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화약고’ 중소기업 살려야 나라에 희망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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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융상황 보고서’ 한계기업 비율 15.3%
코로나19로 직격탄… 최근에는 고금리에 ‘휘청’
경제 실핏줄 중소기업 위기는 서민 삶의 위기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0-11 00:02:02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는 등 고환율·고물가·고금리의 3고(高) 복합위기로 존폐 위기에 놓인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 특히 빚으로 연명하는 한계기업이 늘면서 우리 경제의 당면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계기업은 이자 보상배율이 3년 연속 1.0 미만인 기업으로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기업을 말한다.

한국은행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계기업 비중이 2021년 15.3%로 전년 대비 0.5%p 상승하며 201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코로나19 충격으로 지난해 처음 취약기업이 된 기업 비중은 14.8%로 과거 5년(2015∼2019년) 11.7%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돼 심각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중소기업 대출 현황과 비중 변화’ 자료 또한 한계기업의 어려운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은행이 중소기업 가운데 한계기업으로 분류된 기업에 빌려준 금액은 상반기 동안 1조7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말 21조6000억원 규모였던 것이 올 6월 말 23조3000억원로 커졌다.

한계기업에 대한 대출 추이는 국책은행에서 더 두드러지고 있다. KDB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대출액이 지난해 말 21조6000억원에서 올 6월 말에는 23조원으로 약 1조8000억원 늘었다. 중소기업의 원화 대출금 잔액 또한 계속 증가했다. 1월 말 기준 801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던 이 수치는 6월 말 823조5000억원으로 약 31조3000억원 불어났다. 한 달에 최소 4조2000억원에서 최대 7조9000억원까지로 급증했다.

이미 3년여 동안 코로나19로 경기 위축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최근에는 높아진 이자부담까지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2년 전 금리는 2%대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두 배 가까이 오른 5%대 후반이다. 설상가상 이번 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5%p 올리는 이른바 ‘빅스텝’을 단행할 전망이 지배적이다.

원자재값 급증에 금융비용 등 이중삼중 고충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보다 폭넓은 지원이 필요함을 말해주고 있다. 경제 위기가 가중될수록 가장 먼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는 곳은 부실 위험을 마주한 중소 한계기업이기 때문이다.

가계부채와 마찬가지로 기업부채도 양적 관리뿐만 아니라 질적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한계기업이 우리 경제의 화약고가 되지 않도록 별도의 채무관리방안을 수립해 철저히 관리하길 촉구한다. 국난급 경제불황기에 한계기업의 증가는 여타 중소기업 경영에도 경고등이 켜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하면서도 고용 비율이 높은 중소기업을 회생시키기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시급히 마련돼야겠다. 중소기업의 근로자 수는 전체 근로자의 90% 정도다. 나머지 10%는 대기업 근로자 수다. 경제의 실핏줄 같은 중소기업의 위기는 서민 삶의 위기와 직결돼 있다. 직원 300인 미만인 중소기업 10곳 중 4곳이 최저임금 인상 부담 탓에 고용 축소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시대에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 육성이야말로 한국 경제의 활로를 여는 데 시급한 일임에도 중소기업인들이 실의에 빠져 있다는 뒷받침이다.

중앙 정부와 국회·지방자치단체 등은 실기해선 안 된다. 무엇보다 기업 자율경영을 옭아매는 규제 혁파가 시급하다. 역대 정부는 줄곧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외쳤지만 말뿐이다. 기업 규제는 기업은 물론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나아가 생존 위기로 몰아넣는 한국 경제의 초대형 악재다. 규제 혁파와 기업회생 지원정책으로 중소기업이 살아야 대기업도 살 수 있음을 직시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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