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멀리, 오랫동안’ 떠나던 해외여행 공식이 깨지고 있다. 항공 운임과 현지 물가 부담, 달러 강세로 유럽·북미 발길이 잦아든 반면 일본·중국 등 아시아권 여행 수요는 급격히 쏠리고 있다.
BC카드가 2일 최근 3개년(2024~2026년) 상반기 내국인 고객의 해외여행 소비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해외여행객 10명 중 7명 이상(74.3%)이 아시아 지역을 방문했다고 발표했다. 2024년 상반기(60.4%)와 비교해 13.9%p 늘어난 수치다.
대표적 장거리 노선인 유럽과 북미 비중은 일제히 감소세를 보였다. 올해 상반기 유럽 방문 비중은 12.3%, 북미는 8.2%로 2년 전 대비 각각 6.7%p, 5.9%p 축소됐다.
유럽 방문 위축의 배경으로는 항공 운임 및 현지 물가 상승, 장거리 수요 회복 지연 등이 꼽힌다. BC카드 관계자는 “장거리 여행 수요의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더딘 데다 특히 강달러 현상 지속으로 북미 여행 시 체감하는 비용 부담이 커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국가별로는 일본이 38.7%로 내국인 해외 방문지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중국(11.2%), 베트남(11.0%), 미국(10.5%) 순으로 나타났다. 2024년 상반기 대비 일본과 중국 비중은 각각 8.9%p, 5.8%p 증가한 반면, 미국은 4.8%p 줄어들며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아시아 쏠림 현상을 ‘결제 편의성’과 ‘시간 가성비’가 결합된 구조적 변화로 해석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트래블카드 확산과 현지 간편결제 도입으로 2030세대의 해외 결제 문턱이 낮아진 데다, 유연근무 정착으로 시차 부담이 없는 아시아의 시간 가성비가 부각된 결과”라며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큰 장거리 노선을 빠르게 대체하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주요 방문국에 따라 카드 이용 양상도 갈렸다. 중국(66.3%)·일본(65.9%)·대만(56.4%)에서 쇼핑 업종 이용 건수 비중이 높았고, 미국(34.8%)·호주(33.5%)는 식음료 소비가 우세했다. 베트남(7.8%)과 태국(4.9%) 등 휴양 국가에선 숙박 소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게 집계됐다.
해외여행 핵심 소비층은 20~30대 수도권 거주자와 고소득·고소비 계층이었다. 성·연령별로는 30대 남성(평균 대비 1.4배)과 20대 여성(1.3배)이, 지역별로는 수도권(1.3배) 주민이 해외로 많이 떠났다.
소득·소비액이 높을수록 해외 지출도 컸다. 연 소득 1억 원 이상 고객의 해외여행 경향은 평균의 2.2배로, 1인당 128만 원을 해외에서 소비했다. 월 카드 사용액이 300만 원 이상인 고소비 고객은 해외여행 경향이 평균의 2.9배까지 치솟았으며, 1인당 지출액도 157만 원에 달했다.
BC카드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18개월간 2회 이상 출국한 해외 재방문 고객을 6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가장 비중이 높은 유형은 ‘신규 목적지 쇼핑 헌터(27.2%)’였다. 이들은 떠날 때마다 새로운 여행지를 고르고, 전체 여행 소비액의 80.9%를 쇼핑에 집중했다. 2위를 차지한 ‘단골 실속 쇼퍼(24.5%)’는 익숙한 목적지를 짧은 일정으로 반복 방문해 쇼핑하는 부류로, 전체 카드 이용일의 절반 이상(51%)이 일본에 몰렸다.
유럽·북미 등 장거리 목적지에 오래 체류하는 ‘장거리 체류형 여행자(22.1%)’는 평균 여행 기간이 5.5일이었으며, 식음료 소비 비중(41.9%)이 쇼핑(34.2%)을 앞질렀다.
18개월간 평균 7.2회나 출국한 ‘헤비 트래블러(14.6%)’는 1인당 평균 376만 원을 써 전체 유형 중 소비액이 가장 컸다. 전체 여행 소비액의 72.3%를 숙박에 쏟는 ‘숙소 몰입 휴양족(7.9%)’, 관광·레저 지출 비중이 55.2%에 달하는 ‘레저·액티비티족(3.7%)’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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