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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배터리 산업이 중국 기업의 공세와 주요국의 전폭적 지원에 밀리면서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 속에 국가 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 직접 환급제도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현행 세제는 적자 기업이나 초기 투자 기업이 혜택을 받기 어려워 산업 전반의 투자 여력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글로벌 배터리 시장 변화와 K배터리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배터리 산업은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 도심항공교통, 인공지능 등 미래 산업 전반을 떠받치는 기반”이라며 “중국 최대 배터리 제조사 CATL과 전기차·배터리 기업 BYD가 세계 시장 점유율 55%를 차지하는 반면 국내 3사는 16%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제가 발의한 ‘한국판 IRA(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참고해 국가 전략기술 투자에 세제 혜택과 직접 환급을 도입하는 법안)’는 직접 환급제와 제3자 양도 제도를 통해 기업의 투자 여력을 보강하고 세계 시장 주도권 확보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병기·정태호·김원이 의원을 비롯해 김세호 LG경영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안정혜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 박재정 산업통상자원부 배터리과장, 현원석 기획재정부 사무관, 김우섭 LG에너지솔루션 전무, 노명호 삼성SDI 그룹장, 김동현 SK온 팀장, 최우영 에코프로 실장, 김병현 WCP 부사장 등 산·학·정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김세호 수석연구위원은 ‘대한민국 배터리 산업 현주소와 향후 전략’ 발제에서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과 일본이 시장을 주도했지만 2015년 이후 중국이 보조금과 ‘중국제조 2025’ 전략을 앞세워 판도를 바꿨다”며 “국내 기업은 전력·원자재 비용, 인재 부족 등으로 불리한 환경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세액공제가 현금 환급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 투자는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안정혜 변호사는 ‘직접 환급형 세액공제 필요성과 해외 사례’ 발제에서 “한국은 이월공제 방식으로 적자 기업은 혜택을 받기 어렵다”며 “미국은 배터리 생산량 1kWh당 최대 45달러를 현금 환급하고 캐나다·유럽연합(EU)도 직접환급제를 운영한다. 한국도 국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에서는 산업계의 구체적 어려움이 제기됐다. 김우섭 LG에너지솔루션 전무는 “배터리 산업은 수조 원대 초기 자본이 필요한데 세액공제가 현금으로 환급되지 않으면 신규 투자가 지연된다”며 “해외 경쟁사들은 보조금과 직접 지원으로 설비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우리 기업들이 점점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노명호 삼성SDI 그룹장은 “배터리 산업은 한 번 투자하면 10년 이상을 내다봐야 하는데 유동성이 부족하면 라인 증설이나 차세대 기술 전환 속도가 늦어진다”며 “결국 글로벌 수요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우영 에코프로 실장은 “대기업뿐 아니라 소재·부품·장비 기업에도 직접 환급 혜택이 돌아가야 생태계가 강화된다”며 “특히 2차 협력사들은 현금 유동성이 부족해 기술 개발 여력이 떨어지고 있어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병현 WCP 부사장은 “해외 고객사들은 가격뿐 아니라 안정적 공급망을 요구한다”며 “국내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에서 불리하다”고 덧붙였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직접환급형 세액공제는 단순한 세제 지원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 속에서 K배터리 생존을 위한 전략”이라며 국회와 정부의 조속한 입법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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