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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 X세대는 왜 진보가 됐나(下-경제적 환경)

외환 위기 직격탄… 상대적 박탈감이 反보수 불러

소득수준은 높지만 정치적 성향은 진보적인 X세대

10대, ‘3저’효과로 경제호황 경험… 중산층 증가

20대, 외환위기를 겪으며 보수정권에 대한 반감↑

기사입력 2022-06-27 00:03:57

 
노무현 전 대통령이 노사모 회원들을 향해  손을 들고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별취재팀=박선옥 부장|김경미·노태하·김나윤 기자] 
 
노무현 정권의 이중성에서 탄생한 강남좌파
 
강남좌파는 대한민국 사회의 진보적 이념이나 생각을 가진 고학력, 고소득 계층을 지칭한다. 국내에서 강남좌파라는 말은 사실 노무현 정권의 이중성에서 비롯된 부정적 단어였다. 이 말은 노무현 정권 당시 부동산 폭등이 최대 이슈가 됐을 때, 개혁을 위해서 태어난 것처럼 떠들었던 친노세력 상당수가 실제로는 강남의 고급 아파트에서 살고있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생성된 신조어이다.
 
하지만 강남좌파에 대한 본격적인 담론은 진보 논객 강준만 교수(전북대 신문방송학)강남 좌파 : 엘리트 순환의 수호신인가?’ 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면서 처음 등장하기 시작했다. 강 교수는 이 글에서 강남좌파를 소득과 학력 수준은 강남 사람 못지않은 부유층이지만 생각은 좌파적인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반드시 강남에 살아서 강남좌파가 아니라 타 지역에 살더라도 강남 수준의 풍요로운 생활을 하면서 그들만이 주장하는 선과 공정, 정의를 앞세워 반대파를 무차별로 공격한다. 그리고 사회적 약자의 대변인인 것처럼 행세하지만 실제로는 서민의 기회를 짓밟는 온갖 위법·탈법 행위를 하는 사람을 가리켰다.
 
강준만 교수의 이러한 기준이라면 이해찬·조국·유시민·손혜원·윤미향·박원순·장하성 등은 예외 없이 강남좌파에서 비켜가지 못한다. 조국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저는) 그때나 지금이나  자유주의자인 동시에 사회주의자라고 선언했는데, 당당해서 좋잖은가. 물론 여전히 좌파를 멸칭으로 쓰는 사람들도 있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담그는 걸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강남 좌파는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다른 나라들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존재한다. 미국의 리무진 진보주의자 limousine liberals’, 프랑스의 고슈 카비아gauche caviar(캐비아 좌파)’, 영국의 샴페인 사회주의자 champagne socialist, 독일의 살롱 사회주의자 salon socialist’, 캐나다의 구치 사회주의 Gucci socialist’, 호주의 샤르도네 사회주의자 chardonnay socialist(고급 와인 사회주의자)’ 등에 상응하는 게 바로 한국의 강남 좌파다.
 
경제적 호황과 불황을 겪은 X세대... 정치적 성향에 영향을 미쳤을까
 
▲2015년4월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제1회 국민안전의 날 행사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청년좌파회원들이 '대한민국 정부 파산선고'라는 전단지를 날리며 기습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979년 하반기 제2차 오일쇼크가 일어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8%를 기록했다. 1980년에는 상승 속도를 더 높여서 물가가 30% 가까이 올랐다. 전두환(1980~1988) 정부는 안정·자율·개방의 안정화 정책을 시행해 소비자물가를 잡았다. 안정화 시책의 안정은 정책의 중심이 성장에서 물가안정으로, ‘자율은 정부 주도 경제운용에서 민간주도의 시장경제로, ‘개방은 보호에서 수입 개입과 경쟁 촉진으로 경제정책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정책으로 1980년 물가상승률 28.7%에서 19887.1%까지 안정시킬 수 있었다. 경제성장률도 19801.6%에서 198712.7%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정부별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면 전두환 정부 6.8% 소비자물가지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들어서 각각 3.5%, 2.92%로 감소한다. 소비자물가지수의 감소는 생활경제에 활력을 보여준다. 지금의 X세대는 경제가 활성화되고 생활경제 안정화 속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고 볼 수 있다.
 
청주의 자영업자 40대 김기석(가명)씨는 “10대 유년 시절을 보내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독일 사회학자 만하임은 세대의 동질성을 코호트(cohort)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만하임은 동일한 시기의 태어난 동년배 집단, 코호트는 성장기에 유사한 정치·사회적 경험을 하고 동질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고 본다
 
X세대가 성장한 1980·1990년대는 정치사적 안정기에 해당한다. 반독재 투쟁이 끝났고, 공산권 붕괴로 냉전이 종식됐다. 윗세대와 달리 싸워야 할 대상이 사라진 20대의 관심은 자기 자신과 자유에 쏠렸다. 또한 이들은 경제의 호황과 불황을 겪으며 성장한 세대이기도 하다.
 
