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빼놓을 수 없는 영국의 여름 휴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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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안토니 디쉴드의 한국영국 두 나라 이야기

‘미스터 위피’가 음악을 틀면 동네 어린이들이 모여들어
부모의 표정과 주머니가 쪼그라드는 ‘니커보커 글로리’

이진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7-28 09:28:07

세계 많은 나라 사람들에게 ‘아이스크림’은 여름을, 여름은 또 바닷가 휴양지를 떠올리게 하지만 특히 영국 사람들은 아이스크림에서 곧바로 바닷가 휴양지를 떠올린다. 휴양지는 어디를 막론하고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나 아이스크림 전문점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있는 곳은 이탈리아 사람이 주인으로 있는 아이스크림 전문점이다. 영국 북부의 바닷가 휴양 리조트로 잘 알려진 블랙풀이나 모컴에서 가장 유명한 아이스크림 전문점은 토그나렐리(Tognarelli)인데 이 역시 창업주가 이탈리아 사람이다.

휴양지의 아이스크림 전문점들은 그들만의 레시피로 아이스크림을 만든다. 라스베리 리플, 호키 포키 등 10가지 이상의 아이스크림 종류가 있다. 사람들은 아이스크림 가게를 순례하면서 맛을 본 다음 가장 맛있는 아이스크림 집을 단골로 삼는다. 휴가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마트나 가게에서 ‘월스’나 ‘벤 엔 제리스’같은 브랜드 아이스크림을 사 먹을 수도 있지만 바닷가 휴양지의 들뜬 기대감이 더해진 아이스크림과는 맛과 기분이 다를 게 뻔한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도시에는 아이스크림의 또 다른 대명사, ‘미스터 위피(Mr. Whippy)’ 또는 ‘미스터 소프티(Mr. Softy)’가 있다. 이들은 알록달록 아이스크림이 그려진 이동 아이스크림 차를 끌고서 동네 주택가로 고객을 찾아 나선다.

이동 아이스크림 차는 음악을 틀어 놓고 주택이 밀집한 지역을 다니다가 동네 한 곳에 차를 세운다. 그러면 멀리서부터 음악소리를 들은 어린이들이 문을 박차고 나와 차로 몰려들어 도착한 순서대로 줄을 서고 그 뒤로는 부모나 조부모 등이 따라 나와 아이의 아이스크림 값이 모자랄 경우를 대비해 기다리고 서 있다.

코로나로 지난 2년간 이 미스터 위피 아이스크림 차가 발이 묶였었다. 다행히 올해 4월 규제가 해제되면서 동네 주택가에선 귀에 익은 음악이 다시 들려오고 있으니 많은 어린이 고객들이 다시 행복해졌을 것이다.

미스터 위피는 보통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팔지만 여기에 라스베리 소스를 얹고 ‘나인티 나인(99)’이라 불리는 초콜릿 롤 과자 두개를 위에 꽂기도 한다. 어린이들에게 인기있는 이 아이스크림 가격은 한국 돈으로 4500원 정도다. 주문하면 차에 설치된 아이스크림 만드는 기계에서 마치 치약을 짜는 것처럼 아이스크림이 나온다.

이 같은 이동 아이스크림 차나 바닷가 휴양지의 아이스크림 전문점이 성에 차지 않는다면 시내 중심에 있는 고급 개인 아이스크림 레스토랑을 이용할 수 있다. 이들은 ‘바스킨 로빈스(영국에서는 이렇게 부른다)’같은 체인점과는 아주 다르다. 이곳에서는 아이스크림을 과일, 견과류 및 다른 맛좋은 것들을 곁들여 만드는데, 바나나를 길게 반으로 갈라 놓고 그 위로 아이스크림과 견과류, 초콜릿 시럽, 체리 등을 얹은 ‘바나나 스플릿(Banana Spilit)’이 그런 메뉴 중 하나다.

“What icecream do you want?”

‘Drink on a stick’은 아이스 롤리(원기둥 모양의 아이스 바)이다. 예전에는 극장에서 영화상영 막간에 아이스크림 판매원이 극장 안으로 들어서면 사람들은 일제히 그 앞에 줄을 서 아아스크림을 주문했다 한다. 이때 아이스 롤리를 원하면, “A drink on a stick, please!”라고 외치곤 했다.

‘니커보커 글로리(Knickerbocker Glory)’는 한때 유행했던 여러가지 색깔을 한 헐렁한 바지를 가리키는 이름인데, 휴양지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 파는 가장 크고 제일 비싼 아이스크림의 이름으로도 쓰이고 있다. 이것은 높은 깔때기 모양의 유리잔에 그 가게에서 파는 갖가지 아이스크림을 겹겹으로 쌓아 담아내는 것이다.

자녀와 함께 바닷가 휴양지를 찾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Right, kids you're on holiday, what icecream do you want?”(자, 얘들아 너희들 휴가중인데, 무슨 아이스크림 먹을래?) 그러자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한다. “Knickerbocker Glory!” shouted back the children to the shocked parents.(아이들이 “니커보커 글로리!”라고 소리치는 바람에 부모가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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