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선우 대표가 소식을 전해줘서 몇 배로 더 기뻤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선우를 통해 공천 소식을 알린 이유가 궁금했던 상훈이 슬쩍 우룡의 표정을 살폈다. 선우 이름이 나오자마자 우룡의 얼굴에 환하게 웃음이 번졌다.
“그날 미술관에서 제일 먼저 우리 선우 씨한테 말을 해 줬지. 두 사람 더 기쁘라고.”
선우가 기뻐하진 않겠지만 상훈은 자신의 공천 확정 사실을 선우에게 알리고 싶었다.
“내가 말했었지? 내 친한 친구들의 딸이라고. 시쳇말로 절친의 딸이야. 내 딸이나 다름없지. 내겐 정말 귀한 사람이오.”
우룡은 상훈과 선우가 이혼 과정까지 갔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우선 상훈을 자기 편으로 만들어야 했다. 거사를 치르려면 힘도 필요했지만 그에 상응하는 명분도 필요했다.
힘과 명분 두 쪽 모두 상훈은 필요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혼까지 간 상황에서 아직 헤어지지 않고 산다는 건 그만큼 더 강한 사이라고 볼 수도 있었다.
“이건 우리 둘만의 이야기인데…, 언젠가 내가 가는 길을 무조건 따르겠다고 했던 기억이 나서…. 우리 이 대표가 두 말할 사람은 아닐 거고….”
우룡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먼저 상훈이 대답했다.
“한우룡 대표님이 저의 정치적 아버지이신데요. 제가 우리 대표님 아니면 누굴 따르겠습니까.”

“일단 혼자만 알고 있으세요. 보궐선거하고 대선을 같이 치를 수도 있어요. 그렇게 되면 이 대표 하고 나는 러닝메이트가 되는 겁니다.”
한동안 상훈은 멍하니 우룡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입을 열었다.
“대표님. 영광입니다. 저는 대표님이 가자는 길이 어디로 가건 대표님만 따라가겠습니다.”
진욱이었다면 이런 대답까지는 아니었다 해도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해도 우룡은 지금까지 오기에 좀 쉬웠을지도 몰랐다.
“이야기 좀 하자. 내 방으로 가자.”
우연히 복도에서 마주친 진욱은 우룡의 말에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저는 급히 볼일이 있어 지나던 길입니다. 다음에 시간 되면 찾아뵙겠습니다.”
“국회 안에서 나 보는 것보다 더 급한 일이 어디 있어?”
그 말에 진욱이 웃었다. 마치 아직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나? 비웃는 것 같았다.
“진욱아, 은선우 씨 부부하고 너희 부부 하고 밥 한 끼 먹자.”
우룡의 갑작스런 제의에 진욱은 멈칫했다.
은선우, 이상훈, 이진욱, 한여경 그리고 한우룡. 이 조합이 모여 앉아 밥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일까 생각이 들었다.
진욱은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아무 말 없이 돌아섰다. 중요한 건 자신이 아니라 은선우였다. 선우가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오늘 잠깐 볼 수 있을까? 내 스포츠카 블랙박스에 당신 차가 찍혀 있어서…. 2~3주 전에 당신이 내 집엘 다녀간 이유가 뭘까 이야기를 좀 나눠봐야 하지 않겠어?’
회의를 마치고 나오니 핸드폰에 여경으로부터 문자가 와 있었다.
[글: 이경희 / 그림: 도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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