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22일 미 하원 윤리위원회는 중국 스파이로 의심되는 여성과의 불륜 의혹 사건 관련자인 민주당 소속 에릭 스월웰(Eric Swalwell) 하원의원에 대한 2년간의 조사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또한 스월웰 의원에 대해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여기서 언급된 중국 스파이란 일명 ‘팡팡(Fang Fang)’으로 불렸던 크리스틴 팡(Christine Fang)이라는 여성 유학생이다. 팡은 1993년생이며 2011년 미국에 유학 와 샌프란시스코 외곽에 있는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이스트베이에 다녔다. 그녀는 재학 중 중국인학생협회 회장과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 공공업무 조직(APAPA)의 캠퍼스 지부 회장을 역임했다. APAPA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시민 활동에 참여하도록 장려하는 전국적 조직이다. 그녀는 이들 조직을 미 정계에 접근하기 위한 초기 플랫폼으로 활용했다.
팡의 스파이 활동상은 2020년 12월8일 미국 인터넷 뉴스매체인 악시오스(Axios)의 단독 기획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악시오스는 중국 국가안전부(MSS) 요원으로 추정되는 팡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을 중심으로 오클랜드‧산호세 등을 포함한 광역권의 정치인들을 포섭해 왔다고 폭로했다.
그녀는 선거 자금 모금·광범위한 네트워킹·개인적 카리스마·낭만적 또는 성적 관계를 통해 주로 캘리포니아 기반의 고위 정치인 등 선출직 공무원들과 교류하며 정보를 수집했다. 팡의 목표는 중국 관련 문제에 대해 떠오르는 미국 정치인들에게 영향력을 미치고자 한 것으로 보도됐다. 그녀는 5년 동안 캘리포니아 유력 정치인 22명에게 접근하여 친교를 나누며 포섭을 시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팡이 미국 정치인들에게 접근한 방법은 평범했다. 자신을 대학에 다니는 중국계 유학생이라고 설명한 뒤 선거캠프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겠다고 나서면 되는 것이다. 미국의 정치 풍토에서는 자원봉사를 한다고 하면 대부분의 정치인이 좋아한다. 미국의 대다수 정치인은 보좌관을 채용할 때도 과거 자신의 사무실에서 자원봉사했던 학생들을 키워서 인턴을 시키고 보좌관으로 임명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녀는 선거자금을 모아 주는 식으로 정치인들에게 도움을 줬다. 필요 시 성관계를 활용한 ‘미인계(honey trap)’ 공작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녀는 수년에 걸쳐 친교를 맺은 연방 하원의원·주의원·시장·기업 임원·중국 영사관 직원을 자신이 주관하는 행사에 자주 초대하고 교류하며 네트워크를 넓혀 갔다.
팡이 친교를 나눈 정치인과 유력인사는 스월웰 하원의원 외에 주디 추 의원과 로 카나 의원(캘리포니아)·털시 가바드 의원(하와이)·빌 해리슨 프레몬트 시장·마이크 혼다 캘리포니아 주 의원·애시 칼라 산호세 시의원 등이 있다. 그녀는 미국 중서부에 소재한 시의 시장 두 명과 성관계를 갖기도 했다.
오하이오 소도시의 한 시장과는 차 안에서 성관계를 가졌는데 이는 FBI의 전자 감시에 고스란히 포착되었다. 그 시장이 팡에게 왜 자신을 좋아하냐고 물어보자 그녀는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2014년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중서부의 작은 도시 출신으로 알려진 또 다른 시장은 무려 30세 연하의 그녀를 자신의 ‘진짜 여자친구’라며 자랑했다. 그러나 보도에 언급된 유력인사들은 하나같이 자신과의 무관성을 주장했다.
중국이 캘리포니아 지역에 대한 정보 활동과 유력 정치인들의 포섭에 주력하는 배경은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 산업의 중심지로 산업스파이의 온상이며, 캘리포니아가 미국 주 가운데 가장 크고 미국 사회에 미치는 정치·경제적 영향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의 가장 강력한 정치인 중 일부가 이들 지역에서 정치적 기반을 닦았던 점도 고려되었다. 이와 같은 중요성을 인식한 중국 국가안전부는 캘리포니아 지역을 전담하는 부서까지 운용하고 있다.
팡의 가장 중요한 공작 대상 중 하나가 차세대 정치인인 젊은 스월웰 의원(캘리포니아 제15지역구)이었다. 그녀는 스월웰이 캘리포니아 더블린 시의원으로 일할 때 처음 접촉했고 2014년 하원의원 선거에서 그를 위한 모금 활동에 적극 참여했다. 그녀가 추천하여 워싱턴 D.C. 의원 사무실에 인턴을 배치하기도 했다.
FBI가 스월웰 의원에게 팡의 실체를 알려 주며 경고하자 그는 그녀와의 관계를 끊었고 수사에 협조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하원 정보위원인 스월웰에 대한 공세를 펼쳐 결국 정보위원에서 사퇴하고 2년 동안 하원 윤리위원회의 조사까지 받았다.
팡의 스파이 활동이 드러난 것은 FBI가 샌프란시스코 주재 중국 총영사관에서 외교관 신분으로 위장하여 활동하는 중국 국가안전부(MSS) 요원을 감시하던 중 그와 자주 접촉하는 팡을 포착하면서부터였다. 팡은 수사망이 좁혀 오자 지인들에게 워싱턴에 간다고 둘러대고 2015년 중국으로 도주했다.
미국 당국은 중국 스파이 활동이 정치 정보수집 작전을 포함하여 미국 사회 전반에 대한 이른바 영향 공작으로 확대되고 공격적이고 대담해졌다고 평가한다. 팡의 사례는 한 명의 스파이가 어떻게 정치권에 접근하여 정보를 빼낼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이 사건이 있은 후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은 미국이 중국의 스파이 활동 주(主)무대로 전락했고 IP(지식 재산) 절도의 중심지가 되었다고 경고했다. 이 사건의 여파로 미국은 휴스턴에 있는 중국 영사관을 폐쇄했다.
2020년 7월 크리스토퍼 레이 당시 FBI 국장은 연설을 통해 미국 내에서 중국의 스파이 활동에 대한 2000건 이상의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베이징이 매우 정교한 악성 외국 영향력 캠페인에 가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여기에는 “우리 정부 정책을 흔들고, 우리나라의 공적 여론을 왜곡하고 민주주의의 과정과 가치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려는 파괴적이고 은밀한 범죄적 또는 강압적인 시도”가 포함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제 FBI가 약 10시간마다 중국 관련 새로운 방첩 사건의 수사를 시작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이는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대한민국을 대상으로 한 중국의 스파이 공작이 공자학원에서 대중음식점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 속에 침투해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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