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이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를 앞세워 내수 중심의 전통 제약사에서 자체 개발 제품을 수출하는 글로벌 제약사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차단제(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와 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 2(SGLT-2) 억제 기전의 당뇨병치료제 엔블로도 해외 허가와 공급계약을 확대하며 나보타에 이은 후속 수출 품목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수출 3년간 69.6% 증가…전체 매출보다 3배 빠른 성장
대웅제약의 지난해 별도 기준 수출액은 2287억 원으로 2024년 1931억 원보다 18.4% 증가했다. 수출액은 2022년 1348억원에서 꾸준한 성장을 이뤄내며 3년간 69.6% 증가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별도 매출은 1조1613억원에서 1조3909억원으로 19.8%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수출이 전체 매출보다 3배 이상 빠르게 늘었다. 별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11.6%에서 지난해 16.4%로 높아졌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연결 매출은 1조5709억원으로 전년보다 10.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968억원으로 33.0% 늘었다. 자체 개발 품목의 국내외 판매 확대가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함께 견인했다.
나보타 수출 1931억원…대웅제약 전체 수출의 84.4%
수출 성장을 이끈 품목은 나보타다. 지난해 나보타 전체 매출은 2289억원으로 처음 2000억원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수출은 1931억원으로 제품 매출의 84.4%를 차지했다. 대웅제약 전체 수출액에서 나보타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84.4%에 달한다.
나보타 수출은 2023년 1141억원에서 2024년 1560억원, 지난해 1931억원으로 2년 만에 69.2% 증가했다. 지난해 회사 전체 수출 증가액 356억원보다 나보타 수출 증가액 371억원이 더 클 정도로 수출의 선봉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나보타는 미국에서 파트너사 에볼루스를 통해 ‘주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에볼루스에 따르면 주보는 세계 최대 보툴리눔 톡신 시장인 미국 미용 분야에서 약 14%의 점유율을 확보했다. 대웅제약은 미국에 이어 유럽과 캐나다·호주·중남미·중동 등으로 판매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또 늘어나는 해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능력 확대도 진행 중이다. 대웅제약은 약 1014억원을 들여 향남 나보타 제3공장을 증설했다. 본격 가동되면 연간 생산능력은 최대 1800만 바이알로 기존보다 4배 가까이 확대된다. 수출 증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생산 병목을 미리 해소하고 미국과 유럽시장 공급을 늘리기 위한 투자다.
펙수클루·엔블로, 나보타 이을 후속 수출축
나보타가 현재의 수출 성장을 담당한다면 펙수클루와 엔블로는 수출의 다음 축을 맡을 품목이다.
국산 34호 신약인 펙수클루는 지난해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의 품목허가를 받았고 인도에서도 출시됐다. 앞서 멕시코와 에콰도르·칠레 등 중남미 시장에 진입했으며 중국과 브라질, 중남미 4개국, 중동 6개국을 대상으로 현지 허가 및 판매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은 펙수클루의 해외 성장 가능성을 가늠할 주요 시장이다. 품목허가 이후 약가와 유통망을 확보하고 실제 처방을 얼마나 빠르게 늘리느냐가 수출 성과를 결정하게 된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요법과 유지요법 등 적응증 확대도 장기적인 처방시장 확대를 뒷받침할 요인이다.
국산 36호 신약인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는 중남미에 이어 중동·아프리카로 진출지역을 넓혔다. 대웅제약은 스위스 제약사 아시노와 계약금 및 단계별 마일스톤을 포함해 총 1452억원 규모의 중동·아프리카 8개국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기존에는 브라질과 멕시코 등 중남미 10개국,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독립국가연합 지역을 대상으로 공급 및 판매계약을 맺었다. 에콰도르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품목허가를 확보했다.
대웅제약은 단일제에 이어 메트포르민 복합제 엔블로멧을 출시했으며 후속 복합제 개발도 이어가고 있다. 0.3mg 저용량으로 개발된 제품 경쟁력과 복합제 포트폴리오를 앞세워 당뇨병 유병률이 높은 중동과 중남미 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최근 5년 R&D 1조384억원…차세대 신약에 투자
대웅제약은 수출 확대 등 차세대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개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구개발비는 총 1조384억원에 달한다.
