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국토부)가 공시가격 인상을 단행한 후 올해 1월 1일 기준 전국 공동주택 1383만가구의 공시가격안에 대한 소유자 열람 및 의견청취를 내달 8일까지 시행한다고 밝힌 가운데 전국 각지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공시가격이 대폭 오른 서울에선 불만을 넘어 원망에 가까운 반응이 나온다.
특히 부동산 규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우한코로나) 확산세로 매수세가 얼어붙으면서 서울 집값 하락이 관측되는 상황이라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불만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시가격 인상에 따라 보유세 등 각종 조세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은 ‘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토부)에서 매년 고시하는 가격으로 보유세(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조세의 기준이 되는 지표로 활용된다.
강남·강북 가리지 않고 서울 전체 공시가격 변동률인 14.75% 넘는 단지 다수 포착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세금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는 강남·강북을 막론하고 점차 커지고 있다. 강남 뿐 아니라 강북 지역에도 공시가격이 대폭 오른 곳들이 여럿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서울의 중심으로 불리는 ‘종로구’에서도 서울 전체 공시가격 변동률인 14.75%를 넘는 단지들이 다수 집계됐다.
부동산공시가격알리미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소재 ‘경희궁자이2단지’ 전용면적 84.55㎡(약 25평) 중 특정 호실의 공시가격은 지난해 9억5200만원에서 올해 11억8700만원으로 뛰었다. 지난해와 비교해 약 25%의 상승했다. 같은 단지 내 84.90㎡(약 26평) 호실도 지난해 9억5200만원에서 올해 11억6900만원으로 올랐다. 지난해 대비 약 23% 증가했다.
더 큰 호실의 경우도 예외 없이 20% 넘는 변동률을 기록했다. 경희궁자이2단지 전용면적 101.99㎡(약 31평) 규모 호실은 올해 공시가격이 13억1200만원으로 책정됐다. 지난해 이 호실의 공시가격인 10억4800만원과 비교해 2억6400만원 올랐다. 약 25% 뛴 셈이다. 경희궁자이3단지 전용면적 59.75㎡(약 18평) 한 호실도 지난해 공시가격 대비 올해 공시가격이 20%에 육박하는 18%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에 위치한 원주민 상경부동산 관계자는 “20% 이상 올랐다는 것은 1주택자라도 충분히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며 “역대 이렇게 급격하게 공시가격을 올린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경희궁자이는 재개발을 통해 새 아파트로 재탄생했기 때문에 집만 가진 평범한 원주민들이 다수 살고 있다”며 “집값을 올랐다는 것을 매각으로 체감하기도 전에 급매물로 집을 팔고 나가야할 지경이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 고령의 원주민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보유세 부담이 너무 커지는 것이 아니냐는 하소연을 하곤 한다”며 “이 곳엔 큰 호실과 전용면적 59㎡(약 18평) 호실 두 개를 받아 의도와 달리 2주택자가 된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이어 “작은 호실은 팔고 싶어도 이전 고시일 다음날부터 3년간 의무 보유해야한다는 법 조항 때문에 2021년 9월 4일 이후에나 팔 수 있어 재산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으로 노후의 삶을 위협받는 이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그는 “한 주민의 경우 작은 호실을 월 임대료 130만원에 세를 주고 있지만 재산세 2번, 종부세 900만원 가까이 내고 인상된 의료보험까지 납부하니 월 20만원, 1년에 240만원은 더 필요하다고 한다”며 “이번에 보유세를 내기 전 임차인에게 세금 부담을 전가하는 집 주인들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경희궁자이2단지에서 만난 김지선 씨는(여·40대·가명) “공시가격이 지난해 9억대에서 올해는 11억대가 됐다”며 “이의신청도 정부가 잘 받아주지 않아 사실상 이 값을 중심으로 내가 낼 세금을 계산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이 가장 높은 상황에 주택을 산 후 세금만 왕창 내고 가격이 점점 떨어져 산 가격 수준이 된다면 부담이 더 크게 와 닿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경희궁자이2단지 인근에 자리한 J부동산 관계자는 “거주하는 집에 세금을 이렇게 급격하게 올려 매기면 누구라도 반발한다”며 “우리나라는 취득세, 양도세를 중심으로 부동산 관련 세금이 높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유세까지 이렇게 올리면 많은 사람이 부담을 느낄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세 형평성을 달성한다기보다 부동산으로 세금을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게 뜯으려는 정책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경희궁자이 외에 종로구 내에는 비슷한 처지에 놓인 단지들이 여럿 존재한다. 사직동 소재 ‘광화문풍림스페이스본’의 경우 전용면적 147.31㎡(약 44평) 호실이 지난해 8억8800만원에서 올해 10억1400만원으로 공시가격이 오르며 종부세 대상이 됐다. 종로구 무악동에 위치한 인왕산2차아이파크 역시 전용면적 112.81㎡(약 34평) 호실의 공시가격이 지난해 6억9700만원에서 올해 8억500만원으로 약 15% 상승했다.
전문가들 “시세보다 공시가격이 더 높은 상황 임박…서민들 눈 뜨고 집 뺏길 판”
국토부는 10월까지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마련하고 부동산 유형별·가격별·지역별 형평성을 확보하면서 적극적으로 공시가격의 현실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지난해 12월 16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서 나온 대로 종부세율을 최대 4%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
이런 국토부의 기조에 따라 서민들의 보유세 부담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세보다 공시가격이 더 높은 상황이 서울 전역에서 만들어 질 수 있다며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아울러 공시가격을 내놓는 주체가 한국감정원인 것에 대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을 가진 사람이 죄인은 아니다”며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급격한 인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우한코로나) 영향으로 경제가 안 좋은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무거운 짐을 안기는 꼴이다”고 경고했다. 이어 “집 한 채를 가진 서민들이 왜 세금을 갑작스럽게 더 내거나 부담스러워 이사를 가야만 하냐”며 “단기간에 20%씩 올리는 것은 말이 안 되는 행위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집값이 조정돼 가격이 떨어진다고 세금을 덜 내는 것은 아니다”며 “공시가격보다 시세가 떨어지면 집주인이 받을 타격은 막심해진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시지가는 감정평가협회서 하고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한국감정원이 책정한다는 것은 국토부 입맛대로 공시가격이 움직일 수 있다”며 “감정평가사협회 등이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책정하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김동환 교수는 “3자 입장에선 수억원짜리 집을 가진 사람이 몇 십만원 혹인 몇 백만원 오르는 것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거주하는 집 한 채 가진 서민들에겐 상당한 부담이다”며 “특히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와 하락장이 함께 나타난다면 공시가격보다 낮은 시세를 가진 주택이 대거 나타날 수 있고 이에 따라 집 한 채를 가진 사람이 재산 규모에 비해 과도하게 세금을 부담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종부세 인상까지 이뤄진다면 상황은 악화될 수 있다”며 “종부세 대상 주택의 기준을 12억이던 15억이던 올리지 않는다면 규제 정책으로 서울 집값을 급등 시킨 뒤 재산세 포함 종부세로 더 많은 양의 세금을 확보한다는 비난을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한국감정원은 공시가격 책정 근거를 정확히 공개하지 않는다”며 “이 부분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문용균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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