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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독버섯처럼 많아진 관변단체 정리하자
체육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정부 예산 축내는 괴물
4개 개혁에 버금가는 국정 과제로 과감히 메스 댈 때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9-04 06:31:40
 
▲ 김상철 글로벌비즈니스연구센터(GBRC) 원장
파리 올림픽에서의 쾌거는 잠시고 체육 관련 단체들의 각종 부조리와 비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오랜 기간 곪아 터진 것들이 배드민턴 선수 안세영의 충격적 폭로로 그 파장이 폭발적이다.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하면서 그녀와 경쟁했던 외국 선수들과의 경쟁 환경이나 차이에 대한 객관적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불합리하고 비생산적인 현상도 자연스럽게 파악됐을 것이다. 
 
그동안 여러 스포츠 관련 협회의 갖은 잡음과 구설수가 세간에 끊이지 않았지만 미온적 대응이 화를 키웠다. 심지어 유명 선수가 다른 나라로 귀화하는 최악의 사태까지 목격됐다. 근본적 원인 규명과 실효적 혁신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체육계가 마치 성역처럼 군림해 온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한국이 스포츠 강국으로 부상하기까지 체육 관련 협회의 역할이나 기여에 대해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변신이 필요함에도 구태를 고집하거나 오히려 역기능이 보강되었다.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여건이 나아지고 개인의 성취가 국가나 단체의 일방적 주도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현실이 되고 있다. 
 
엘리트 체육이라는 미명으로 협회가 선수 위에 군림하여 천편일률적 방식을 강요하다 보니 선수 개인에 맞춘 맞춤형 과학적인 훈련이나 보상 체계는 늘 뒷전이다. 과거엔 이런 방식이 통했지만 성장 환경이나 배경이 확연히 다른 요즘 MZ 세대와 충돌이 일어날 개연성이 높다. 올 것이 왔다. 마침내 정부가 칼을 빼 들었고 국민은 이를 지켜보고 있다. 과연 이번에는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올까.
 
우리 내부가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는 국내에만 있으면 잘 모른다. 해외에 나가 보면 남과 혹은 상대와 다름을 알게 되면서 회의감에 빠진다. 이러한 괴리를 메꾸기 위해 민간은 민첩하게 행동하면서 상당 부분 극복해 나오고 있다. 이에 반해 정부나 공공 부문은 이를 인지하고도 무시하거나 변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자기 살과 뼈를 깎아야 하므로 애써 외면하거나 시대착오적 역행을 반복해 온 것이다. 
 
이번에 드러난 체육계의 문제는 빙산의 일각이고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각종 협회나 단체들의 문제까지 파헤치면 실로 엄청나다.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압축성장이라는 성공적인 결과의 이면에 가려져 서서히 괴물이 되어 버린 게 이들 집단이다. 손을 대기 어려울 정도로 커져 또 다른 권력으로까지 자리 잡고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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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많은 협회나 단체를 가진 나라는 지구촌 어디에도 없다. 정상적인 국가일수록 협회나 단체는 수도 적을 뿐더러 그 규모나 기능도 매우 제한적이다. 필자의 오랜 해외 주재 기간 중 국내 협회나 단체의 터무니없는 부적절한 요구로 당황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들이 막무가내로 해외 협회 혹은 단체와의 협력 양해각서 체결이나 출장 시 방문을 요청한다. 
 
특정 국가 하나의 상대와 다수의 한국 측이 접근하다 보니 이들이 짜증을 내거나 왜 한국에는 이토록 기관이 많냐고 의아해 하기도 한다. 그 과정 중에 빚어진 각종 해프닝으로 낯부끄러웠던 경험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아직도 이런 작태는 진행 중이다. 한국에서는 이에 무관심하고 적당히 넘기지만 해외에 나가 보면 우리 내부의 일그러진 자화상 때문에 창피할 때가 많다.
 
안세영 선수의 폭로로 체육 관련 협회의 민낯이 파헤쳐졌다. 이들 협회는 재정 자립도가 갈수록 악화돼 45%에도 미치지 못하고 국가 예산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의 후원 기여도는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다. 방만 행정과 파벌 싸움·잦은 사고로 돈 쓰고도 곤욕을 치를까 봐 기업은 후원을 꺼린다. 다른 협회나 단체들의 경우도 거의 대동소이하다. 정부 예산 의존도가 높은 관변단체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나 정치권 낙하산 인사를 상근 임원으로 초빙하고 국가 예산에 파이프라인을 대어 국민 세금을 축낸다. 거대한 카르텔이 되어 누구도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그들만의 리그가 되었다. 한국자유총연맹·새마을운동중앙회·바르게살기중앙협의회 등 3대 관변단체에만 작년 지원한 보조금 총액이 777억 원이라고 하니 기가 찬다.
 
현 정부가 연금·의료·교육·노동을 4대 개혁 틀을 완수하겠다고 기치를 올리고 있다. 반대할 명분이 없는 당연한 시대적 필연 사항이다. 이 개혁에는 국민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개혁으로 인한 저항이 필연적으로 뒤따른다. 
 
이에 못지않게 공룡이 되어 버린 관변 기관·단체·협회의 정리도 더는 지체할 수 없는 무거운 과제다. 규제가 없어지지 않고 인재(人災)가 줄지 않는 것도 이와 절대 무관치 않다. 정부가 바뀌면 논공행상이 만연하고, 이런 곳들에선 예산을 끌어오고 조직을 늘릴 수 있는 힘 센 인사가 수장으로 오길 고대한다. 
 
이런 악습과 퇴행은 중앙이냐 지방이냐를 가리지 않고 공공연하게 반복된다. 이들의 주 업무는 정부 부처나 국회를 들락거리면서 예산 챙기는 일이다. 차제에 체육계뿐만 아니라 독버섯처럼 퍼진 좀비들을 과감하게 제거해야 한다. 더 늦추면 국력은 손실되고 국가경쟁력은 계속 뒷걸음질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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