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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게 없어서 안쓰럽다… 쓸쓸한 따스함 ‘편의점’
일 평균 1600만 명 이용… 주류·금융·커피 취급
편의점 최다 상품 ‘얼음’… 한 해 5억 개 판매
임요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23 14:40:07
 
▲ 외국인에게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K-라면 특화 편의점(CU홍대상상점)’. 임유이 기자
 
골목마다 하나씩 들어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편의점.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형 마트가 골목 상권을 위협한다고 세상이 떠들썩했지만 어느덧 편의점이 온 세상 상점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편의점에는 없는 물건이 없기 때문이다.
 
편의점은 편리함 그 이상이다. 깊은 밤 어둔 골목길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편의점을 바라보면 알 수 없는 위안이 느껴진다.
 
일 평균 1600만 명이 이용한다는 편의점. 누군가는 담배를 사기 위해, 누군가는 음료가 필요해서, 누군가는 끼니를 때우기 위해 들른다. 목적 없이도 괜히 한 번 문을 밀어 보고 싶은 곳이 편의점이다.
 
편의점 최다 인기 상품 ‘얼음’
 
▲ 매장 내 카페 시설을 갖춘 편의점이 늘고 있다. 임유이 기자
 
이달 초 출간된 ‘어쩌다 편의점’(돌베개)에는 편의점과 관련된 거의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자 유철현은 편의점 회사 홍보담당자로 △고단한 자영업자인 편의점주 △시급 9860원짜리 알바생 △소머리가 대머리 되도록 히트 상품을 고민하는 MD △장삼이사 고객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에 다채롭게 담아 냈다.
 
편의점 최고의 인기 상품은 무엇일까? 소주? 맥주? 컵라면? 다 인기가 높긴 하지만 정답은 아니다. 책에 의하면 편의점 최다 판매 상품은 ‘컵얼음’이다. 한 해 대략 5억 개 정도의 얼음컵이 팔려 나간다. 흥미로운 건 최초의 편의점이 얼음 가게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이다.
 
편의점의 모체는 1927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설립한 사우스랜드 제빙 회사(Southland Ice Company)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얼음 창고에 식료품을 넣어두면서 팔기 시작한 것이 편의점으로 확장됐다.
 
▲ 와인과 위스키를 종류대로 골고루 갖춘 모습이 주류 판매점을 연상시킨다. 임유이 기자
 
이 회사는 얼음 가게이던 시절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문을 열었는데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긴 영업시간을 강조하기 위해 ‘세븐일레븐’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24시간 영업이 일반화되면서 모 기업은 편의점 이름에 ‘25’라는 숫자를 표기해 넣었다. 온 하루 그 이상이라는 뜻이다.
 
편의점 하면 ‘삼각깁밥’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편의점 30년 장기 운영 점주님의 얘기에 따르면, 꽤 오랫동안 삼각김밥 포장 해체 방법을 알려주는 게 일상이었다고 한다. 그땐 삼각김밥을 똑바로 뜯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신세대와 구세대를 구분하는 척도였다.” -‘어쩌다 편의점’
 
삼각김밥은 우리나라에 편의점이 들어서고 3년이 지난 1992년 처음 등장했다. 초창기엔 아는 사람만 아는 비주류 상품이었으나 1998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서민 음식으로 확고히 자리 잡게 됐다. 
 
일반 김밥보다 저렴하면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삼각김밥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배고픈 청춘들의 다정한 벗이 되어 주었다.
 
카페와 베이커리를 긴장시키다
 
▲ 없어서 못 판다는 양산빵 405. 임유이 기자
흔히 편의점을 두고 자본주의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을 고스란히 반영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의점을 단지 소비주의 사회의 첨병으로 몰아가는 것은 편의점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될 수 없다. 그곳은 지갑을 열게도 하지만 알뜰쇼핑으로 만들어 주기도 힌 한다. 비교해 보면 편의점 쪽이 마트에서 장을 볼 때보다 확실히 돈을 적게 쓴다.
 
한국인의 커피에 대한 충성도는 상상 이상이다.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이 한국인의 트랜드로 자리 잡으면서 편의점에서도 원두커피 추출기를 구비하기 시작했다. 저렴하면서 질 좋은 커피를 맛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편의점의 원두커피 판매량은 수직 상승했다. 최근에는 편의점 카페가 등장해 직장인의 휴식처가 되어 주고 있다.
 
와인이 인기를 끌면 와인푸드의 소비가 늘 듯 편의점 커피가 인기를 끌면서 편의점 빵도 덩달아 판매량이 늘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양산빵은 가격은 저렴하지만 질은 떨어지는 B급 상품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출시되고 있는 편의점 PB빵은 일반 제과점에서는 맛볼 수 있는 유니크한 빵으로 인식되고 있다. 심지어 어떤 브랜드는 완판 행렬이 줄을 이어 프랜차이즈 빵의 아성을 위협할 정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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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에게는 이색 여행지
 
▲ 우유회사·제과회사와 손잡고 만든 생크림빵. 임유이 기자
 
외국인도 한국 편의점에 들르는 것을 여행 일정에 넣는 추세다. 홍대에 있는 라면 라이브러리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라면 225종을 한데 모은 ‘K-라면 특화 편의점(CU홍대상상점)’으로 외국인의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했다.
 
이곳 6x2.5m 크기 100칸짜리 진열장에는 봉지라면 105종과 컵라면 120종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국내 라면뿐 아니라 일본 등 해외 라면도 구비되어 있으며 즉석에서 라면을 끓여 먹을 수 있도록 조리기와 시식대까지 갖췄다.
 
소비자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요즘이다. 사과 한 알·삼겹살 한 점 사 먹는 게 겁이 난다. 편의점밖에 갈 데가 없어졌다는 하소연은 단순한 엄살이 아니다.
 
서민의 주머니 사정을 알아주고 최신 트랜드를 알려주는 곳. 알바생과 자취생의 접점이자 혼술·혼밥러의 성지. 언제 어디서든 만날 수 있고 없는 게 없는 그곳은 현대인의 동반자이자 현대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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