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낚시터에 방치된 ‘물고기들’을 구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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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 불어나는 개인정보 침해

김기찬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6-30 00:02:30

‘[Web발신] (하나은행) 고객님의 입출금 계좌에서 2월24일 결제 대금 201만2400원 출금 예정’

어느날 뜬금없이 하나은행에서 200만원 상당의 금액이 빠져나갈 것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은 적 있다. 당시에는 실제 하나은행 카드를 사용하고 있었고, 통장에 그 이상의 잔고가 있었기에 화들짝 놀랐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문의하기 위해 발송된 번호로 즉시 전화를 걸었지만 뭔가 낌새가 이상했다. 하나은행에서 온 문자가 맞다면 통화연결음에서 경쾌한 노랫소리와 함께 홍보용 ARS(전화자동응답시스템서비스)의 목소리가 나왔어야 했을테지만 뭔가 달랐다. 일반 통화연결음만 나오는 것이 수상해 전화를 끊고 하나은행 고객센터 연락처를 찾아보니 전혀 다른 번호였다. 이후 하나은행에 급하게 문의하고 나서야 ‘스미싱’이었단 걸 깨닫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스미싱(smishing)’은 문자메시지(SMS)와 피싱(Phising)의 합성어로 문자메시지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개인정보를 탈취하거나 소액 결제를 유도하는 사이버 사기를 일컫는 말이다.

최근에는 어머니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이달 중순 우연히 어머니의 휴대폰에 찍힌 문자메시지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 적이 있다. ‘정부지원 안심전환대출 안내문’이란 제목으로 온 기획재정부 주관의 사업자 및 저소득 취약계층 대상 안심전환 지원공고의 내용이었다. 정부의 정책지원 자금 신청 대상이지만 신청하지 않아 재안내차 연락했으며 지원내용과 규모 및 조건·상담시간 등을 안내하고 별도의 서류가 없으니 전화 상담을 통해 가급적 빠른 시일 내로 대출 지원을 받으라는 것으로 기억한다.

몇 가지 이상한 점이 눈에 확 들어왔다. 주관기관인 기획재정부는 세종시에 위치해 있는데 서울시 지역번호인 ‘02’로 전송된 점, 소상공인을 주 대상으로 하는 지원책인데 어머니는 소상공인이 아니라는 점, 정부에서 보낸 문자인데 호칭이 ‘고객님’이었다는 점 등에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문자 형식이나 내용은 정부를 사칭해 얼추 비슷하게 꾸며 놓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상한 점을 금세 눈치챌 수 있었다.

실제로 데이터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개인정보을 빼내려는 스미싱·보이스피싱과 더불어 해킹 등의 사이버 범죄도 더불어 급증하는 추세다.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한국인터넷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정보 침해 상담·신고 건수가 무려 21만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꾸준히 증가해 4년 만에 2배가량 급증한 셈이다.

최근 5년간 누적된 신고 및 상담 건수는 총 88만8771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담·신고 사례 중 경제적 피해 등을 야기할 수 있는 ‘주민번호 등 타인정보 도용’이 39만3209건으로 전체의 44.2%를 차지했고, ‘보이스 피싱 등 금융사기 피해’ 관련 사례도 22만2182건으로 25%에 달했다.

이에 정부는 국민들의 개인정보를 절대 요구하지 않는 만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금융 업계도 문자나 전화로 대출광고를 하지 않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스미싱 또는 피싱으로 의심되는 전화나 문자를 받을 경우 112(경찰청)와 118(인터넷진흥원), 1332(금융감독원)로 신고하라고 안내한다.

하지만 뚜렷한 해결책 없이 말뿐인 주의는 피해 예방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민의 일상을 비롯해 산업계 전반에 걸쳐 디지털화·정보화 등이 급속히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보를 다루는 일은 앞으로 더욱 빈번해질 공산이 높아보인다.

특히 개인정보 침해는 보이스피싱·스미싱 등 2·3차 피해까지 이어질 수 있다. 정부와 보안 업계는 경각심을 갖고 머리를 맞대 획기적인 해결책을 찾아내야 한다. 아울러 앞으로 ‘정보도둑’으로부터 국민이 완전히 해방되는 날이 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기찬 gc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