올해 1분기에도 552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입했다. 별도 매출의 16.44%에 달하는 수준으로 기존 제품의 해외 임상과 적응증·복합제 확대뿐 아니라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베르시포로신과 항암제 등 후속 신약 파이프라인에 투입되고 있다.
베르시포로신 글로벌 2상…후속 기술수출 기대
이들 연구개발 파이프라인 가운데 가장 앞선 후보물질은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베르시포로신(DWN12088)이다. 베르시포로신은 콜라겐 합성에 관여하는 프롤릴-tRNA 합성효소(PRS)를 선택적으로 억제해 폐 조직에 콜라겐이 과도하게 쌓이는 섬유화 진행을 차단하도록 설계된 계열 내 최초 신약후보다.
베르시포로신은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희귀의약품과 신속심사제도 개발 품목으로 지정됐고 유럽에서도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대웅제약은 올해 5월 한국과 미국에서 진행 중인 글로벌 임상 2상의 환자 모집을 완료했다. 임상에서는 베르시포로신 단독요법과 기존 항섬유화제인 닌테다닙·피르페니돈 병용요법의 안전성과 내약성, 유효성을 평가하고 있다.
베르시포로신 임상 2상은 최근 5년간 이어온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의 성과를 가늠할 첫 시험대다. 기존 치료제가 폐 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베르시포로신은 섬유화 과정에 관여하는 콜라겐의 과도한 생성을 억제하는 새로운 기전으로 접근한다. 대웅제약은 앞서 중국과 홍콩·대만·마카오 등 중화권 권리를 CS파마슈티컬스에 기술수출했으며, 글로벌 2상 결과를 토대로 추가 기술수출과 후속 임상 전략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항암 신약 DWP216·DWP221 임상 진입 준비
항암 분야에서는 기존 저해제의 내성과 독성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후보물질을 확대하고 있다. DWP216은 암 성장에 관여하는 히포 신호전달체계의 TEAD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항암 신약후보다. NF2 변이 암종을 비롯해 EGFR·KRAS 표적항암제에 내성을 보이는 종양을 대상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미국암연구학회에서 종양 성장 억제와 병용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전임상 결과를 공개했다.
핀테라퓨틱스와 공동 개발 중인 DWP221은 표적단백질분해 기술을 적용한 경구용 AKT 분해제다. AKT는 암세포의 성장과 증식, 생존에 관여하는 PI3K-AKT 신호전달 경로의 핵심 단백질이다. 기존 저해제가 AKT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이라면 DWP221은 암세포 안의 AKT 단백질 자체를 분해해 억제 효과를 지속하는 방식이다. 대웅제약은 2026년 미국암연구학회에서 암세포 내 AKT를 빠르고 지속적으로 분해하고 종양 성장을 억제한 전임상 결과를 발표했으며 현재 임상 후보물질 최적화를 진행하고 있다.
비만 패치·간섬유증 치료제 등 제제기술 확대
신약후보뿐 아니라 투약 편의성을 높이는 차세대 제제도 개발하고 있다. 세마글루타이드 마이크로니들 패치는 주사제로 투여하는 비만 치료 성분을 피부에 부착하는 패치 형태로 전달하는 기술로 현재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다. 대웅제약은 이와 함께 중증 간 섬유증을 대상으로 하는 경구용 신약후보 DWP220과 장기지속형 주사제 등 고부가가치 제제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나보타가 현재 대웅제약의 수출 성장을 이끌고 펙수클루와 엔블로가 후속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면 베르시포로신과 항암·비만 파이프라인은 다음 수출 품목을 준비하는 단계다. 현재의 연구개발 투자가 임상 성공과 기술수출, 해외 품목허가로 이어질 경우 대웅제약의 글로벌 사업은 나보타 중심의 단일 품목 구조에서 신약과 차세대 제제를 아우르는 다품목 구조로 확대될 전망이다.
또한 약 8억종의 화합물 정보를 구축한 데이터베이스 ‘DAVID’와 AI 기반 가상탐색 시스템 ‘AIVS’, 연구원용 신약개발 플랫폼 ‘DAISY’를 구축해 후보물질 발굴과 전임상 분석 기간 단축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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