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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통화정책 여건 변화에 대응해 거시경제뿐 아니라 산업·고용 등과 관련한 연구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급 시차 축소 반영 등 통화정책 유효성을 높이는 과제도 짚었다.
서영경 위원은 26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민간의 실질구매력 약화와 내수회복 지연 가능성이 우려되고 중장기적으로는 기술변화, 저출산·고령화, 글로벌 공급망 변화, 기후변화 등 구조변화로 통화정책 여건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며 “이에 대응해 앞으로도 거시경제상황은 물론 산업·고용 등 미시적 영역에 대한 연구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 위원은 “통화정책의 파급 경로 축소 등 여건 변화를 반영하는 동시에 대차대조표 정책, 거시건전성 정책, 외환 정책 등 여타 보완적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서 서 위원은 펜데믹 위기 대응 과정에서 얻은 통화정책 교훈·과제 7가지를 발표했다. 우선 산업·고용 등 미시적 상황에 대한 이해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짚었다. 위기 기간이 산업 지형과 고용구조의 변화와 맞물리면서 통화정책 어려움이 가중됐다는 점에서다.
일례로 미국에서는 펜데믹 기간 중 공급망 붕괴로 중고차 가격이 급등했고 고금리 기간 중엔 주택매물 위축과 주택가격 상승이 나타나면서 근원인플레이션을 견인했다. 최근엔 AI 발전을 중심으로 한 생산성 향상이 단위노동비용 하락과 디스인플레이션의 주요 배경으로 떠올랐다.
서 위원은 “한국에서는 높은 중국 의존도로 글로벌 공급망 위축이 성장과 물가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커졌다”며 “노동시장에서는 고령층과 여성을 중심으로 고용공급이 늘어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배경으로 작용했으나 앞으로 저출산 고령화로 노동공급이 둔화되면서 성장과 물가에 대한 영향도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산업과 노동시장의 구조변화는 단기시계에서의 통화정책 대응을 넘어서 중립금리 변화 등을 통해 통화정책의 장기 경로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따라서 경기적 요인뿐 아니라 인구구조변화와 같은 구조적 요인에 대한 이해는 통화정책의 정도를 높이기 위해 필수적이고 구조개혁에 대한 정책제언도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파급 시차가 축소됐을 가능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교훈·과제로 들었다. 한은 경제모형실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10년 전과 비교해 통화정책 최대 파급 시차가 국내총생산(GDP)은 5분기에서 4분기로, 인플레이션은 8분기에서 4분기로 짧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서 위원은 “환율변동 용인, 금융 심화,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 확대 등에 힘입어 금리정책의 파급시차가 단축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우리나라의 국내소비가 지난해 이후 예상보다 더딘 회복을 보이는 배경에는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영향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차대조표 정책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짚었다. 대차대조표 정책이란 중앙은행이 직접 시중에서 금융자산을 매입하거나 매각하는 정책을 말한다. 전통적으로 신흥국에서는 대차대조표 정책을 크게 활용하지 않지만 지난 위기 과정에서 한은은 대차대조표의 자산과 부채 구성을 바꿔 시장조성자·최종대부자·선별적 신용지원 등의 역할을 다양하게 수행했다는 설명이다.
서 위원은 “한은의 대차대조표 정책에 대해서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다거나 준재정 활동의 영역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재정이 담당해야 할 정책금융적 기능을 줄이고 무차별적 금리정책의 부작용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대차대조표 정책을 활용할 경우 긍정적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그밖에 통화정책에 있어 사후적 금융안정(시장안정화)뿐 아니라 사전적 금융안정(금융불균형 방지)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전했다. 또 금리와 환율 간 관계에 유의해야 한다고 봤다. 통화정책의 커뮤니케이션 강화와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는 통화정책 대응능력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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