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EU 가입 위해 ‘부패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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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당국, EU 정상회담 전 억만장자·전 내무장관 가택 수색
콜로모이스키, 젤렌스키 대통령 후원자로 알려져

한원석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2-03 00:03:00

우크라이나 당국이 유명 억만장자와 전직 장관에 대한 가택 수색에 나섰다고 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유럽연합(EU)과의 정상회담을 며칠 앞두고 이뤄진 이번 조치는 EU 가입을 원하는 우크라이나가 대내외적으로 부패 척결 의지를 보여주려는 움직임이란 관측이 나온다.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우크라이나 재벌 이호르 콜로모이스키와 아르센 아바코우 전 내무장관에 대해 가택 수색을 했다.

콜로모이스키는 2019년 대선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졌던 인물로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가 소유한 TV 방송국에서 시트콤 스타로 유명해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우크라이나에서 ‘올리가르히’를 없애겠다고 약속했지만 전 후원자인 콜로모이스키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SNS에는 운동복을 입은 콜로모이스키가 그의 집에서 SBU 요원과 함께 서 있는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SBU는 성명서에서 동일한 사진을 내놨지만 사람의 얼굴은 흐릿하게 나왔다. 이 사진의 진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SBU는 콜로모이스키가 지분을 보유한 우크라이나 최대 석유 회사인 UK나프타와 최대 정유 회사인 UK타트나프타에서 10억 달러(약 1조2500억 원)가 넘는 횡령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계엄령에 따라 두 회사를 국가가 압류하도록 명령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국세청은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우크라이나 경찰을 지휘했던 아르센 아바코프 전 내무부 장관의 집에 대한 가택 수색에도 나섰다. 지난달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 이후 최대인 12명 이상의 고위 관료를 숙청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바실 말류크 SBU 국장은 SBU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전쟁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에 해를 끼칠 모든 범죄자는 우리가 손에 수갑을 채울 것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우크라이나 당국의 ‘전시 반부패 숙청’은 최근 몇 주 동안 서방 세계가 우크라이나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막대한 무기 지원을 약속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부패한 국가 중 하나로 악명 높은 우크라이나를 정화할 수 있다는 것을 서방에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여당인 ‘인민의 종’의 의회 지도자인 다비드 아라카미야는 자신의 텔레그램에 “국가는 전쟁 중에 변화할 것”이라며 “누군가 변화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국가가 그들이 변화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원석 기자 ws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