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國수출 20.8%’ 반도체 산업 美리스크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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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산업육성법 통과 후 각국 투자 러시
정보 보조금 520억달러… 세액공제 25% 혜택
韓, 보조금 전무·세액공제 ‘시늉’에 규제 심해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0-07 00:02:01

우리 수출의 일등공신인 ‘산업의 쌀’ 반도체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액은 6445억4000만달러, 수입은 6150억5000만달러로 총 무역액이 1조2596억달러다. 세계 무역순위 8위다. 반도체 수출액은 1280억달러로 단연 1위 품목으로서 전체의 20.8%를 차지했다.

그런데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미국이 반도체 문제를 안보 문제로 간주하며 자국 내 자동차 업계 및 해외 반도체 기업과 ‘국가전략적 협업’을 늘리면서 중국으로 핵심 반도체 수출 규제 등을 압박하고 있다. 우리 수출량의 40% 이상이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설상가상 미국이 전 세계 반도체 투자를 빨아들이고 있다. 8월 ‘반도체산업육성법’이 미 의회를 통과한 뒤 발효되면서 각국 기업들의 대형 투자 발표가 줄을 잇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이 자국에 1000억달러(약 142조원)에 달하는 신공장 투자를 발표하면서 그동안 한국 업체들이 주도해 왔던 메모리 업계 판도에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마이크론은 신공장 투자를 발표하면서 미국 정부의 반도체법을 투자 결정의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반도체법의 핵심은 미국 내에 생산기지를 짓는 기업에 총 520억달러(약 74조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투자에 따른 세액공제도 25%에 달한다.

우리와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나 지방정부에서 지급하는 보조금은 한 푼도 없다. 투자 세액공제도 6%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 국회에도 8월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투자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 반도체지원법이 발의됐다. 국가첨단전략산업특별법은 국회에서 논의가 되고 있지만 조세특례제한법은 주관 부처인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법 개정에 한 걸음도 떼지 못한 상황이다.

정치권과 정부 모두 반도체 산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지만 실질적인 지원책은 아직까지 하나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초격차 기술 패권 시대에 속도전의 대명사격인 반도체 투자는 법 통과만을 기다리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어디 이뿐인가. 한국서 투자를 한다고 해도 각종 인허가 문제로 발목을 잡히는 일이 빈번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용인반도체클러스터다. 2019년에 투자를 발표했는데 아직도 용지 조성 공사조차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못한 상황이다. 용인반도체클러스터는 정부의 환경영향평가 지연과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반대로 3년 만인 4월에야 겨우 기초공사에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최근 취수원인 여주시가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면서 관로 설치를 반대하는 등 제동을 걸고 있다. 이에 SK하이닉스 신공장의 양산 시점은 2027년으로 늦춰진 상황이다. 마이크론의 투자 발표가 용인보다 3년이나 늦었지만 양산은 2년 먼저 시작된다는 얘기다. 한심한 일이다.

근래 한국 경제가 초대형 복합 위기에 처해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충격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원자재 가격 폭등·급격한 금리 인상·무역수지 악화 등 파고가 높다. 게다가 수출 의존도가 미국의 2배가 넘는 중국 시장이 외교·안보적 영향으로 심하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적잖아 우리로서는 긴장감을 가져야 한다.

대내외 여건은 첩첩산중이다. 경제 활로를 열기 위해서는 결코 실기해선 안 된다. 무엇보다 기업 자율경영을 이중삼중으로 옭아매는 규제 혁파가 시급하다. 역대 정부는 줄곧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외쳤지만 말뿐이다. 기업 규제는 기업은 물론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나아가 생존 위기로 몰아넣는 한국 경제의 초대형 악재다. 규제로 옥죄기만 한다면 일자리 창출은 물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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