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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기업을 하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시절이 또 있었을까? 현 정부 들어서 노골적으로 친(親)노조·반(反노)기업 정책을 펼치다 보니 상대적으로 기업인들의 심리가 바닥 수준에 가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노동자들의 권익과 복지는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기업에 대한 배려나 지원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보니 기업가정신 혹은 사용자의 도덕성은 늘 도마 위에 오르는 반면 노동자의 정신은 실종되고 있다. 급기야 현대차의 ‘와이파이 사태’로까지 번지면서 노동자들의 무소불위의 전횡이 극에 달하고 있는 듯하다. 글로벌 경쟁에서 회사의 경쟁력이 계속 후퇴하면서 존폐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데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은 자기 이익과 편리만을 줄기차게 주장한다. 몰상식의 극치를 보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을 두고 노사가 갈등을 한다. 자동차 산업 종사 노동자의 임금 수준이 경쟁국보다 높다. 이런 임금 구조와 근로정신으로 과연 5년, 10년 후에도 주력 제조업이 이 땅에 남아 있을지 심히 의문이 간다.
기업이 살아남아야 노동자의 자리도 보전될 수 있음은 삼척동자도 안다. 그런데 기업을 키우고, 새로운 기업이 생겨나게 하는 그런 노력이나 정책적 고리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물론 시대착오적인 기업가의 횡포나 글로벌 스탠다드에 미치지 못하는 노동 기준과 관행에 대해서는 당연히 고치는 것이 맞다. 그렇다고 해서 기업이 우선순위에서 뒤로 갈 수는 없으며, 일자리의 원천이라는 점에서 노동자의 권익 못지않게 중요하다. 최소한 균형이라도 맞추어야 하지만 기업을 무시하면서 경제의 활력을 찾으려고 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것과 진배없다. 경제가 불안해지면서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은 기업 챙기기에 바쁘다. 기업에 무엇을 도와줄 것인가에 골몰하고, 자국 기업의 밖에 나가지 못하도록 갖은 장치를 준비한다.
심지어 해외에 나가 있는 기업들도 다시 안방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공을 들인다. 그러나 우리 내부에서는 정부가 의도하지 않고 있다고 하더라도 불이익을 초래하고 있으며, 노동자들까지 과연 한 배를 타고 있는 공동운명체인지 모를 정도로 기업을 옥죈다.
이렇다보니 기업의 금고에는 돈이 쌓이는데도 투자를 하지 않는다. 투자를 하려는 기업은 국내를 외면하고 외국으로 나간다. 국내에서는 기업인이 적폐의 대상이지만 해외에 나가면 극진한 대접을 받는다. 선진국이든 개도국이든 제대로 된 나라들일수록 외국 기업 모시기에 열을 올린다. 국내 일자리의 83%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 중소기업의 해외 설비 투자는 올 들어 150억 달러 수준(17조 8000억 원) 이상으로 급증하고 있지만 국내 투자는 19조 8800억 원으로 급감하고 있다.
기업 환경이 열악해지다 보니 외국인투자 유치도 급감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반기 외국인투자 유치 감소율이 37.3%로 중국·미국·일본 등 경쟁국과 비교해 보아도 최하위다. 있는 기업도 나가고 있는 판에 외국 기업이 국내에 들어올 리가 만무하다. 자연스럽게 제조업의 고용은 최악의 상태이며, 30·40 등 주력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베트남·인도네시아·중국 등은 한국 기업을 모셔가려고 정성을 쏟는다. 법인세를 면제와 노동법을 개정, 각종 인센티브 제공 등 갖은 당근을 제시한다.
이전투구와 잿밥에만 열 올리고 국가 백년대계 팽개치면 선진국 진입은 물 건너 가
이 참에 세계적 경제학자인 로버트 배로 미국 하버드 대학 교수의 한국 경제에 대한 직언이 뼈아프게 들린다. “한국 정부의 포퓰리즘이 정책으로 과거의 성공을 까먹고 있다”는 그의 비판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의미가 크다. 소득주도성장이 아닌 소득주도빈곤이라는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는 경고가 묵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국 경제에 대한 해외에 이어 국내 전문기관들의 평가도 시간이 갈수록 끝없는 추락을 하고 있다는 것이 적나라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우리의 생산·수출·투자 지표를 보면 OECD 국가 중에서 최하위권 수준이다. 경제가 엉망진창에 뒤죽박죽이 되고 있는 데도 정치권은 연일 비생산적인 이전투구와 잿밥에만 열을 올리고 정부는 국가 백년대계는 내팽개친 채 온갖 선심성 퍼주기를 더 하지 못해 안달이다. 복지 확대를 위해 오히려 법인세와 부가세를 더 확대한다고 하니 이게 제정신인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구상의 모든 나라들이 하고 있는 세금 인하 경쟁에 우리만 운전대를 반대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정권은 잡았다가 내주면 그만이고, 권력을 쥔 자들이 5년간 호가호위하면서 지나가면 그만이지만 무너진 경제나 헝클어진 국가의 틀을 바로 잡는데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기간인 10년 혹은 20년이 걸릴 수도 있다. 이번 정권이 반환점을 돌아서고 있지만 그 동안의 잘못된 결과에 대해서 자성을 하고 정책 노선을 과감하게 수정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규제 완화를 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 하면서도 덧씌우기만 더 늘어나고 있는 형편이다. 알맹이가 없거나 원칙 없는 뒤집기로 기업이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도로 막고 있다. 경제 성적표가 전부 낙제점에다 문제투성이인데도 근거 없는 낙관론에 더해 통계를 오도하거나 과대 포장해 국민을 현혹시키기까지 한다. 경제의 기초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는 데도 정치권이나 정부 인사 누구 하나 이에 대해 진지하게 언급하는 꼴을 본 적이 없다. 지상파와 종편 TV에서는 연일 정치 공방만 하고, 자극적인 이슈만 들추어내어 시청자들을 더 황당하게 끌고 간다. 어디로 가고 있는 나라인지 혼돈스럽기만 하다.
이 모든 것의 근원에는 기업이 자기 설 자리를 잃고 방황하고 있다는 점과 우리 경제의 젖줄인 제조업의 경쟁력이 빠르게 후퇴하고 있다는 점이다. 뿌리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 보다 정확한 평가일 것이다. 이 두 개가 본래 위치로 돌아가지 않으면 성장 동력이나 펀드멘털이 결코 살아날 수 없다. 그동안 쌓아온 족적이나 경험이나 인프라, 그리고 국민적 역량을 종합적으로 결집하면 아직은 가능성이 남아 있다.
문제는 상층부에 있는 집단들의 사고나 편견이 바뀌지 않으면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어떻게 보면 이들의 자질 혹은 식견이나 경륜을 보면 함량 미달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수도 있다. 또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것은 이들에게 국가관, 세계관 그리고 미래 청사진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우리 앞에 놓여 있는 미래, 당장 내년만 하더라도 올해보다 훨씬 더 어려울 것이라는 각종 예상과 우려가 도처에 난무한다. 지구촌 전체가 그러니 우리도 별 수 없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는 행위는 너무 비겁하다. 분명하게 그렇지 않다. 잘 나가거나 선방하고 있는 무리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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