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절 특효약은 ‘오징어 게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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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희의 자기돌봄 요가 에세이

과도한 의자 생활에서 파생된 질병의 해법 찾기

강윤희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9-02 08:51:07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던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우리의 전통 놀이가 고관절을 비롯한 하체 건강에 더없이 좋은 약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동네 친구들과 한데 어울려 날이 저물도록 뛰놀던 전통놀이 중 하체를 튼튼하게 해 주는 대표로는 ‘사방치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고무줄 뛰기’ 등이 있다. 그중에서 고관절 단련에 가장 좋은 놀이는 ‘널뛰기’와 ‘제기차기’다.

고관절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관절로 다리와 골반을 연결해 준다. 공처럼 생긴 허벅지 뼈의 머리 부분(골두)이 골반 쪽에 있는 소켓(구멍)에 들어가 있는 구조다. 골두가 절구 같은 구멍 안에서 회전하며 움직임이 일어나기 때문에 관절의 접촉면이 넓고 운동 범위가 크다. 우리는 고관절 덕분에 앉고·기고·걷고·뛰는 다양한 자세와 움직임을 할 수 있다.

‘널뛰기’와 제기차기’의 공통점은 고관절을 접는 동작에 있다. 고관절을 접는다는 건 종이접기 할 때의 ‘접기’를 연상하면 된다. 엉덩이를 뒤로 빼면서 몸을 전체적으로 낮추게 되면 고관절이 위치한 사타구니 부위(서혜부)를 중심으로 몸의 위아래가 접힌다.

고관절을 접고 뛰는 ‘널뛰기’는 엉덩이 근육과 골반 전체를 강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여기에 더해 ‘제기차기’는 다리의 움직임이 고관절을 다각도로 자극하여 그 부위의 가동성을 극대화한다.

문제는 언제·어디서나 널뛰기·제기차기를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게다가 요즘 아이들은 조기 교육 열풍으로 어릴 때부터 의자에 묶여 산다. 의자에 ‘갇힌’ 고관절은 점점 약화일로를 걷는다. 급속도로 진화하는 디지털 시대는 ‘의자병(sitting disease)’이라는 새로운 병명을 만들었다. 유감스럽게도 의자병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공식 병명이다. 그만큼 심각하지만 문제에 대한 각성 지수는 낮다.

의자에 오래 앉아 있는 패턴은 매일 담배를 한 갑씩 피는 것보다 건강에 해롭다는 게 의학계의 경고다. 여기에 음주까지 더해지면 20·30대에도 인공관절 수술 대기자가 될 수 있다. 실제 고관절 문제로 고생하는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의자에 묻혀 사는 고관절은 혈액이 전달되지 않아 뼈가 썩기도 한다. 고관절을 구성하는 허벅지 뼈의 머리(대퇴골두)로 가는 혈류가 차단되어 뼈 조직이 죽는 ‘무혈성 괴사’라는 증상이다. 양반 다리를 하기 어렵거나 통증이 있다면 ‘고관절 오십견’이라는 별명을 가진 ‘유착성 고관절낭염’을 의심해 볼 필요도 있다.

발을 좌우 180도 각도로, 안팎으로 흔들며 고관절을 부드럽게

다행히 과도한 의자 생활의 부작용에서 고관절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되는 요가 해법은 많다. 그중 나비자세(Badhakonasana·받다코나사나)가 대표적이다. 나비자세는 다리의 모양과 움직임이 나비 날개와 날개 짓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흔히 하는 스트레칭 자세 중 하나다. 그러나 이미 고관절에 문제가 발생했거나 고관절 운동 왕초보인 사람은 본격적인 운동 전에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매우 간단하고 쉬운 대안으로는 발의 움직임을 통해 고관절을 견인하는 방법이 있다. 다리를 뻗고 앉아 발을 좌우 안팎으로 크게 흔드는 동작이다. 손을 뒤로 짚어 허리와 등에 힘이 들어가지 않도록 한다. 발 간격은 두 발끝을 안으로 모았을 때 양 엄지발가락이 서로 닿지 않을 정도다.

발을 안팎으로 흔들 때 안으로 모으는 동작이 잘 안 되는 사람이 많다. ‘쩍벌녀, 쩍벌남’인 사람들이 대표적이다. 소위 ‘쩍벌’ 상태를 방치하면 고관절 내전근(고관절을 안쪽으로 회전할 때 쓰는 근육)이 굳어 움직임의 범위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이 근육을 풀어 주려면 발을 힘차게 흔들면서 발을 안쪽으로 모으는 데 더 집중한다. 가능한 한 180도 각도로 움직인다.

지속 시간은 최소 1분~최대 5분 정도, 속도는 자신에게 맞게 조절한다. 이 운동은 요통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누워서도 할 수 있다. 신나는 음악을 틀어 놓고 리듬에 맞춰 흔들다 보면 1분, 5분이 금세 지나간다.

여력이 있다면 오늘 밤,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에 나가 보자. 그네 없는 놀이터는 없으니 남의 눈치 보지 말고 그네를 타 보라. 서 있는 상태에서 그네를 굴리려면 엉덩이를 뒤로 빼서 고관절을 접고 하체에 힘을 주게 된다. 널뛰기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그네뛰기 한 판이면 온종일 의자에 묻혔던 고관절의 피로를 풀고 힘도 기를 수 있다. 고관절이 좋아서 웃을지도 모른다.

어릴 적 제기차기 시합을 부활시키는 것도 멋진 대안 아닐까. 넓은 면적이 필요한 것도 아니니, 건강한 몸과 활기찬 분위기를 위해서 의자가 많은 직장에서는 과감히 도입 해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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