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사태 부담됐나… 은행주 4거래일 연속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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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우리금융, 4거래일간 4~9% 급락
ELS 배상 여파로 1분기 순이익 10% 급감 예상… 업황 부진도 악재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28 11:45:51

▲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는 22일부터 전날까지 4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했다. 감소폭은 4~9%로 코스피를 웃돌았다. 연합뉴스

연초 상승세를 타던 은행주가 꺾이고 있다. 3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자율배상에 따라 1분기 실적이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로 풀이된다. 이자이익 감소 가능성이 큰 가운데 ELS 사태를 계기로 비이자이익이 감소할 수 있는 점도 악재로 다가온다. 다만 저평가 매력이 여전히 커 실적과 무관하게 은행주 주가가 우상향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은행주 10개를 담은 KRX 은행 지수는 22일부터 전날까지 4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했다. 21일 종가 대비 하락 폭은 6.2%로 이 기간 코스피(-0.01%)를 압도했다.

은행별로 보면 21일 7만6100원으로 마감한 KB금융은 감소세를 이어가며 전날 6만9000원으로 9.3% 하락했다. 이 기간 신한지주도 5만900원에서 4만7000원으로 7.7% 주저앉았다. 하나금융지주(5만8900원)·우리금융지주(1만4610원)의 주가 하락 폭도 7.8%·4.4%로 컸다.

외국인이 주로 팔아치웠다. 외국인은 하나금융(301억 원)를 제외하고 KB금융(-44억 원)·신한지주(-644억 원)·우리금융(-37억 원)에 순매도로 대응했다. 기관도 KB금융(-323억 원)·하나금융(-385억 원)을 팔았다. 반면 개인은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을 총 790억 원 순매수했다.

주가 부진은 홍콩 H지수 ELS 자율배상에 따른 실적 부담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29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자율 배상안을 확정한다. KB국민은행이 2021년 1~7월 판매한 홍콩 H지수 ELS의 상반기 만기 규모는 4조7730억 원이다. 손실률 50%에 평균 배상률 40%를 가정할 시 국민은행이 고객에게 배상해야 할 금액은 1조730억 원으로 추정된다.

신한은행도 29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홍콩 H지수 ELS 자율배상 관련 안건을 부의할 예정이다. 시장에서 추정한 신한은행의 상반기 배상액은 3330억 원이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27일·22일 이사회를 열고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해 투자자에 대한 자율배상에 나서기로 했다. 두 은행의 추정 배상액은 하나은행이 1809억 원, 우리은행이 60억 원이다.

문제는 자율배상에 따라 충당금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의 1분기 순이익은 4조4716억 원으로 예상된다. 역대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해 1분기 순이익(4조9696억 원)보다 10% 감소한 규모다. KB금융 1조3380억 원(-10.8%) 신한지주 1조3153억 원(-7.0%), 하나금융 9463억 원(-14.7%), 우리금융 8720억 원(-7.9%)이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대출이 감소하는 점도 악재다. 대출은 이자수익의 원천으로 금융지주의 주요 수익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2조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1월(+3조3000억 원)과 비교해 1조3000억 원 줄어든 규모다. 대출 금리도 1월 평균 4.91%로 1년 전(5.43%)과 비교해 0.5%p 이상 내려갔다. 5%대이던 가계대출 금리도 4% 초반으로 급락했다.

ELS 사태를 계기로 은행에서 고위험 상품 판매 길이 막힐 수 있는 점도 부담으로 다가온다. 4대 금융의 수수료이익은 10조189억 원으로 비이자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2020년(7조8900억 원) 대비 3년 새 27.0% 불어났다. 다만 금융당국이 은행 등의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를 조건부로 허용하거나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비이자이익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증권가는 비관적으로 보지 않고 있다. 글로벌 은행과 비교해 4대 은행의 저평가 매력은 여전히 커 1분기 실적과 무관하게 우상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4대 은행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1배로 미국(1.18배)·일본(0.84배)·유럽(0.7배)·호주(1.9배) 등 주요국 대비 낮다. 총주주환원율도 34.8%로 미국(79.1%)·일본(56.6%)의 절반 수준이다.

우도형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 발표로 주주환원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PBR이 상승하는 방향성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며 “미국과 일본 은행과의 총주주환원율 차이로 단순 계산한 한국 4대 은행의 적정 PBR은 총주주환원율 40%에서 0.5배, 총주주환원율 45%에서 0.6배 수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도 “은행 평균 PBR이 0.4배 내외에 불과해 중장기 매력이 여전히 매우 높고 밸류업 모멘텀이 부각되면서 ROE(자기자본이익율) 수준을 반영해 밸류에이션이 정상화되는 수순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며 “물론 1분기에는 실적이 컨센서스를 하회하고 자본비율도 소폭 하락하겠지만 주가는 꾸준하고 완만히 우상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예상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