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수 
▲ 역사 칼럼니스트(고구리역사저널 편집인) ⓒ스카이데일리
급보를 접한 개로왕은 아들(또는 동생) 문주(文周)에게 “내가 어리석고 현명하지 못해 간사한 자(도림)의 말을 믿었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다. 백성들은 쇠잔해지고 병사는 나약하니, 비록 위급한 일이 있다 해도 누가 기꺼이 나를 위해 힘써 싸우겠는가? 나는 마땅히 나라를 위해 죽어야겠지만 네가 여기서 함께 죽는 것은 유익할 일이 없으니, 난리를 피해 있다가 나라의 왕통을 잇도록 하라”라고 말하니 문주가 남쪽으로 떠났다.
포위된 개로왕은 성문을 닫아걸고는 나가서 싸우지 못했다. 고구리 군대는 공격한지 7일 만에 북쪽 성을 함락시키고, 병사를 옮겨 네 방면의 길로 나누어 남쪽 성을 협공하고 또 바람을 이용해 불을 질러 성문을 태우니 성 안에 있던 백제병사들 중에 두려워서 밖으로 나가 항복하려는 자들도 있었다.
이렇듯 상황이 어렵게 전개되자 개로왕은 어찌할 바를 몰라 하다가 성문을 빠져나가 서쪽으로 달아나니, 장수 걸루 등이 기병 수십 명을 거느리고 탈출하려는 개로왕을 추격했다. 백성들과 섞여 미복차림으로 빠져나가려던 개로왕을 알아본 걸루가 말에서 내려 정중히 절을 하더니 얼굴에 세 번 침을 뱉고는 죄를 헤아린 다음 묶어서 아단성(阿旦城) 아래에서 처형하고는 철군했다.
문주가 433년 백제 비유왕 때 화친(나제동맹)을 맺은 신라로 가서 1만의 병력을 얻어서 도읍(한성)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개로왕은 목이 잘린 뒤였기에 문주가 왕위에 오른다. 그의 성품은 우유부단했으나 백성들을 사랑했으므로 백성들도 그를 사랑했다고 한다. 도성이 대파되었기에 겨울 10월에 웅진(熊津)으로 도읍을 옮겼다고 <삼국사기>에 기록돼 있다.
이러한 내용과는 약간 다르게 <고구리사초략>에는 장수태왕이 백제를 공격한 이유가 기록돼 있다. 장수대제 42년(474) 갑인 2월, 상이 황산(黃山)에서 크게 사열하고는 양왕(梁王) 화덕을 정남대장군으로 삼고, 재증걸루와 고이만년 등을 향도로 삼아 선봉에 세웠다. 7월, 상이 주유궁으로 갔다가 황산으로 돌아와서는 영락대제(大祭)를 지내고서 종실과 삼보들에게 이르기를
“영락대제께서는 국강(國罡=고국원제)의 치욕을 씻고자 하셨으나, 하늘이 목숨에 여유를 주시지 않으셨소. 그러나 짐은 병력을 키워서 그 기회를 기다린 지 오래돼 이제 때가 이미 무르익었소. 아이들 모두가 백제 해골들은 남쪽으로 물을 건너 도망가고, 신라사람들은 몸 사리고 경계를 지킨다는 말을 하고 있소. 인심은 암암리에 천심을 살피는 것이니 이제는 경(개로왕) 그놈이 기필코 망할 때가 되었소.”라고 말하자 모든 신하들도 이구동성으로 찬동했고, 상은 화덕에게 3만 병사를 이끌고 먼저 떠나라고 명했다.
▲ 양수는 산서성 동남부 장시치 장치현 동쪽 [이미지=필자제공]
8월, 화덕이 연전연승해 백제의 도성을 포위하자 개로왕은 오래 지켜낼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는지 먼저 처자들에게는 포위를 뚫고 남쪽으로 도망치게 했는데, 장수 풍옥이 이들을 잡아서 태왕께 바쳤다. 개로왕의 처인 아오지와 가마지, 문주의 처 오로지, 곤지의 처 자마 등은 곱게 차리고 술을 따랐는데 슬프고 애통한 기색이라고는 없었다.
상이 아오지에게 “근초고와 근구수 등이 전왕들의 본을 따랐던들 너희들이 이리 되었겠느냐?”라고 말했더니, 아오지는 “신첩 등은 오래도록 상국의 기풍을 따르려고 해왔었고, 지금에 와서야 그를 보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동명성조의 높으심은 하늘의 해가 땅에 내려와 계심과 같습니다. 모시게 돼 그 기쁨을 어쩌지 못하겠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이에 상은 중외대부에게 “이들이 무슨 죄가 있겠소. 기름진 고기를 내어 주시오.”라고 말하고는, 몸을 깨끗이 하고서 승은을 기다리라 명했더니, 모두가 춤사위를 밟고 노래를 불러 바쳤으며 이윽고 모두가 승은을 입었다. 가마와 자마가 더욱 귀여움을 받았다.
장수태왕은 아단성으로 들어가 포로들을 접수했다. 9월 5일에 재증걸루가 경사(개로왕)를 함거에 싣고 도착했다. 장수태왕은 개로왕을 살려주고 싶었으나, 군신들은 목을 베어 그 머리를 국강릉(고국원제릉)에 바치기를 청했다. 사로잡은 8000명은 5부에 나누어 주어 노비로 삼았으며, 개로왕의 처첩과 궁인들은 공경들과 공을 세운 모든 장수들에게 비첩으로 삼게 하사했다고 기록돼 있다.
<삼국사기>에는 문주왕이 이처럼 비운에 죽어간 개로왕의 아들이라고 기록돼 있는데, 당시 문주는 상좌평이라는 벼슬에 있던 것으로 보아 왕자라기보다는 <일본서기>의 기록대로 개로왕의 아우였음이 훨씬 더 타당성이 있으며, 사마(무녕왕) 역시 백제 개로왕이 장수태왕 앞에서 처형당할 당시 사마(무녕왕)는 14살의 왕자 신분이었을 것이다.
▲ 개로왕의 아들로 밝혀진 무녕왕, 그럼 곤지의 아들은? [이미지=필자제공]
<일본서기> 웅략왕조에 “20년(475) 겨울 고구려왕이 군사를 크게 일으켜 백제를 쳐서 멸망시켰다. (중략) <백제기>에서 전하기를 고구려 대군이 와서 왕성이 함락되었고, 국왕 및 대후와 왕자 등 모두가 적의 손에 죽었다”라는 기록에서 개로왕의 왕후와 왕자들이 모두 죽었다고 기록돼 있어 무녕왕이 개로왕의 아들이라는 사실에 약간의 의혹이 있었다.
무녕왕이 개로왕의 친아들이라는 사실은 남북조 시대의 남조였던 송서(宋書) 기록으로 명백하게 밝혀지게 된다. 478년 왜왕 무(武)가 송나라 순제에게 바친 상표문에 “갑자기 닥쳐온 자신의 부형(父兄)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상(喪)을 입게돼 대군의 출동도 중지하고 긴 세월을 상중에 있게 되었다”의 부형은 475년 장수태왕에게 처형당한 백제의 개로왕과 왕자들이 아니고서는 다른 사람을 생각해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당시 사마는 곤지와 함께 백제가 아닌 왜에 있었기에 화를 면한 것이다. 사마는 당시 왜 왜국에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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