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몇 년간의 논란 끝에 대마초 합법화를 1일부터 시행 중이다. 암시장과 조직범죄 폐해 근절이 명분이었으나 연간 약 49억 유로(약 7조38억 원)의 세수와 2만7000~3만5000개 일자리 창출 기대가 정부의 속내라는 지적이 우세했다. 재정 탄탄한 경제대국 독일이었으나 우크라이나전쟁 여파로 고전 중이다.
사회민주당(SPD)·녹색당 주도 좌파연정인 올라프 숄츠 내각의 리버럴 가치관도 대마초 합법화에 작용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들에겐 마약 역시 개인적 자유의 일부로 간주되는 경향이 강하다. 의료계·법조계의 강력한 경고 속에 현행 법의 귀추가 주목된다. 의료계는 중독성과 청소년기 뇌건강의 치명적 손상 위험성을 들어 반대해 왔다. 야당인 기독민주당(CDU)·기독교민주연합(CSU)도 유엔협약(1988년)에 따라 의학·학술 목적으로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1일부터 시행된 법에 의거해 독일의 18세 이상 성인은 자가소비를 위해 자기집에 건조 대마를 최대 50g 보관할 수 있고 최대 25g 휴대할 수 있으며 집안에서 대마를 최대 세 그루 재배할 수 있다. 여기에 7월부터 비영리 대마초 재배 클럽을 통한 대마초 공동 재배가 가능해진다. 백약이 무효한 만성질환시에 한정됐던 대마초를 이제 불면증 치료제나 진통제·항우울제로 쉽게 처방받을 수 있게 됐다.
합법화 4주차인 현재 불면증을 가장한 대마초 애연가들이 폭주해 진짜 환자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선의의 의도나 명분을 비웃듯 역효과 부작용을 초래하는 이른바 ‘정책의 배신’이 벌써 시작됐다. 23일(현지시간) 현재 독일 전역 7개 도시에서 대면·온라인 화상 진료(주말 포함) 6월말까지 예약이 꽉 차 사실상 처방전을 받을 수 없다는 소식이다. 정작 중환자들이 대마초 치료로 인한 사회적 낙인을 벗고자 합법화를 지지했다가 정반대 상황을 만났다.
온라인 진료 후 처방전을 배달해주는 원격진료업체에 이용자들이 몰리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에 본사를 둔 A사는 이달 들어 회원 수가 10배 늘었으며 지난달 말 부활절 연휴엔 홈페이지 서버 마비를 겪었다고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다. 의료용 대마초 전문의 온라인 약국 B사는 주문이 폭주해 13일부터 전자 처방전 접수 중단을 공지한 상태다. 대마초공급약국협회(VCA) 역시 처방전 처리량이 5배 늘었으며 90% 정도가 원격 발급이라고 밝혔다.
2022년 보건장관 카를 라우터바흐 보건장관이 대마초 부분 합법화 초안 발표 때 의회 연설에서 두 가지 주요 목표로 암시장 척결과 청소년 보호를 들었다. 음성화 상태에선 교육과 관리가 어렵다는 논리였다. 조직범죄를 통한 대마초 거래 현실도 대마초 불법화 정책의 실패 사례로 거론됐다.
독일이 합법화의 길에 들어서자 유럽연합(EU) 현 법률의 실효성이 더욱 무색해질 전망이고 도미노 현상 또한 우려된다. EU 회원국 중 유일하게 대마초 합법 국가인 몰타보다 독일의 현행 법이 파격적이다. 앞서 유로뉴스는 “개정안대로 통과될 경우 독일이 유럽 전역에서 대마초에 가장 관대한 나라가 될 것”으로 짚었으며 야당 CDU에선 “완전한 통제력 상실을 초래할 것” “무책임한 법안” “암시장 억제에 전혀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마약세 확보와 불법거래 근절이라는 독일 정부 의도와 달리, 결국 중독을 가속화하고 암시장 확장만 가져올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존재한다. 실제 각각 2013년 2018년 대마초를 합법화한 우루과이와 캐나다에서 기대했던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유럽 내 대마초 합법화는 증가 추세다. 배경으로 지적되는 것이 ‘빠르게 성장 중인 대마초 기업 로비의 힘’이다.
대마초로 일단 마약에 ‘입문’하면 펜타닐 등 훨씬 강한 마약을 찾게 될 확률이 높다. 심지어 거래상들은 고객의 중독을 야기하기 위해 대마초인 척 펜타닐을 끼워팔기도 한다고 알려졌다. 작년 8월 대마 합법화를 위한 마취제 관련법 개정안 의결 후 다음달 의회 통과만 남겨둔 시점에서 막스 슈미트 독일 제약협회 회장은 “(대마초 합법화) 시작이 장밋빛 같지만 끝은 분명히 생각과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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