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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원가를 반영하지 못한 전기요금 체계와 누적된 한전 부채가 산업 경쟁력과 에너지 전환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 기능을 회복하고 지속 가능한 요금 체계를 마련할 수 있는 입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뒤따르고 있다.
29일 국회기후변화포럼에 따르면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탄소중립과 산업 경쟁력을 위한 전기요금의 방향과 과제’ 세미나에는 국회, 학계, 산업계, 연구기관,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해 전기요금 정상화와 제도 개편 방향을 논의했다.
정치권에서는 포럼 공동대표인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 연구책임의원 김성회 의원이 참여해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의원과 정 의원은 “한전 부채 200조 원과 왜곡된 요금 구조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요금 현실화를 통해 산업계의 효율 혁신과 재생에너지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성회 의원은 “전기요금 체계는 탄소중립과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달성하는 전략적 정책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발제에서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정치적으로 결정돼 원가를 반영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재생에너지 설치량과 에너지 전환 속도가 선진국 대비 크게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산업용 요금이 현실화하자 대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하고 있으며, 가격 신호가 작동하면서 장기적 전력비 절감과 탄소 감축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전기요금 정상화는 왜곡된 시장 질서를 바로잡고 에너지 효율 향상과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글로벌 캠페인)’ 대응 등 구조 전환을 촉진하는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토론에서는 에너지 정책 및 산업 현장을 대표하는 전문가들이 구체적 대안을 제시했다. 권필석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은 “그간 낮은 요금에 안주한 산업계는 외부 충격에 둔감했고 효율화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며 “한전 적자를 국민이 부담하는 구조를 바꾸고 산업계가 실질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원 대한상공회의소 연구위원은 “2023년 산업용 전기요금이 가정용을 초과하는 이례적인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며 “총괄원가제와 연료비 연동제를 엄격히 적용하고 교차보조를 단계적으로 해소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윤여창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매 요금이 도매가격 변동을 반영하지 못해 투자 위축과 경쟁력 저하가 발생하고 있다”며 “용도별 비대칭 인상을 완화하고 시장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류권홍 변호사는 “독일의 사례처럼 전기요금 급등은 제조업 해외 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한국도 정책 변화가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유재국 국회입법조사처 선임연구관은 “제조업 전력비 비중 증가에 대응한 요금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고 김양지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시장과장은 “시장 구조 개선과 송·변전 인프라 확충으로 공급 안정성과 가격 신호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전문가들은 전기요금 정상화가 단순한 조정이 아니라 탄소중립 이행과 산업 구조 개편의 핵심 정책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기업 선택권 확대, 요금 산정 과정의 투명성 확보, 민간 참여 확대가 병행돼야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과 산업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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