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부터 APEC까지”… 이재명표 외교, 40일 골든타임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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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복원’ 제시… 실용외교 시험대
관세협상·북핵대응·한일외교 ‘삼중과제’
“韓, 중재자·설계자로서 입지 다져야”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9-23 13:48:41

▲ 유엔총회 참석차 출국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2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하며 환송객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총회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로 이어지는 숨가쁜 외교 일정에 돌입했다. 10월 말까지 이어지는 ‘40일 골든타임’은 한국 외교의 위상을 높일 절호의 기회이자, 한·미,한·중,한·일 등 주요 외교 현안을 동시에 풀어야 하는 시험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첫 무대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제80차 유엔총회다. 이 대통령은 (현지 시간) 23일 기조연설을 통해 취임 후 처음 국제사회 앞에 나선다. 특히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토의를 주재한다. 연설 의제는 △인공지능(AI) △에너지 전환 △인구 변화 등 글로벌 대전환 과제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극복 경험이다. 대통령실은 “한국이 규칙을 따르는 국가(rule taker)에서 규칙을 만드는 국가(rule maker)로 도약할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민주주의 복원’을 화두로 제시하면서, 한국이 글로벌 규범을 제안하는 ‘어젠다 세터’임을 부각할 계획이다.

유엔 무대에 이어 뉴욕에서는 다자·양자 외교가 숨가쁘게 이어진다. 미국 상·하원 의원단 접견, 동포 간담회 외에도 프랑스·이탈리아·체코·폴란드 정상과의 양자 회담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특히 25일 열리는 ‘대한민국 투자 서밋(IR·투자설명회)’은 글로벌 자본을 직접 유치하는 핵심 무대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을 비롯해 월가 투자자들이 참석하는 만큼 한국 경제의 안정성과 매력을 홍보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단순한 외교 행사가 아니라 실질적인 투자 유치 성과를 만들어낼 자리”라고 강조했다.

10월은 본격적인 외교 이벤트를 앞둔 준비 기간이다. 한·미 관세 협상이 최대 과제다. 미국이 요구한 3500억 달러 현금 투자 방식은 한국 외환시장에 치명적 충격을 줄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영국 BBC 인터뷰에서 “통화스와프 없이 현금 투자로 대응한다면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같은 상황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통령실은 “상업적 합리성 보장”을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제시하며, 한·미 간 공방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경제안보 연계 문제도 빠질 수 없다. 반도체·배터리·첨단기술을 둘러싼 미·중 경쟁 구도 속에서 한국과 일본은 공급망 안정이라는 공통의 과제를 안고 있다. 일본은 이미 미국과 ‘경제안보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같은 전략적 틀 안에서 일본과의 협력 없이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정상회담에서는 △한·일 간 공급망 협력 △핵심 광물 공동 확보 △기술 표준 협의 등 실질적 협력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10월 말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는 이번 골든타임의 하이라이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년 만에 회동하는 자리이자, 이 대통령이 주재하는 다자외교 무대다. 이번 회담은 단순한 경제 협력의 장을 넘어 미·중 패권 경쟁의 한복판에서 국제사회의 시선이 집중되는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APEC 무대에서 한·미,한·중,한·일 정상회담을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다. 관세 협상, 미·중 무역 갈등, 일본과의 관계 복원 등 복합적인 과제가 얽혀 있어 ‘3중 외교전’이라는 말이 나온다. 정부는 APEC 공동선언, 이른바 ‘경주 선언’에 통상·안보·대북 메시지를 담아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40일을 두고 “한국 외교 도약의 기회이자 동시에 동력을 잃을 위험이 공존한다”고 진단한다. 기회 요인으로는 △유엔총회·APEC 연속 주재에 따른 외교 위상 제고 △미·중 패권 경쟁 속 ‘가교(bridge)’ 국가로서의 위상 강화 △미·일 대 북·중·러 구도 속 중심 외교 확보 등이 꼽힌다.

반대로 위험 요인도 만만치 않다. 김정은의 ‘비핵화 부정’과 트럼프의 ‘핵 보유국 용인 가능성’은 한국 외교를 곤경에 빠뜨릴 수 있다. 여기에 한·미 관세 협상이 결렬될 경우 경제·외교 전반이 동시에 충격을 받을 수 있고, 전략적 대화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한국 외교는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

외교가는 이번 일정을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시험대”라고 본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이번 골든타임은 한국이 중재자와 설계자로서 입지를 다질 기회지만, 한 번의 실책으로 국익이 흔들릴 수도 있는 위험한 시기”라고 평가했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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