프리미엄 등 차종의 비중을 확대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2022년형 그랜저를 출시하면서 가격을 190만원가량 인상했고, 기아도 K8의 연식 변경 모델 ‘더 뉴 K8’을 선보이며 가격을 약 2% 올렸다. 르노코리아 역시 3월 출시한 2023년형 모델 XM3의 가격을 1865만원으로 책정하면서 이전 모델 대비 최소 24만~최대 119만원가량 인상했다. 한국지엠 또한 2022년형으로 출시한 쉐보레 픽업트럭 콜로라도의 기본 가격을 3830만원에서 4050만원으로 200만원 이상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자동차업계 불황 반사이익, 렌터카 업체 향했다
 
이처럼 자동차 가격이 치솟고, 신차 출고가 1년가량 지연되자 소비자들은 자동차를 구매하는 것 대신 장기렌트나 리스를 이용하는 식으로 소비패턴을 바꾸는 등 새로운 선택에 나서고 있다. 이에 롯데·SK 등 렌터카 업체들은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의 ‘2022년 전체 렌터카 동향 분석’에 따르면 렌터카의 차종별 등록 대수는 101만5386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3·4분기에는 각각 97만9317대, 99만7176대로 100만대를 넘어서지 못했으나, 올해 1분기 들어 처음으로 100만대를 넘기면서 ‘렌터카 100만시대’가 열렸다.
 
업체별로는 같은 기간 롯데렌터카가 24만8219대로 21.5%의 점유율을 보유해 업계에서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SK렌터카는 15만5073대(13.4%), 현대캐피탈 14만9925대(13%), 하나캐피탈 4만1662대(3.6%), 기타 업체 55만9759대(48.5%) 순으로 점유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오동훈] ⓒ스카이데일리
 
렌터카 업체의 실적 또한 증가세를 시현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템에 따르면 롯데렌탈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연결기준 648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 늘었다. 영업이익도 705억원(전년 동기 대비 43.3%↑)의 실적을 내 1분기 영업이익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당기순이익도 3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7% 크게 늘었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장기렌터카의 성장세가 지속되고, 중고차 사업 실적 호조 등으로 기존 성장동력들의 작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2분기 이후에도 실적 개선 추세는 유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SK렌터카도 장기렌터카 이용 고객이 증가하면서 올해 1분기 성적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매출액은 3109억원으로 1년 전보다 25.1%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2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4%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89억원으로 47% 증가했다.
 
렌터카업체들이 연이은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캐피탈 업체들도 자동차 리스, 장기렌트 등 차량 대여 상품에 대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렌터카 시장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3위인 현대캐피탈은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G90 출시를 기념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말까지 제네시스 전용 금융 프로그램인 ‘G-FINANCE’을 통한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다. 올해 들어 자동차리스 전용 프로그램인 ‘K-솔루션(Solution)’을 장기렌터카로 범위를 확대하면서 1년간 월 납입금 1만원 할인 등의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아울러 현대차의 전기차 모델을 렌터카로 이용하는 고객에게 제주도 2인 왕복항공권, 렌터카 60시간 이용권, 5성급 호텔 숙박권 등의 여행 혜택을 제공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업계에 닥친 반도체 공급난은 4~5년가량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자동차업계의 강세를 이끌고 있는 전기차의 경우 반도체가 2개 이상 필요하기 때문에 전 세계에 걸쳐 자동차업계의 ‘주름살’이 깊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교수는 렌터카업계와 관련해서는 “(반도체)공급난에 이어 카플레이션까지 겹치면서 차량 순환 사이클이 느려졌다”며 “차량 생산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중고차로 유입되는 매물도 자연스레 줄어 가격이 올랐고, 당분간은 렌터카나 리스상품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기찬 기자 / gckim@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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