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수업 파트너로 함께 성장하는 영국의 소년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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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안토니 디쉴드의 한국영국 두 나라 이야기

퇴근 후 또래 젊은이들 만남의 장소 ‘댄스 홀’
무도회에서 만나 눈이 맞으면 ‘클릭’하게 된 것

이진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6-28 08:35:21

안토니가 들려주는 추억의 학창 시절

영국에서는 대개 소년과 소녀가 초등학교 시절부터 상급학교에 이르기까지 함께 섞여 공부한다. 세월이 흘러 유행과 문화가 변했어도 ‘발렌타인 데이’ 카드를 보내 풋풋한 사랑이 자연스럽게 피어나고 비밀 메시지가 수업시간 중 교실 여기저기서 돌아다니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영국 학생들은 학교 수업에 댄스 과목이 있어 옛 시대에 무도장에서 췄던 퀵스텝·왈츠 등을 기본적으로 배우게 된다. 예를 들면 이미 성인이 된 영국인들 중 많은 사람이 ‘스퀘어 탱고’ ‘쏜터 투게더’ ‘메이페어 퀵스텝’ ‘룸바 원’ ‘월츠 캐서린’ 등의 춤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무도장 춤은 반드시 파트너가 필요하다. 밴드가 무도곡을 연주하는 가운데 소년 소녀가 서로를 붙잡고 추는 춤이다.

수업시간에 춤 파트너는 선생님이 정해 준다. 보통 키가 비슷한 학생끼리 짝이 맞춰지고 기본 스텝에 몇 가지 변형을 넣어 각 쌍들이 무도장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게 한다. 물론 두 쌍이 한곳에 몰려 부딪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그러기에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파트너를 안전한 곳으로 리드하는 것은 전적으로 남학생에게 달려 있다. 이렇게 신경쓰다 보면 남학생은 다음 스텝을 잊기가 십상인데, 이때 당황하지 않고 재빨리 다른 쌍들이 춤추는 것을 보고 따라하는 재치를 발휘해야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이면 ‘학창 시절 마지막 해의 춤’ 행사가 학교 체육관에서 마련된다. 이날 남녀 학생들은 가장 멋진 옷차림 ‘선데이 베스트(Sunday Best)’를 차려입고 와서 레모네이드를 마시며 무도회가 시작되길 기다린다. 남학생들은 여학생 파트너를 골라야 하는데 댄스 교과 시간에 선생님이 짝 지워 줬던 파트너에게 춤을 청하는 것이 기본이다.

특별히 평소 마음에 뒀던 여학생에게 파트너가 되어 주길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남학생은 무도장을 가로질러 그 여학생에게 다가가면서 ‘과연 성공할까’하는 생각으로 내내 초조한 심정이 된다. 어쩌면 그 여학생이 먼저 도착한 다른 남학생과 이미 파트너가 되어 무도장으로 나가게 되거나 춤추자고 신청했으나 거절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서 하루종일 일을 하게 되면 또래 젊은이들을 만날 기회는 일주일에 두세 번 일이 끝난 후 저녁시간에 무도장에 가서야 가질 수 있었다. 아가씨들은 당시에 유행하던 ‘워스피 스커트’라고 불리던 넓은 벨트로 허리를 꼭 졸라매는 치마를 입고 나온다.

이때 근처 여러 동네에서 모인 청년들과 뒤섞이게 된다. 무도장에는 항상 밴드가 있어 춤곡을 연주하는 가운데 젊은이들은 학교에서 배웠던 바로 그 춤을 추게 되지만 모두들 남들보다 더 멋진 춤 솜씨를 발휘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만약 젊은 남녀가 서로 마음에 든다면 둘은 무도장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게 된다. 두 사람이 정말로 맘에 드는 경우엔 영화를 함께 보러 가기로 약속하기도 한다. 그럴 경우 돈은 남자가 내는 것으로 되어 있던 시절이었다.

무도회로의 초대

예전엔 무도장에 들어가려면 입구에 ‘어셔(Usher)’라고 불리는 안내인이 서 있었지만 요즈음은 나이트 클럽 입구에 ‘바운서(Bouncer)’라고 하는 경호원이 있다. 바운서들은 보통 키가 크고 체격이 건장해 공격적으로 보이는데, 문제를 일으키는 손님이 생기면 즉각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라 한다.

무도장에서 청년이 맘에 드는 여성에게 파트너가 돼 줄 것을 청하려면 ‘Can I have this dance?(이 곡 춤추시겠어요?)’ 혹은 ‘Shall we dance?(우리 춤 출까요?)’라고 할 것이다. 이 경우 여성은 ‘Yes.’ ‘Yes you can.’ ‘Yes you shall.’라는 말로 동의하거나 그냥 웃으며 일어나 그 청년과 무도장으로 가도 될 것이다.

이와 달리 만일 청년이 ‘Are you dancing?(춤 추시겠습니까?)’ 한다면 여성은 ‘Are you asking?(춤 추자고 묻는 건가요?)’라고 되묻고, 청년이 ‘I'm asking(춤 추자고 하는 겁니다)’이라고 확인해 주면 그 여성도 ‘I'm dancing(춤추죠)’이라고 대답하며 함께 무도장에 합류하게 된다.

파트너가 된 후 둘이 정말 호흡이 잘 맞아 춤을 추게 되면 이들을 지켜보던 친구들이 ‘They have clicked!(두 사람이 만남에 성공했다는 의미)’라고 말하는 걸 들을 수 있다. 친구들이 보기에 그 친구가 두 번 이상 같은 여성과 춤을 춘다면 그 친구에게 ‘Have you clicked?(클릭한 거야?)’라고 묻기도 한다.

그 후 한두 달 더 그들의 로맨스가 지속되면 친구들 간에 ‘They are going steady!(걔네들 잘 만나고 있대)’라고 소문이 돈다. 그러다가 둘 사이가 깨지게 되면 ‘He has dumped her.(그 친구 여자친구를 찼어)’ 혹은 ‘She is on the rebound.(여자가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대)’라는 말들이 친구들 사이에 돌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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