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한국교육개발원(KEDI) 교육정책포럼 396호에서 전문가들은 소년범죄 문제를 단순히 촉법소년 연령 조정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처벌 강화보다는 교정과 교육에 초점을 맞춰 학교의 교육적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최근 10~18세 학령인구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촉법소년 범죄 건수는 2016년 대비 2025년 약 221.5% 증가했다. 보호처분 대상자 가운데 12~14세 비중도 지속적으로 높아지면서 범죄의 저연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24년 기준 범죄 유형은 절도(51.4%)가 가장 많았으며, 상해(11.4%), 폭행(10.6%)이 뒤를 이었다. 이와 함께 강제추행(352건), 강도(100건), 강간(66건) 등 강력범죄도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5년 기준 소년 보호관찰 대상자의 재범률은 약 12.3%로 성인 재범률(3.9%)보다 크게 높아 현행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보고서에서 전문가들은 단순한 처벌 강화보다 학교와 사회의 교육적 회복력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지연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미한 사안까지 법적 절차에 의존하는 '일상의 사법화' 현상을 지양하고, 학교가 자체적인 갈등 해결 역량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학생들이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도록 피해 인식 교육과 사회정서학습(SEL)을 예방 단계부터 실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생활지도 과정에서 교사가 아동학대 무고 등 법적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전문적 보호교육기관과 학부모 교육 기관을 신설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보고서는 영국 사례를 소개하며 다기관 협력 체계 구축과 학교의 교육적 기능 회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영국은 1990년대 엄벌주의의 한계를 경험한 후, 소년범죄대응팀(YOT)을 통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찰, 사회복지사, 교육·보건 전문가, 보호관찰관 등이 한 팀을 이뤄 체포 단계부터 개입하는 다기관 협력 체계가 특징이다.
범죄의 경중과 위험도에 따라 소년을 분류해 초범에게는 사과 편지 등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을, 환경적 위기 아동에게는 치료와 교육을 즉시 연계하는 '트리아지 모델'도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기 문제 행동을 보였던 인물들이 이후 사회적으로 성공한 버락 오바바마, 스티브 잡스, 아인슈타인, 에디슨의 사례를 들어 문제 행동 학생에게 성찰과 변화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최근 강력범죄의 저연령화로 연령 하향(13세로 조정 등)에 대한 여론이 높은 가운데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교육적·제도적 보완을 강조했다.
우선 '보호처분'이라는 용어가 온정주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행위에 대한 책임과 교정을 강조하는 '교정처분' 또는 '교육처분'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10세 미만 범법소년에 대해서는 부모가 보호·교양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도록 하는 '미성년자 범죄 부모책임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형평성 문제도 지적됐다. 김성기 협성대학교 교수는 "학교폭력 가해 기록은 학생부에 기재돼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중대한 소년범죄에 대한 보호처분 기록은 남지 않는다"며 "보호처분 내역의 학생부 기재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범죄를 저지른 10세 이상 14세 미만 청소년은 촉법소년으로 분류되며, 형사처벌 대신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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