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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악성 미분양 주택 폭탄
악성 미분양 주택 매입은 ‘정부 의무’ 아니다
김재민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2-06 00:02:30
▲ 김재민 경제산업부 기자
내 돈이었으면 그 가격에 안 샀다.”
 
평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직설적인 화법으로 비판을 하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들인 서울 강북구 소재 미분양 주택을 두고 한 말이다.
 
LH는 해당 아파트 19~24m² 36가구를 가구당 21000~26000만 원대로 총 79억 원에 사들였다. 미분양 주택을 사들여 취약계층 주거난 해소에 기여해 달라는 앞서 윤석열 대통령의 주문에 따른 정상적인 조치였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해당 아파트는 장기 미분양으로 이미 15%가량 할인 판매 중이었는데 이를 감정평가 후 12% 할인가에 사들인 것이다
 
LH에게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 현행법상 담합 또는 비리 등을 우려해 주택 매입 시 2개 감정평가기관의 평균값에 매입하도록 하는 규정을 지킨 것뿐이었다원 장관이 이러한 점을 모를 수 없다. 그럼에도 일침을 가한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에 국민의 혈세로 건설사의 미분양 주택을 사들여야 하느냐는 비판과 함께 가격이 화두에 올랐다.
 
사실 악성 미분양은 주택시장 호황·불황의 영향도 크지만 근본적으로는 수요 예측 조사 실패에 따른 것이라 볼 수 있다. 해당 단지에 기대하는 분양가보다 너무 높게 책정된 가격, 수요가 없는 지역에 대한 과잉공급 등이 그 이유다.
 
시장 호황기에 건설사들이 정확한 수요 예측 없이 무리하게 경쟁하며 지방 곳곳에 아파트를 지었던 책임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실제로 전체 미분양 주택의 85%는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 때문에 건설사가 무작정 정부에 매입을 요청하기보다 어느 정도 스스로 책임을 통감하고 할인가 확대 등 자구책을 먼저 제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미분양 재고의 장기화는 시장 침체기에 수주·사업비 대출·시공·분양 등이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 물건을 만들고도 팔지 못한건설사의 수익성에 매우 치명적이기에 시간이 촉박하다. 최악의 경우 줄도산도 우려된다.
 
하지만 이 시간에도 미분양 주택은 빠르게 쌓여만 가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한 달에 1만 가구씩 쌓여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68107가구로 98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올해도 약 44만 가구의 입주물량이 예정돼 있어 악성 미분양에 대한 고민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물론 건설업계의 입장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빠른 주거공급을 위해 정부가 민간공급을 촉진해 온 상황에서 내부의 문제보다는 글로벌 경기 흐름으로 인해 출혈을 겪게 된 것이며 주거난 해소라는 사회적 책무를 어느 정도 이행해 온 것이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더 이상 정부와 건설업계가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를 할 여유가 없다대통령실 차원에서 정부의 미분양 주택 매입을 장려했으니 건설업계는 기존 계획 대비 다소 손실을 감내하더라도 국민이 납득할 만한 분양가를 제시하면서 정부에 지원 요청을 했으면 한다. 기업의 손실을 정부가 보전해 주는 것은 시장경제의 원리에 맞지 않으며, 자칫 향후 유사한 사례에 대한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
 
정부 역시 LH 등 유관기관에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 할인가 협상 재량권을 부여해 제2·3의 미분양 주택 고가 매입 논란을 방지해야 한다. 제도 악용을 방지할 보조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가격뿐만 아니라 이미 선택받지 못해장기 미분양으로 남은 주택에 대한 수요 조사도 철저히 해 신중히 매입해야 한다. 결국 정부가 세금으로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것은 건설사의 손실 보전이 아니라 주거취약계층 즉, 국민을 위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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