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목의 CEO 전략] 닥터 1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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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목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5-23 00:02:50

몇 년 전 방영됐던 SBS드라마 ‘의사 요한’에서 주인공의 별명이 ‘닥터 10초’다. 환자를 봤다 하면 10초 안에 스캔을 끝내고 어디가 아픈지, 어디가 문제인지를 귀신같이 짚어 낸다 하여 붙여진 별칭이다. 환자의 상태나 증상을 보고 한눈에 파악한다는 의미다.

좀 오래된 개그맨의 유행어에도 “척 보면 압니다”는 것이 있다. 상대방이 하는 말이나 행동의 의미를 한눈에 보고 알 수 있다는 뜻이다. 둘 다 얼른 보면 직관에 의지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모두 오랜 경험 기반의 예리한 ‘관찰’의 결과다.

인간의 전략적 ‘관찰’에 관한 기록은 2500년 전에도 존재했다. 손자병법 행군(行軍) 편에는 적의 전투력 저하 징후 관찰 포인트를 16가지로 나누어 상세히 설명하는 대목이 나온다. 주로 병사들이나 장수들의 태도·행동·상태를 파악하여 적의 의도를 판단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강구한다는 의미다. 예컨대 ‘일 없이 깃발이 움직이는 것은 병사들이 동요하고 있다는 것이고(기동자 난야·旗動者亂也), 간부가 성내는 것은 병사들이 지쳐 있다는 것이다(사노자 권야·史怒者倦也)’ 등이다.

이런 손자의 관찰법을 전장이 아닌 회사라는 현대의 공간으로 설정을 바꾸어 살펴보자. 잘되는 회사와 안되는 회사에는 각각 특징과 패턴, 징후가 있다.

“안되는 회사는 대개 수익이 많지 않고 고객이나 주주를 무시하고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져 있다. 이런 회사 직원들은 수익이 오르내림과 자신들의 월급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기 때문에 의욕이 없다. 또 임원실과 사장실은 쓸데없이 넓고 경영진들은 각기 전용차를 타면서 필요 이상의 경비 지출로 낭비가 심하다.”

이것은 후지노 히데토의 ‘잘되는 회사 안되는 회사의 법칙’에 나오는 내용이다.

또 부실기업은 부도 나기 직전에 여러 가지 비재무적 징후를 보인다. 한국신용평가에서는 실제로 부도가 발생한 기업의 사례 연구를 통해 부도기업을 판별할 수 있는 30가지 항목의 진단법을 제시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회사의 경비원이나 안내데스크가 불친절하다’ ‘출근율이 저조하다’ ‘기강이 문란하다’ ‘회의가 빈번하고 장시간이다’ ‘퇴사가 잦다’ ‘사무실에 비해 사장실이 호화롭다’ ‘화장실이나 창고가 지저분하다’ ‘경영자가 점쟁이의 말을 너무 믿는다’ 등이다.

잘되는 회사에도 몇 가지 특징이 있다고 한다.

잘되는 회사는 동료애보다는 능력과 성과를 중시한다. 인간 관계는 부차적으로 보고 성과를 내는 데 열중하는 것이다. 안되는 회사에서는 유력 인사와의 친분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주변과 무난하게 지내면서 욕을 먹지 않는 사람이 각광받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두 번째는 바쁜 사람보다 일하는 사람을 우대한다. 바빠 보이는 것과 일 잘하는 것은 다르다. 회사 조직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모임이기 때문에 게으름뱅이나 아첨꾼도 있고, 성실하고 능력 있는 사람도 동시에 존재한다. 아첨꾼일수록 자신을 중요한 사람으로 인식시키는 데 능숙하며, 게으름뱅이는 겉으로는 바쁘게 일을 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 성과가 별로 없는 경우가 많다.

세 번째는 잘되는 회사는 사내에 주식투자 성공담이 떠돌지 않는다. 주식은 적은 돈으로 성과가 즉시 나타나는 것이 특장점인 만큼 요즈음 시대에 직원들이 주식에 관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주식은 부동산과는 달리 시세 변동이 잦아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특히 매매 타이밍을 찾기 위해 시세 확인도 자주 해야 하고, 투자 정보 교환도 열심히 해야 한다. 따라서 사내에서 주식투자 성공담이 많아진다는 것은 직원들이 근무시간에 딴 데 신경쓰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경우 회사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며, 조직 분위기에 적색 신호가 켜진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닥터 10초’나 ‘척 보면 압니다’의 핵심은 ‘관찰’이다. 모든 조직은 관찰에 의해 흥망의 징후를 파악할 수 있고 회사도 관찰에 의해 사업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으며, 투자자 또한 자기 돈을 어디에 투자해야 수익을 더 잘 낼 수 있고 안전할지를 판단하는 지표로 삼을 수 있다. 모든 성공의 열쇠는 ‘관찰’이다.

최송목 필진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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