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14년(404) 비문에서 가장 큰 의문은 영락 10년(400)에 호태왕에게 국가적으로 항복해 군국(식민지)이 됐던 왜가 불과 4년 만에 어떻게 고구려 땅인 대방의 경계에 쳐들어올 수 있었는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한 설명은 아무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전 비문에는 왜(倭)로 언급됐다가 위에서는 왜구(倭寇)라는 표현을 썼는지 참으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에 대한 정답을 ‘고구리사초략’에서 찾을 수 있다. “14년(404) 갑진 5월, 왜구가 대방에 쳐들어왔기에 붕련에게 군사를 움직여 왜선을 공격하게 했더니, 목을 베고 사로잡은 수를 헤아릴 수 없었다. 이들은 해적무리들이었으며, 인덕이 알지 못하는 이들이었다. 인덕은 사신을 보내 사죄했고, 상은 서구를 왜의 땅으로 보내 그 진상을 알아보게 했다”라는 기록이 있어 영락 14년 대방에 쳐들어온 왜구는 왜의 정규군이 아니라 바로 정부의 통제를 안 받는 해적떼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15년(405) 을사 4월, 보금(宝金)이 독산(獨山)에서 왜구(倭寇) 300명의 목을 베었다. 이들은 지난해 쳐들어왔던 왜의 잔적이었다. 왜 땅엔 큰 섬들이 많고 서로 다른 무리들이어서 인덕(仁德)의 교화가 두루 미치지 못해 이런 일이 있었다 했다. 7월, 서구(胥狗)가 왜에서 돌아와 왜의 풍습과 산천 및 물길에 대해 아뢰었다”라는 기록에서 영락 14년에 쳐들어온 왜구는 그야말로 해적떼였음을 재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고구려 관리가 왜국에 들어가 왜구 침략에 대한 진상조사를 실시했으며, 1년 가까이 왜국의 지리에 대해 조사까지 했다는 것은 왜왕 인덕이 고구리 호태왕의 군국(식민지) 제후가 아니라면 과연 일어날 수 있었겠는가. 따라서 영락 10년 왜가 나라를 들어 항복했다가 이에 불복하고 다시 도발했다가 결국은 군국(식민지)이 됐다는 결자징실의 해석은 옳은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