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무리한 공시지가 현실화 정책으로 인한 부작용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장기간의 경기침체로 수입이 줄어든 반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지출은 커진 탓에 아예 장사를 포기하고 있다.
건물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공시지가 상승으로 늘어난 세금을 충당하기 위해 임대료를 높여야 할 처지지만 자영업자 점포들이 이미 최악으로 몰린 탓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러는 와중에도 자영업자 점포들이 속속 문을 닫으면서 상권 자체가 붕괴돼 공실로 인한 임대수입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입은 줄고 지출은 늘고…글로벌 핫플레이스 울면서 떠나는 자영업자들
과거 강남상권의 핵심으로 꼽히며 글로벌 핫플레이스로 명성이 높았던 신사동 가로수길 상권은 최근 붕괴 위기에 직면해 있다. 소비패턴 변화와 경기침체,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던 자영업자들이 하나 둘 떠나고 있어서다. 과거 매물품귀 현상이 지속됐던 가로수길에는 현재 공실이 넘쳐나고 있다.
실제로 가로수길 주요 매장들에선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공실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1층은 물론 건물 전체가 비어 있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가로수길 명물로 꼽혔던 이색적인 분위기의 카페 내부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8.5%에 머물던 신사동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4분기 들어 11.3%로 상승했다. 자영업자 점포들이 경기불황과 소비트렌드의 변화를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철수하며 공실률이 상승한 것이다. 공실 발생은 매장의 임대료를 받는 임대인의 수익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건물주들의 수입은 감소한 반면 지출은 세부담 증가로 인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의 자료에 따르면 가로수길 내 대다수의 건물들은 공시지가가 10% 이상 급등했다. 많이 오른 곳은 상승률이 16%에 달하기도 했다.
강남 보다 매출 뒤처지는 강북, 공시지가 인상 부작용 피해 더욱 크다
강남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시가격 상승폭이 낮은 강북구 미아동 상권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자영업자와 건물주 모두 강남 지역에 비해 수입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탓에 작은 변화에도 타격은 큰 편이었다. 게다가 여유자금도 넉넉지 않아 상황이 장기간 될 경우 강남 지역 보다 먼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분석됐다.
강북구에서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하는 박미연(가명) 씨는 카페의 메뉴를 축소해서 판매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메뉴를 줄이게 된 배경에 대해 “사람이 너무 없어서 빵을 구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매출 악화돼 수익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기존 메뉴를 모두 운영하면서 버티기가 불가능했다는 설명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건물주와 자영업자 모두 수익이 줄어든 상황에서 공시지가 상승으로 세부담이 커질 경우 이들의 고충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최악의 상황엔 상권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원은 “공실이 늘어난 상황에서 세금이 늘게 되면 건물주는 기존 임차인의 임대료를 섣불리 낮추지는 않을 것이다”며 “벌써부터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난 지역들을 중심으로 자영업 위기→건물주 위기→상권 붕괴 등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서진형 대한부동상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는 공시가격이 상승하면 소유자의 세금 부담이 많아지기 때문에 소유자들이 그 부담을 임차인에게 돌리는 조세 전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현재도 그런 상황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그는 전했다.
서 교수는 “상권들이 약화되다 보니 임대료 상승이 주춤하다. 그러다 보니 임대인들의 임대수익들이 예전에 비해서 많이 하락하는 경향들을 나타내고 있다”고 임대인의 수익 악화 상황을 전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상권이 활성화되어야만 임대인이나 임차인이 공존을 할 수 있다”며 임대인과 임차인 간 공생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한번 형성된 가격이 하락하지 않는 하방경직성이 두드러지는 부동산의 특성 때문에 기존 소유주 입장에서는 예전의 임대료보다 낮은 가격 수준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서 교수의 설명이다.
서 교수는 공시가격 상승으로 인한 소유주의 세금 부담의 증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상가도 건물 전체 공시지가가 많이 상승을 했기 때문에 재산세 부담이 엄청나게 늘어나게 된다”며 “부동산 공시가격들이 너무 급격하게 상승을 했기 때문에 일부 조세 저항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소유주들의 부담을 전했다.
[ 이하은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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