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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장편소설]
초대받은 여자 <3> 너의 비밀
미국서 낙태한 아기 아빠가 현직 국회의원?
이경희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6-30 08:40:44
 
 
 
“남녀 스캔들 그거, 정치생명 끊는 비수야. 미국에서 봤지? 그런데 한국은 상상 그 이상이야.”
 
뿌리치는 선우를 잡아챈 상훈의 손에 안간힘이 느껴졌다. 처음이었다. 어떤 순간에도 무엇을 위해서도 상훈이 안간힘을 쓰는 경우는 없었다. 이미 대부분의 일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착착 해결되었으니까.
 
“나한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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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가 택시에서 물러나 자신 쪽으로 돌아서자 상훈은 선우에게 바짝 다가섰다.
 
“이래서 난 네가 내 마음에 쏙 들었어. 일단 어디 카페라도 들어가자.”
 
선우는 상훈이 이끄는 대로 공항의 VVIP라운지 룸으로 들어와 앉았다.
 
“기자니 스캔들이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 본론으로 들어가.”
 
“좋아.” 
 
상훈이 웃었다.
 
“내가 하자는 대로만 하면 아무 말도 안 할 게. 우리, 서류정리 몇 달만 미루자. 대신 미술관 주변 개발사업 문제는 투자부터 사업 유치까지 내가 책임질 게. 네가 싫다고 해서 그렇지, 단독으로 내가 투자해도 되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선우가 일어섰다.
 
“오늘 변호사 만나서 바로 서류 접수할 거야.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이건 아니지. 난 이제 이상훈 아내가 아니야.”
 
상훈도 급히 몸을 일으켰다. 금테 안경이 불빛에 반짝 빛을 냈다.
 
“아, 내가 닥터 로건 만났다는 말을 안 했구나. 기억 나지? 마운트시나이 병원 로건.”
 
갑자기 닥터 로건? 선우가 그 이름을, 7년 전 그 일을 잊을 리 없었다. 선우는 상훈을 건너다 보았다. 이제 와 그 일을 사과하려고? 아님 헤어지는 마당에 변명이라고 하고 싶은 건가? 하지만 상훈의 표정이나 어조는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는 것으로 보이기는커녕 칼을 빼들기 전 숨을 고르는 무사의 모습이었다.
 
“난 알레르기로 입원한 걸로만 알았거든. 그런데 산부인과 진료기록이 있더라구. Miscarriage 중절수술 이라고.”
 
7년 전 알 수 없는 쇼크로 마운트시나이 병원을 찾았을 때 병명은 스트레스성 알레르기였다. 치료 중 임신임을 알게 된 담당 의사 로건이 병원 OB클리닉에서 절차대로 검사를 주선했고 퇴원 하루 전 OB 클리닉으로부터 치명적인 세균감염 결과를 통보받았다.
 
성공적인 출산을 원한다면 배우자가 특별히 조심해야할 겁니다. 로건은 선우가 상처받을까 미국에 머무는 동양인들에게 흔한 감염이라고, 무분별한 미국 사회의 유흥 행태를 거론했었다.
 
선우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상훈도 따라 앉았다. 그로부터 한 달을 선우는 몸속에 아이를 품고 있었다. 어차피 세상에 나올 수 없는 아이를.
 
상훈에게 그때의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을까, 상처를 헤집을 필요가 있을까. 선우는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이 정리되기도 전 상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
 
“미국서 낙태한 아기 아빠가 알고 보니 현직 국회의원. 남편인 나는 임신, 낙태 사실도 전혀 모르고 결혼생활을 했다…. 기사가 나면 나도 바보 되는 거야. 그래서 아직은 함구하고 있지”
 
[글: 이경희 / 그림: 도은민]
 
#초대받은 여자     # 이경희     # 도은민     # 낙태     #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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