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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브컬쳐’ 게임 혹은 이러한 요소를 차용한 게임이 인기를 얻으며 ‘서브컬쳐’ 게임이 주류 장르로 올라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국내 업계에서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기 위한 과감한 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브컬쳐’는 대중문화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소수가 즐기는 하위문화를 뜻하는 말로, 일본의 ‘오타쿠 문화’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국내 게임사의 ‘서브컬쳐’ 게임 흥행작이 부족해 주로 외국산 게임이 주목받는 실정이다.
원신·우마무스메 등 흥행… ‘서브컬쳐’ 게임 영향력 확대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가 공개한 ‘2022년 상반기 글로벌 앱 지출액 보고서’에 따르면 원신은 상반기 매출 9억8620만달러(약 1조3000억원)로 세계 3위를 차지했다. 올해 5월 원신은 출시 1년8개월 만에 누적 매출 30억달러(약 3조9000억원)를 돌파하며 주목받기도 했다. 원신은 중국, 한국, 일본 시장의 흥행에 더해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도 성공을 거두며 글로벌 인기 게임으로 거듭났다.
이를 기념해 원신의 제작사인 중국 기업 호요버스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3일까지 서울 세빛섬에서 ‘원신 페스티벌 2022’를 개최했다. 축제를 즐기기 위한 사람들로 세빛섬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관람객 수가 세빛섬의 최대 제한 인원을 초과하며 안전 문제로 출입이 통제되기도 했다. 호요버스 측은 원신 페스티벌에 3만명 이상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원신의 인기가 ‘원신 페스티벌’을 통해 오프라인에서도 입증되자 국내 게임 업계에서는 위기감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신의 페스티벌을 보면서 한국 게임 회사도 이런 게임을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대형 개발사들 내에서도 위기의식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원신은 오픈 월드 액션 어드벤쳐 장르에 서브컬쳐와 수집 요소를 가미한 게임이다. 주요한 특징으로 경쟁 요소가 적다는 점이 꼽힌다. 국내산 게임의 주요 장르인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MORPG)’은 유저들의 경쟁심을 자극한 후 돈을 쓰면 캐릭터가 강해지게 하는 방법으로 과금(課金)을 유도한다.
이에 비해 원신은 다른 유저와 대결하거나 순위를 가리는 시스템이 없다. 비교적 난이도가 있는 콘텐츠인 ‘연월 비경’도 최대 보상을 받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비용이 적다. 뛰어난 성능이나 게임 편의성 때문에 선호되는 캐릭터가 존재하지만 없어도 콘텐츠를 즐기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대신 원신은 성능에 더해 매력적인 설정, 스토리, 디자인 등을 통해 캐릭터와의 애정 형성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결제를 유도한다. 꼭 성능이 좋은 캐릭터가 아니라도 그 캐릭터를 가지고 싶은 마음으로 이용자는 지갑을 연다. 이렇게 성능이 아닌 애정을 통한 수익 창출을 노리는 것은 ‘서브컬쳐’ 게임의 전반적인 특징이다.
그동안 ‘서브컬쳐’ 게임은 이러한 장르의 원산지라고 할 수 있는 일본 시장 밖에서는 주류 장르가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시장에서 ‘서브컬쳐’ 장르 게임이 흥행하며 주력 장르로 떠오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나온다.
카카오게임즈가 국내 서비스를 맡은 사이게임즈의 ‘우마무스메 : 프리티 더비(우마무스메)’는 지난달 25일 ‘키타산 블랙’ 업데이트 이후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리니지M’과 ‘리니지W’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우마무스메는 업데이트 후 24시간 동안 매출 15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마무스메는 이후 약 1주일 동안 1위 자리를 차지했다.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 1위 자리를 지키던 ‘리니지’가 1위 자리를 내주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던파 모바일’과 ‘오딘’ 등이 신작 효과 혹은 업데이트 후 매출로 1위에 오른 바 있다. 그럼에도 국내 게임 시장에서 비주류에 속하는 서브컬쳐 게임이 매출 1위에 오른 것은 의미 있는 지표라는 평가다.
여기에 서브컬쳐 게임의 경우 주요 업데이트 때마다 매출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상위권을 유지하다가 정기적으로 매출이 뛰어오르는 것을 기대할 수도 있다.
우마무스메는 실존하는 경주마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들을 육성하는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우마무스메는 경쟁 요소가 없는 게임은 아니다. PVP 콘텐츠 ‘챔피언스 미팅’이 주요 콘텐츠이며 실제로 매출을 책임지는 것은 뛰어난 성능을 가진 서포트 카드들이다. 하지만 동시에 캐릭터의 매력과 스토리를 계속해서 강조하며 PVP 콘텐츠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좋아하는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재미로 플레이하는 이용자도 많다. 이렇게 꼭 고성능의 캐릭터나 아이템을 내놓지 않아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은 서브컬쳐 게임의 대표적인 장점이다.
서브컬쳐 장르 정통 개발자 부족… 전문가 “과감한 투자·시도 필요”
서브컬쳐 게임 혹은 서브컬쳐 요소를 도입한 게임이 최근 국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서브컬쳐 게임의 성공사례가 외국 게임이라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원신’을 개발한 호요버스는 중국 게임사고 ‘우마무스메’는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고 있기는 하지만 일본 사이게임즈가 개발한 게임을 퍼블리싱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익을 나눠야 한다.
국내 게임사에서 서브컬쳐 게임을 시도한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16년 넥스트플로어(현 라인게임즈)와 시프트업이 공동 제작한 ‘데스티니 차일드’와 2019년 출시한 스마트조이의 ‘라스트 오리진’를 들 수 있다. 이를 제외하면 주로 해외 게임이 인기를 얻어 왔다.
최근 국내에서 개발한 ‘서브컬쳐’ 게임의 성공 사례는 넥슨게임즈의 ‘블루 아카이브’다. 블루 아카이브는 서브컬쳐 게임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 시장에서 먼저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지난해 말 한국 버전을 출시했다.
블루 아카이브는 일본 시장에서 현지 앱스토어 매출 8위를 기록한 후 순위가 하락하다가 최근 출시 1.5주년 업데이트를 통해 일본 애플 앱스토어 2위를 기록했으며 이후에도 높은 순위를 기록하며 ‘역주행’에 성공했다.
한국에서는 구글 플레이 게임매출 5위에 오른 후 상위권으로 치고 나오지 못하고 있지만 서브컬쳐 게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외에도 넥슨은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미국·유럽 시장에서 블루 아카이브가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하며 서브컬쳐 장르를 통한 해외 시장 진출에도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다만 ‘블루 아카이브’의 사례는 예외에 가깝기 때문에 국내 게임업계가 서브컬쳐 게임을 성공시킬 수 있을 지와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에도 서브컬쳐 장르에 대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며 “서브컬쳐 장르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해당 문화에 대해 정통한 개발자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사람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꼭 서브컬쳐 게임만이 아니더라도 국내 게임사들이 과감한 투자와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원신의 경우 미호요(현 호요버스)의 수뇌부부터가 이런 게임을 만들어 보겠다는 집념으로 거대한 규모의 투자를 통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며 “우리나라에서도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중국뿐만이 아니라 다른 외국 게임도 이길 수 없다”고 우려했다.
위 회장은 이어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새로운 장르에 도전해야 하는데 리니지식 수익모델이 이미 정착해버린 상황에서는 힘들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위기의식을 가지고 더 좋은 게임을 내놓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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