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첨단 바이오산업 200조 시대’ R&D 투자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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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오송에 한국판 ‘보스턴 클러스터’ 조성
첨단 바이오산업을 차세대 주력 산업으로
AI와 함께 미래 바꿀 ‘게임체인저 기술’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29 00:02:02

이제 우리도 첨단 바이오 시대를 본격적으로 준비할 때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충북 청주에서 열린 24번째 민생 토론회에서 첨단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한 전략 방향을 제시하면서 이 분야가 차세대 주력 산업으로 주목받게 됐다. 우선 기존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세계적 수준의 ‘K바이오 스퀘어’로 조성하는 등 구체적 세부 계획도 밝혀졌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연구개발(R&D)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는 일이다.

첨단 바이오란 기존 바이오 기술에 인공지능(AI)과 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이 융합된 분야다. 이날 윤 대통령은 “전 세계가 앞다퉈 첨단 바이오산업을 육성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실제로 세계 바이오 시장의 규모는 2022년 기준 약 2600조 원에 달한다. 이는 같은 해 반도체 시장이 약 780조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 규모다. 전 세계가 미래의 먹거리 산업으로 매달리는 것이 당연하다.

윤 대통령은 “무한한 기회와 엄청난 시장이 있는 첨단 바이오산업 도약을 위해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더 속도를 내야 한다”면서 2035년까지 국내 바이오산업 시장 규모를 200조 원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특히 충북을 첨단 바이오산업 선도 기지로 조성해 기존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세계적 수준의 ‘K바이오 스퀘어’로 혁신하겠다는 청사진도 밝혔다. 대학·연구기관·바이오 기업, 그리고 법률·금융·회계 등 사업 지원 서비스 기업을 모은 단지를 조성해 한국판 ‘보스턴 클러스터’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보스턴의 ‘바이오 클러스터’는 하버드·MIT·터프츠 등 명문대가 포진해 새로운 연구에 필요한 전문 인력과 인프라를 갖춘 곳으로 ‘바이오 테크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곳이다. 우리도 K바이오 스퀘어가 조성되면 약 2조1000억 원의 부가가치와 약 2만9000여 명의 고용 유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주목되는 것이 ‘첨단바이오 이니셔티브’다. 이는 AI 활용 신약 개발·디지털 치료제·AI 융합 첨단 의료기기 등 디지털 바이오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국가 주력산업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으로 올해 7월 발표될 구체적인 계획에 기대감을 갖게 한다.

바이오 산업은 AI와 함께 미래를 바꿀 ‘게임체인저 기술’로 통한다. 올해 2월 미국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가 22년 만에 아마존의 시총(시가 총액)을 넘어섰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많은 사람들이 엔비디아를 30여 년 이끌어 온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을 주목했다. 아마존을 제치고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구글)의 뒤를 잇게 된 엔비디아의 현재의 위치는 특히 시대 흐름을 읽는 통찰력과 기회를 포착하는 그의 독보적인 능력 덕분이라는 평가다.

그런데 디지털 계의 최선봉에 있는 엔비디아 수장의 입에서 뜻밖의 이야기가 나왔다. 그는 “매년 반도체 칩이 좋아지고 있고 인프라도 발전하고 있는데 그에 비해 생명 과학의 발전은 비연속적이었다”면서 자신에게 다시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생명과학과 생명공학을 바꾸는 기술’에 주목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젠슨 황이 암시한 것처럼 앞으로 인류의 관심이 향할 트렌드는 특히 생명을 다루는 과학과 공학의 경계가 모호해지거나 결합되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우리 정부도 연구자가 바이오 데이터를 잘 활용할 수 있게 돕는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할 것을 밝힌 것은 그런 점에서 방향을 잘 잡은 것이다. 다만 윤 대통령이 천명한 것처럼 ‘글로벌 6대 바이오 강국 도약’으로 가려면 R&D 능력이 관건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첨단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산업으로 키워 내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투자와 정책 역량을 총집중해야 한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