현대모터스에서 부장급으로 일하고 있는 강기환(49씨는 당시 X세대는 매일 새로운 문물을 향유하던 세대였다면서 전 세대가 누리지 못했던 문화 경제적 풍요가 눈으로 보일만큼 각자에게 다가왔고, 이는 음악과 오락이라는 즐거움으로 변화되어 가는 곳 마다 락 카페클럽이 생겨 젊은 세대들에게 자신이 먼저였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강씨는 이어 특히 군기가 바짝 선 586운동권 선배들의 모습이 멋있게 보였던 세대였고, 이들의 요구에 타협을 하면서도 개인주의가 강하게 생겨났던 세대였다개혁의 상징을 보았고, 경제의 풍요가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IMF와 같은 금융위기도 겪으며 자유를 누리면서도 자본시장에 대한 반감이 생겼던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풍요로운 성장기를 보낸 이들이 자연스럽게 집단보다 개인, 이념보다 실용, 이성보다 감성에 치우친 집단적 특성을 갖게 됐다고 볼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인터뷰에서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40대는 우리나라 최초의 개인주의 세대라며 타인을 의식하기보다 자기 자신에게 더 충실하려 했던 첫 세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이 중시하는 개인주의 가치는 정치적으로 진보를 지지하는 형태로 표출되는 게 일반적이라고 했다.
 
조국 수호조국 퇴진으로 국론이 양극단으로 갈라진 가운데 2019년11월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열린 검찰개혁, 공수처 설치, 내란음모 계엄령 문건 특검하라 촉구를 위한 제12차 촛불문화제를 마친 시민들이 국회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981년부터 1990년까지 한국의 연간 경제 성장률은 10%대였다. 1989년에만 7%로 주춤했을 뿐 198313.2% 8~12%대를 유지했다. 같은 기간 세계 경제 성장률은 최저 0.7%(1982)~최대 4.7%(1988) 정도에 불과했다.
 
또한 1986년에서 1988년 이 시기에 3저 호황이란 말이 생겨났다. ‘저유가’ ‘저금리저달러를 바탕으로 한국경제가 무릉도원이라 표현할 수 있을 만큼 호황의 시기였다. 저유가로 물가안정을 이룰 수 있었고 저금리로 외국에 진 빚에 대한 이자 부담을 낮출 수 있었다
 
또한 저달러로 엔화가치는 하락하자 미국의 수입업자가 한국 시장으로 판로를 열고 우리나라는 수출을 증가하면서 경제 성장기에 들어서게 된다. 통계작성이 시작된 1960년대 이후 처음으로 국제지수가 흑자를 기록하며 실업률도 4.0%에서 2.5%로 떨어지는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호황이 지속될 줄 알았던 한국경제는 외환위기(IMF)를 맞게 된다. X세대는 20대에 접어들며 사회초년생으로 사회에 진출하는 시기였다. 외환위기는 사회초년생들의 일자리를 앗아갔다. 1997년 당시 20대 실업률은 5.3%였고 1998년도에는 11.4%로 급증했다.
 
서울 송파에 거주하고 있는 김미현(45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권 대학에 진학한 이후 바로 IMF를 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에 입학하고 1년쯤 지날 무렵 저희 세대는 최악의 금융위기를 경험해야 했다. 당시 부모님 사업이 부도가 나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대학을 졸업하고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회사에 취직했어도 보수적인 회사문화로 인해 권위에 복종하는 삶이 이어졌다. 특히 IMF로 무너진 집안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부당함을 참으면서 회사를 다녀야 했다. 그때부터 절대 윗세대처럼 권위적인 인간이 되지 않기를 결심했다. 이런 생각들이 보수보다 진보를 선택하게 된 이유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진 덕성여대 정치학과 교수는 지금의 X세대는 어린 시절 베이비붐세대의 잘나갈 때 환경을 보다가 본인들이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시기에 어려움을 겪은 세대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IMF 외환위기는 한국경제가 저성장 사회로 진입했고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되면서 불안정 노동이 확산됐다. 외환위기 직격탄을 맞은 X세대는 경제적 좌표를 상실했다. 경제적 안정과 삶이 불투명해진 것이다.
 
한동대 J교수는 외환위기는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신자유주의 양극화와 비정규직 모든 것들의 시작이다지금의 X세대 입장에서 김영삼 정부 때 국가부도위기를 다음 대통령인 김대중 정부에서 외환위기를 벗어나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보수 정부가 떠넘긴 외환위기를 진보 정부에서 극복하면서 겪은 과정들이 진보적 성향을 갖게 한 원인이다”라고 진단했다.
 

 [김나윤 기자 / nykim@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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