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간 ‘옥석 가리기’가 시작되고 있다. 상위 20개 기업 중 14곳의 올해 실적 전망치가 내려갔다. 살아남은 것은 반도체 대형주를 포함한 6개 종목이다. 증권가는 올해 실적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내다보면서 반도체 등 IT에 주목할 것을 강조한다.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시장 상장법인 중 증권사의 실적 전망치가 존재하는 전체 종목(216개)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총 236조4120억 원으로 한 달 전(238조6790억 원)보다 0.9%(2조2670억 원) 쪼그라들었다.
증시를 지탱하는 대형주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코스피시장 시총 상위 20개 종목 중 최근 한 달간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가 하향 조정된 종목은 14개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거나 유지된 기업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삼성바이오로직스·네이버·카카오·삼성물산 6곳에 그쳤다. 코스피 지수가 한 달 사이 3.4% 오른 것과 상반된 흐름이다.
일례로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가 4조2490억 원에서 3조8260억 원으로 9.9% 내려갔다. 이미 작년 4분기 ‘어닝쇼크’(실적충격)를 기록했지만 북미·유럽 전기차 수요 둔화와 전기차 과잉 재고 등의 영향으로 올해까지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POSCO홀딩스도 업황 부진과 주요 원재료 투입 원가 상승 등에 따라 영업이익 전망치가 5조1330억 원에서 4조7240억 원으로 8% 하락했다. 자회사 실적 부진과 업계 경쟁 심화 부담이 있는 LG전자는 영업이익 추정치가 4.8% 감소했고 현대차와 기아도 전망치가 1.0%씩 하향 조정됐다.
반도체만이 올해 실적 기대감을 지탱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한 달 새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가 8조4700억 원에서 8조8220억 원으로 4.2% 증가했다. 반도체 수요 회복 기대감과 더불어 SK하이닉스의 ‘출하 제한’ 전략이 제품 판매가격 인상 효과로 이어져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점에서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34조530억 원 수준으로 유지됐다.
반도체 대형주 외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0.4%)·네이버(0.6%)·카카오(1.9%)·삼성물산(0.7%)도 한 달 전보다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소폭 상향 조정됐다.
증권가에서는 금리 하락 기대에 따른 유동성 장세가 끝나고 올해 본격적인 실적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대형주의 4분기 성적표는 좋지 못하다. 삼성전자·LG에너지솔루션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잠정)은 2조8000억·3382억 원으로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실적 부진 여파로 코스피는 올해 첫 거래일을 제외하고 8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지속했다.
신희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주의 실적 미스는 업황 개선에 대한 의구심과 이익 전망치 하향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다시 밸류에이션 부담을 가중할 수 있고 시장 참여자들이 실적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환경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 코스피 단기 조정 국면에서 반도체 등 IT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회복 사이클의 초입에 있어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주식시장에선 업종과 종목 간 옥석 가리기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단기 조정 이후 가격 매력이 발생하더라도 주가 회복을 위한 이익 모멘텀이 살아있어야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여전히 반도체 등 IT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야 한다. 수익률 회복의 선봉장은 다시 한 번 IT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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