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 붕괴’ 기시감 드는 ‘NC백화점’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기자수첩

[데일리Talk]-안전불감증

신성수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1-20 00:02:30

17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40분경 분당구청으로부터 야탑역 NC백화점 2층 천장에서 균열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가 접수된 시간은 영업 종료를 앞둔 시점이었지만 당시 백화점 측에서는 별다른 조치 없이 영업을 이어 간 것으로 알려졌다. 입장객 대피도 없었다.

백화점에서는 균열이 생긴 천장 부분에 임시로 지지대를 설치해 영업을 이어 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천장의 균열로 천장과 이어져 있던 유리가 떨어져 깨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 소식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먼저 확산됐다.

사람들은 백화점 측이 해당 사건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점을 비판했다. 해당 백화점에서는 2018년 7월에도 석고 재질 천장이 무너지는 사고가 났던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은 거욱 거세졌다.

백화점 관계자는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석고보드의 처짐 현상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거에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사건 당시 입장객들에게 안내 방송이나 대피 유도를 하지 않았던 점 등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17일 오전 1시30분경 성남시는 NC백화점으로부터 ‘자진 영업 중지’ 공문을 접수했으며 ‘건축물 사용 제한’을 통보했다. 또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소방·경찰·시청 합동으로 정밀안전점검을 할 것이며, 검사 결과 이상이 없는 것으로 밝혀질 때까지 영업 중지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NC백화점의 균열은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을 지적함과 동시에 과거 삼풍백화점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건물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천장 재질에 금이 간 것이라는 판단 또한 원인과 향후 여파를 생각하지 않은 부주의한 속단일 수 있다. 단순히 노후된 천장에 금이 간 것일 수도 있지만, 백화점 옥상에 스포츠센터가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원인에 대해 다양한 추측을 해 볼 수 있다. 또한 천장에 생긴 금 하나로 해당 층 전체의 균형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백화점 측의 안일한 대처는 고객에게 불안을 안겨 줄 것이다.

과거 삼풍백화점의 사례도 이와 비슷하다. 1995년 6월 붕괴된 삼풍백화점은 사상자 약 1500명이 발생한 대규모 건축물 붕괴 사고다. 전문가들은 삼풍백화점의 붕괴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고 말한다.

삼풍백화점은 붕괴 전 바닥에 돌출 부분이 생기고, 천장이 내려앉고 갈라지는 등의 전조 현상을 보였다. 그러나 당시 전조 현상이 발생한 후 진행된 안전 진단에서 경제적 피해를 생각해 고객을 대피시키는 것을 반대하며 영업 중지가 아닌 보수공사를 하는 방안으로 결론을 냈다. 뿐만 아니라 이런 분위기 속에서 백화점 측은 고객들에게 전화를 돌려 백화점 방문을 권유하기도 했다.

삼풍백화점 참사 이후 건축과 소방 등에 관한 구조 매뉴얼이 개편되는 등 다양한 제도적 변화가 일어났다. 국민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인식 또한 변화하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이태원 참사 등을 보면 우리 사회가 여전히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사소한 사고가 큰 참사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려면 작은 틈새도 가볍게 여기지 않고 꼼꼼하게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눈앞의 금전적 손실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사람의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보다 현명한 판단으로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신성수 ssshi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