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데스크칼럼
[스카이 View]-금융 비대면 흐름과 고령층 소외 유감
디지털금융 소외계층 그냥 놔둬선 안 된다
한원석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8-19 00:02:40
 
▲ 한원석 경제산업부장
최근 잘 아는 어르신 한 분이 저축은행에 예금하러갔다가 분통을 터뜨렸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창구에 예금을 접수하는 직원이 단 2명뿐이어서 3시간 넘게 기다렸는데도 결국 돈도 맡기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 어르신이 화가 나신 것은 밀려드는 손님들에게 연신 “죄송합니다”를 외치던 창구직원 때문은 아니었다. 오히려 달랑 둘뿐인 창구직원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일이 더뎌 발을 동동구르는 고객들을 소 닭 보듯 하며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다른 직원들의 방관적인 태도가 눈에 거슬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설령 자기업무가 아니라고 해도 고객이 몰려 창구직원이 쩔쩔매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든 두 팔 걷어붙이고 도와야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그 어르신의 일침이었다.
 
후일담을 들어 보니 그 어르신이 찾아간 날 하필 해당 은행창구 직원들이 무더기로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게 돼 급작스럽게 인원이 부족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르신 입장에서 더욱 화가 나는 대목은 자신과 같은 고령층이 역차별을 받는 듯한 분위기와 느낌 때문이었다는 전언이다. 젊은 사람들은 비대면 계좌로 가입해 더 높은 이자를 받는데, 자신과 같은 노년층은 불볕더위나 폭우에도 직접 은행 창구를 찾아다니는 데도 정작 현장에서는 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어 자괴감이 든다는 얘기였다.
 
은퇴한 고령자들은 0.05%라도 더 높은 이자를 주는 곳에 자신의 노후자금을 맡긴다. 하지만 디지털금융 흐름이 가속화되면서 금융기관들은 앞다퉈 비대면 계좌에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대면 거래가 오히려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역차별 현상까지 빚어지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디지털과 모바일은 시대적 대세다. 2007년 애플의 아이폰 출시 이후 모바일은 이미 우리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터줏대감이 된지 오래다. 우리는 스마트폰 하나로 전화 통화에서부터 TV 시청, 영화나 음악 감상에 각종 쇼핑 및 주식거래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다양한 일을 해낼 수 있다. 
 
은행계좌 개설을 비롯한 금융 거래도 그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이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젊은 세대와는 달리 어르신들은 이 같은 문명의 이기(利器)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해 막막한 느낌에 빠져들 때가 많다고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금융권에서 요즘 디지털금융서 소외된 고령층을 위한 각종 활동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KB국민은행은 소형 버스를 개조한 이동식 ‘시니어 라운지’를 운영 중이고, IBK기업은행은 금융취약계층을 직접 찾아가는 ‘IBK 금융 하모니CAR’ 프로그램을 실천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노인 복지시설 내 ‘WOORI 어르신 IT 행복배움터’ 조성을 지원하고 있고, 신한은행은 노인복지관·주민센터 등 지역 거점을 활용해 ‘시니어 디지털금융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나 몇몇 저축은행들도 고령층을 위해 모바일뱅킹 화면에서 큰 글씨를 적용하거나 ‘찾아가는 서비스’ 등을 통해 금융 소외계층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는 등 시니어들을 위한 서비스에 눈을 돌리고 있다.
 
시민단체도 예외는 아니다. 과거 한 시민단체가 고령층 등 소외계층을 위해 마련한 디지털금융 교육 강좌에 참석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 강좌에서는 각 금융사별 모바일 앱 설치부터 사용방법 등을 손쉽게 설명해 참석자들의 호응도가 매우 높았다. 정해진 시간 동안 강의를 듣고 이 과정을 수료하면 각자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돌아가 디지털금융 등을 체험하게 된다.
 
금융권 외에도 삼성전자의 경우, 애프터서비스 센터 등에서 정기적으로 어르신들을 위해 스마트폰 사용법을 교육하는 무료강좌를 꾸준히 열고 있다.
 
하지만 업계와 시민단체들의 이 같은 노력에도 고령층 등 취약계층의 디지털 금융 장벽은 여전히 높아만 보인다. 여러 이유가 있기는 하다. 노령층은 보이스피싱 등으로 소중한 노후자산을 하루아침에 날려 버리는 사례를 주변에서 심심찮게 접했기 때문인지 새롭게 디지털금융을 배우기보다는 서류가 오가는 대면 거래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막상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어도 따로 사는 자식들에게 일일이 물어봐야 하며, 설령 배운다고 해도 보이스피싱 등에 노출될까 봐 걱정부터 앞서게 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노년층과 다문화가족, 저소득층 등 금융 취약자 교육 인프라를 확충하겠다고 밝힌 지도 어언 수년이 흘렀다. 하지만 실천이 뒷받침되지 못한 구두선에 그친 감이 없지 않다. 우리 주변에서는 지금도 스마트폰을 이용한 디지털 금융에서 소외된 어르신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취약층을 위한 대면 금융교육도 급격히 줄어들게 됐다.
 
금융당국은 이제라도 적극적으로 디지털금융 소외의 고리를 끊어내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디지털금융에 소외된 계층에 대한 교육을 개별 사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에만 기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금융기관도 어느 정도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고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사기업일 뿐이다.
 
앞서 언급한 어르신이 몇 시간을 기다리고도 결국 발길을 돌려야 했던 근본적인 원인은 먼 데 있지 않다. 바로 비대면 개설 계좌에 대한 금리우대가 현장을 찾을 수밖에 없는 어르신들을 역차별하게 만드는 주범인 셈이다. 아무런 보완장치도 없이 젊은이 등 디지털화된 특정계층만을 우대하는 것은 그 자체가 역차별에 해당된다고 본다. 곰곰이 따져 보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어야 할 사안일지도 모른다. 부모님 등 시니어분들의 디지털금융 교육을 언제까지 자녀들에게만 맡겨야 하는지 금융당국에 묻고 싶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화나요
0
슬퍼요
0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541(청담동) 세신빌딩 9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5일, 대표이사·발행인·편집인: 조정진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