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가리아 원전’ 수주로 재도약하는 K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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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원전 르네상스’… 경쟁적으로 원전 건설 중
文정부 탈원전 정책에 주춤했던 K원전 회생 신호탄
안정성과 경제성 뛰어난 SMR 시장도 선점 기대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2-28 00:02:02

현대건설이 18조 원이 넘는 규모의 해외 원자력발전소 건설 공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고무적인 소식이 들려온다. 최근 현대건설은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공사의 입찰 자격 사전심사(PQ)를 단독으로 통과하고 불가리아 의회의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동안 암흑기를 겪었던 우리나라 원전 산업의 재도약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현대는 코즐로두이 원전 건설공사에서 2200메가와트(㎿)급 원전 2기를 신설하는 프로젝트를 맡는다. 총 사업비 18조7000억 원의 이 공사에서 현대 측이 총 사업비의 절반인 8조~9조 원가량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되는 사업이다.

현대가 해외에서 원전사업을 따낸 것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건설 이후 15년 만이다. 이번 입찰에는 벡텔(Bechtel)·플루어(Fluor) 등 해외 주요 건설사들도 참여했으나 불가리아 정부가 제시한 까다로운 사전 요건을 모두 충족한 건 현대건설이 유일했다고 한다. 한국형 대형원전 36기 중 24기에 시공 주관사로 참여한 이력을 갖고 있는 현대건설의 저력이 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정부 들어서 지속돼 온 원전 생태계 복원을 위한 노력이 점차 가시적인 성과로 드러나고 있다. 2022년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그해 8월 3조 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프로젝트를 수주했고, 지난해 6월과 10월에는 루마니아에서 각각 2600억 원과 1조 원 규모의 공사를 수주했다.

가장 기대되는 프로젝트는 폴란드와 체코 원전이다. 2~4기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인 폴란드(퐁트누프 프로젝트)와는 2022년 10월 협력의향서(LOI)를 조인했고, 올해 6월에는 체코 정부가 두코바니 원전 건설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두 곳 모두 30조~40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국내 관련 업계도 기대감에 들떠 있는 분위기다. 발주 규모가 큰 만큼 수주가 확정된다면 지난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고사 직전으로 내몰렸던 국내 원전 플랜트 및 부품 공급사들에게는 회생의 기회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는 이미 ‘원전 르네상스’를 선포하며 선두 경쟁에 나서고 있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건설이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원전은 100기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의 여파로 에너지 공급망 위기가 커질수록 원전 수요가 앞으로 더 급증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인공지능(AI)과 전기차 발달로 에너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점도 원전 의존도가 높아지는 배경 중 하나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를 ‘원전 재도약 원년’으로 선포하고 이를 위해 총 4조3000억 원을 투입하는 등 적극적인 K원전 지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난 정부에서 원전 관련 산업이 전반적으로 암흑기를 겪었지만 윤 정부에서 ‘탈(脫)원전 정책’이 공식 폐기된 덕분에 해외 원전 수주에 낭보가 잇따르고 있으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원전 건설과 운영 능력은 최근 잇따른 해외 수주를 통해 세계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사실 우리 원전 산업의 기술력은 1971년 고리 1호 착공을 시작으로 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앞으로 원전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대형 원전뿐 아니라 소형모듈원전(SMR) 분야에서도 선도국으로 도약할 필요가 있다. 세계 시장은 안전성·경제성이 뛰어난 SMR에 주목하는 추세다. 특히 우리는 2012년 세계 최초로 소형원자로 표준설계 인증을 획득해 SMR 선도국으로 평가받은 바 있다. 이 불씨를 잘 살리도록 정부도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