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소비 주는데 민주당 되레 생산 독려 법안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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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윤미향까지 동원해 개정안 마련
쌀 생산 더 늘고 쌀값 하락하는 악순환
‘쌀밥 적게 먹는’ 현실 무시한 포퓰리즘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1-30 00:02:01

작년 한국인 1인당 쌀 소비량이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외식까지 포함해 종일 먹는 밥이 한 공기 반이다. 소비는 주는데 생산은 더디게 감소하면서 쌀은 남아돌고 가격은 하락세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은 쌀 생산을 재촉할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면 쌀 생산이 더욱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남아도는 쌀은 차고 넘칠 전망이다.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7kg으로, 30년 전인 1992년 112.9kg의 ‘반 토막’으로 쪼그라 들었다. 또다시 역대 최저치다. 식생활 패턴이 밀가루·육류 등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쌀 소비량은 2019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60㎏ 아래로 떨어진 뒤에도 매년 사상 최저치를 새로 쓰고 있다. 연간 쌀 소비량을 하루 소비량으로 환산하면 155.5g이다. 밥 한 공기가 쌀 100g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하루에 겨우 밥 ‘한 공기 반’가량을 먹는 셈이다.

1인 가구 증가로 즉석밥·쌀 냉동식품 소비는 전년보다 조금 늘었다. 지난해 식료품·음료 제조업 부문의 쌀 소비량은 69만1422t으로 전년보다 1.7% 늘었다. 레토르트 식품·냉동식품·즉석밥 등을 만드는 ‘기타 식사용 가공처리 조리식품 제조업’이 27.2% 증가하며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하지만 전체 소비량 감소를 메꾸기엔 역부족이다.

지난 10년간 쌀 소비량은 연평균 1.4%씩 줄었지만 생산은 0.7%씩만 줄면서 쌀은 계속 남아돌고 있다. 정부는 작년에 생산 과잉으로 떨어진 쌀값을 떠받치기 위해 생산량의 20%인 72만t을 사들였다. 10만t의 쌀을 매입해 저장하는 데 약 2000억 원이 든다. 창고에 쌓아둔 쌀은 2,3년 뒤 매입가 10% 정도의 헐값에 술 원료 등으로 팔린다.

이렇게 쌀 소비가 매년 감소 추세인데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무조건 사들이는 것이 개정안 내용이다. 지금도 쌀 생산이 수요보다 3% 이상 많거나, 전년보다 가격이 5% 넘게 떨어지면 정부 판단에 따라 쌀을 사들이는 시장격리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이 제도를 더 강화해 쌀이 예상 소비량보다 3% 넘게 생산되거나, 쌀값이 전년보다 5% 이상 내려가면 정부가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재는 정부의 ‘재량 매입’으로 규정돼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말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야당 단독으로 의결해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하기로 결정하면서 꼼수를 썼었다. 해당 법안은 지난 10월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지만 국민의힘의 반대에 막혀 두 달 넘도록 처리가 되지 않았다. 법사위가 특정 법안 심사를 60일 안에 마치지 않으면 법안을 소관하는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간사와 협의해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본회의 부의가 가능하다. 하지만 농해수위 재적 위원 19명 중 민주당 소속은 11명이어서 민주당 단독으로는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 찬성이 불가능하다. 결국 민주당 출신 무소속 윤미향 의원을 합류시켰고 본회의 직회부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법이 도입되면 당장 한두 해는 쌀값 안정과 농민들 생계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농사를 짓던 농민까지 쌀농사로 몰리면 생산은 더 늘고, 가격이 다시 불안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농민을 돕는다는 법안이 궁극적으론 농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농업의 고부가가치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