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이하 35대 조상까지는 추존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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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이하 35대 조상까지는 추존왕

성헌식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8-29 09:56:07

정치망명객 위만의 간계에 속아 졸지에 번조선을 빼앗긴 기준 왕은 장수들과 궁인들을 데리고 한(韓)의 땅으로 가서 마한을 깨고 한왕(韓王)이 되었으나 얼마 후 왕계가 끊어졌다고 한다. 당시 나라 이름을 그대로 마한(馬韓)으로 써야 했기에 백성들의 불만이 생기지 않도록 기준 왕은 기씨 성을 버리고 한씨로 성을 바꿨다.

이 마한도 177년 만인 9대 계왕에 이르러 백제 온조왕에게 망했는데, 이때 8대 원왕(元王)의 세 아들 중 우평(友平)은 북원 선우(北原鮮于)씨가 되어 고구려로, 우량(友諒)은 상당 한(上黨韓)씨가 되어 신라로, 우성(友誠)은 행주 기(幸州奇)씨가 되어 백제로 귀의했다고 한다. 그래서 선우씨, 기씨, 한씨 모두 기준 왕의 핏줄을 내려받은 후예들인지라 지금도 서로 통혼하지 않는다.

상당 한씨 우량의 후예 중 32세손 한란이 청주 한씨의 중시조가 되는데, ‘한서지리지’에서 병주(并州)에 속하는 상당군의 치소는 장자현이다. 설명 문구에 청장(清漳)수와 탁장(濁漳)수와 심(沁)수가 나오는 곳(所出)이라는 언급이 있어 산서성 동남부에 있는 지금의 장치시 장자현 부근으로 읽힌다.

上黨郡(상당군)，秦置，屬并州(병주)。有上黨關、壺口關、石研關、天井關。戶七萬三千七百九十八，口三十三萬七千七百六十六。縣十四：長子(장자)，周史辛甲所封。鹿谷山，濁漳(탁장)水所出，東至鄴入清漳。屯留(둔유)，桑欽言「絳水出西南，東入海」。余吾，銅鞮，有上虒亭，下虒聚。沾，大黽谷，清漳(청장)水所出，東北至邑成入大河，過郡五，行千六百八十里，兾州川。應劭曰：「沾水出壺關。」涅氏，涅水也。師古曰：「涅水出焉，故以名縣也。」襄垣。壺關，有羊腸版。沾水東至朝歌入淇。應劭曰：「黎侯國也，今黎亭是。」泫氏，楊谷，絕水所出，南至野王入沁。應劭曰：「山海經泫水所出者也。」高都，莞谷，丹水所出，東南入泫水。有天井關。潞(로)，故潞子國。陭氏。陽阿，穀遠。羊頭山丗靡谷，沁(심)水所出，東南至滎陽入河，過郡三，行九百七十里。師古曰：「今沁水至懷州武陟縣界入河。此云至滎陽，疑傳寫錯誤。」

그렇다면 청주 한씨 족보에 기록되어 전해 내려오고 있는 47명 기씨 왕들의 명칭과 재위 기간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아래 47명의 왕 중 36세 기후부터 41세 기준까지는 실제로 번조선에서 왕을 했던 적이 있으나, 시조 문성대왕(기자)부터 35세 경순왕까지는 기준이 마한에서 한왕이 되면서 추존한 왕들이다.

(추존 왕)태조 문성대왕 재위 44년간, 2세 장혜왕 25년, 3세 경효왕 27년,

4세 공정왕 30년, 5세 문무왕 28년, 6세 태원왕 5년, 7세 경창왕 10년,

8세 흥평왕 25년, 9세 철위왕 18년, 10세 선혜왕 29년, 11세 의양왕 53년,

12세 문혜왕 50년, 13세 성덕왕 15년, 14세 도회왕 2년, 15세 문열왕 15년,

16세 창국왕 13년, 17세 무성왕 26년, 18세 정경왕 19년, 19세 낙성왕 28년,

20세 효종왕 17년, 21세 천노왕 24년, 22세 수도왕 19년, 23세 휘양왕 21년,

24세 봉일왕 16년, 25세 덕창왕 18년, 26세 수성왕 41년, 27세 영걸왕 16년,

28세 일민왕 17년, 29세 제세왕 18년, 30세 정국왕 33년, 31세 도국왕 19년,

32세 혁성왕 28년, 33세 화라왕 16년, 34세 예문왕 8년, 35세 경순왕 19년,

(번조선 왕)36세 가덕왕 후(詡) 27년간 재위, 37세 삼노왕 욱(煜) 25년간 재위,

38세 현문왕 석(釋) 39년간 재위, 39세 장평왕 윤(潤) 19년간 재위,

40세 종통왕 비(丕) 12년간 재위, 41세 애왕 준(準) 26년간 재위

태조 이성계가 새로운 나라를 개국하면서 자신의 정통성을 인정받기 위해 4대 선조를 선왕(先王)으로 추존하여 종묘에 모신다. 고조부 이안사는 목조(穆祖)로, 증조부 이행리는 익조(翼祖)로, 조부 이춘은 도조(度祖)로, 부친 이자춘은 환조(桓祖)로 추존했는데, 이것이 위 기준 왕의 추존과 같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자조선은 기자의 후손 41명이 다스린 천년 모두가 아니라, 6명의 왕에 의한 148년이 맞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으나, 우리 역사상 기자조선이란 명칭을 쓴 나라가 없었으므로 그렇게 불러서는 안 된다.

당시 나라(邦)의 호칭은 대부여 또는 북부여였고 그 강역을 단군이 직접 통치하는 진(眞)조선과 왕(부단군)이 다스리는 마(馬)조선·번(番)조선의 삼조선으로 나뉘어 통치되었기 때문에, 기자조선이 아닌 ‘148년간 번조선을 통치했던 기씨 6왕’이라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 <산서 남부에 있던 삼한이 한반도 남부로 옮겨진 지도> [필자 제공]

역사에 가정이란 있을 수 없겠지만, 만일 번조선의 기준 왕이 위만의 망명 신청을 거부했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먼저 위만이 번조선에 없었을 테니 활동하지 못했고 기준 왕을 공격하는 불상사 역시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기준 왕이 번조선을 계속 다스렸을 테니 마한으로 가서 한왕이 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타지인 마한 백성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성씨까지 한씨로 바꾸고 자신의 정통성을 인정받으려고 기자 이하 35명의 조상들을 추존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결국 기자조선과 위만조선이란 단어조차 생겨나기 어려웠을 것이다. 따라서 기준 왕은 북부여 해모수 단군의 충고대로 위만의 망명을 냉정하게 거절했어야 마땅했다.

도적이 되는 위만에게 망명을 허용한 한 위정자의 경솔했던 판단이 우리 역사에 가져다준 상처가 너무도 가슴이 아프도록 쓰렸다. 결국 기자조선과 위만조선이 2000년 조선의 국통을 반토막 내고 단군조선의 정통성을 계승했다는 희대의 역사 조작이 벌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소중화 (기자)조선왕조와 일제식민사학에 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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