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두물 선생’과 금융사 수장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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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관치금융’ 망령

‘도두물 선생’과 금융사 수장 인사

한원석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2-28 00:02:40

연말을 맞아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인사가 연이어 이뤄지고 있다. 15일 KB금융그룹이 박정림·김성현 KB증권 각자 대표와 김기환 KB손해보험 대표를 비롯한 대부분의 계열사 대표이사를 재선임했다. 이어 20일 신한금융그룹은 한용구 신한은행장 내정자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 사장을 신규선임하거나 연임시켰고, 하나금융그룹은 22일 임영호 하나생명 대표이사 후보자를 포함한 4명을 새로 추천하고 2명을 유임시켰다.

NH농협금융지주는 12일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차기 회장 후보자로 선정한 바 있다. 이를 두고 금융권 일각에서는 ‘관치 금융의 신호탄’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제 금융권 안팎의 눈길은 우리금융그룹과 BNK금융그룹, 그리고 IBK기업은행을 향하고 있다. 모두 최근 들어 CEO 인사를 두고 논란의 여진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곳들이다.

먼저 우리금융의 경우 손태승 회장이 해외 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손실과 관련한 금융감독원의 중징계에 대해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이로써 손 회장은 연임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던 사법리스크를 2년여 만에 털어내 내년 3월 연임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앞서 금감원은 2020년 1월 DLF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손 회장에게 연임이 불가능한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의결·확정한 바 있다.

다만 손 회장은 지난달 금감원으로부터 라임 펀드 불완전 판매를 이유로 문책 경고의 중징계를 다시 받은 데다 금융당국의 사퇴 압박이 이어지고 있는 점이 변수다. 이 때문인지 여전히 거취 표명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고,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도 올해는 차기 회장 선임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금융 안팎에서는 손 회장이 행정소송을 통해 연임을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여기에 당국의 간섭이 도가 지나치다며 노조까지 거들고 나선 상황이다.

BNK금융그룹의 경우 김지완 회장이 임기를 5개월가량 남겨 두고 전격 사퇴하면서 후임을 두고도 관치와 낙하산 논란이 커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BNK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서류 심사를 거쳐 선정한 BNK금융지주 차기 회장 1차 후보군은 김윤모 노틱인베스트먼트 부회장·빈대인 전 부산은행장·손교덕 전 경남은행장·안감찬 부산은행장·위성호 전 신한은행장·이두호 BNK캐피탈 대표 등 6명으로 확정됐다.

이들 후보 중 4명은 BNK금융, 2명은 신한·하나은행 출신으로 모두 은행권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들이다. 다행스럽게도 논란이 됐던 ‘올드보이’와 ‘모피아(옛 재무부의 영문 약자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들은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이복현 금감원장이 “특정 대학·고등학교 등의 파벌을 중심으로 내부에서 갈등이 있다는 얘길 들었다”며 내부 후보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변수로 남아 있다.

내년 1월 임기가 끝나는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후임으로 관료 출신 외부 인사들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기업은행의 경우에는 기재부 관료 출신인 정은보 전 금감원장이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후보자 중 한 명인 것은 맞다”며 “일률적으로 관료 출신이 나쁘다고 볼 것이 아니라 후보자 개인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노조는 “정 전 원장의 경우 공직자윤리법 제17조에 따라 퇴직 후 3년 안에는 은행장이 될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기업은행의 역사를 보면 최근 10여 년간 은행장은 내부 출신들이 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행정고시를 거쳐 기획재정부에서 오래 근무한 관료 출신인 윤종원 현 행장을 제외하면 조준희 전 행장(2010~2013년)과 권선주 전 행장(2013~2016년)·김도진 전 행장(2016~2019년) 모두 공채 출신이다.

올해 7월 도어스테핑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자기가 맡을 업무에 대한 전문성과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윤 대통령 발언에 무게를 싣기 위해서도,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도 ‘관치’보다는 능력이 검증되고 전문성 있는 인사를 선임해야 할 것이다.

최근 본지에 시사만화 ‘도두물 선생’을 연재하던 이홍우 화백이 별세했다. 고(故) 이 화백은 과거 중도일보에 ‘두루미’를 그리기 시작해 전남일보(현 광주일보)에 ‘미나리 여사’, 스포츠동아에 ‘오리발’ 연재를 거쳐 동아일보에 ‘나대로 선생’을 27년간 연재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과연 이 화백이 생존해 있다면 요즘 금융권에서 벌어지는 ‘관치 논란’을 두고 어떠한 촌철살인의 말로 일침을 놓을지 궁금해진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한원석 ws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